사랑은 처음이라서

05. 남자가 첫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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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처음이라서




W. 꽃서령











집에 도착하니 송강은 소파에 이미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앉아있는 송강에, 벗어 던지려던 가방을 그대로 멈추고서, 거실에 앉아있는 송강을 그대로 내려다보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온 거야?. 라는 눈을 하니, 송강이 눈을 느리게 끔뻑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조퇴 했지.”


아니, 겨우 나 하나 일찍 만나겠다고 조퇴를 해?. 어처구니가 없고, 당황스러워서 뻘하게 쳐다보니 송강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조퇴한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반응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나는 송강의 옆자리에 앉아 그가 마시고있던 커피를 다짜고짜 손에서 빼앗았다.


“미쳤어?.”

“뭐가?.”


정말 무엇이 잘못된건지 모르겠단 얼굴로 송강은 갸웃거렸다. 출석이 얼마나 ‘생기부’ 에 중요한데, 나 하나 만나겠다고 출석을 포기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서 바라보니, 어느샌가 다가온 송강의 엄지가 내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환한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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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걱정하는거야?.”


웃어?, 나는 지금 진지한데?. 괜히 놀림받는 기분이라 송강의 손을 내쳤다. 손이 내쳐졌으면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송강은 빨개진 손등을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짜, 송강이 웃는 포인트를 모르겠다.


“걱정하지마. 무단 조퇴 아니고, 병 조퇴야.”


미소를 머금은 송강이 말했다. 송강의 쪽으로 고개를 휙- 하고 돌린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병 조퇴?, 너 어디 아파?. 라고 물으니, 송강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어색한 손짓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르키며 ‘음…. 머리?.’  바보같이 웃고있는 송강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꾀병이구나. 

가끔은 송강을 이해할 수 없다.

나를 친구로써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긴 한데. 대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의심이 간다. 아무리 친구가 보고싶다고해도, 꾀병으로 조퇴까지 해가면서 만날 이유는 없으니까. 솔직히, 몇 년만에 만나는 것도 아니고말이야. 바로 어제도 만났는데. 

팔에 머리를 기댄채 송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니, 곧 송강도 제 팔에 머리를 기댄채 내 얼굴을 쳐다봤다. 


“왜?, 내 얼굴이 뭐 묻었어?.”

“아니.”

“그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어떻게해야 널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 중이야. 속으로 외쳤다. 대답도 하지 않고, 온전히 얼굴만 바라보니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움찔거리는 송강의 입술.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였다. 

그때 문득, 학교에서 내 표정이 다들어난다고 말했던 ‘태형’ 이 생각났다.


‘내가 말했지, 너 얼굴에 다 들어난다고.’


“이렇게 보니까, 진짜 얼굴에 다 들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응?, 아무것도 아니야.”


송강에게 태형의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1년 전의 일인데다가, 왠만한 인연이 아닌이상 더이상 만나지도 않을테니까. 사실 송강이 태형을 기억 못한다는 것에 더 걸었다. 나도 태형의 그 잘생긴 얼굴이 아니였다면 기억을 못 했을테니……

!

잠시만, 그럼 태형이는 계속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거였어?. 뒤늦게 계속 얼굴을 쳐다보고있었던 사실을 깨달은 나는 경악했다. 간간히 쳐다보고 있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줄은.


“미친…”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를 쥐어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못났을까. 좀 청순가련한 척! 좀 할 걸. 그 순간 수업시간에 이해못해서, 머리를 쥐어뜯은 것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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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야!!, 갑자기 머리는 왜 떄려.”

“망했어. 진짜로 망했어…”


머리를 때리기 시작하는 내 모습에 당황한 송강은, 재빨리 내 양 손목을 잡고 멈춰세웠다. 최대한 안 아프게 잡은 듯 했지만, 잡힌 손목을 빼낼 수는 없었다. 뒤늦게 고개를 들어올려 본 송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게 정말 놀란 듯 했다.


“이거 좀 놓고……”

“또, 때릴거잖아.”

“아니, 안 때려. 그러니까 좀 놓고…”


의심스러운 눈을 하던 송강이였다. 내가 진짜 안 한다며 괜찮다고 여러번 말을 하고나서야, 손목을 놓아준 송강. 난 그에게 잡힌 손목을 어루어만지며 말했다. ‘그냥, 좀 이불킥할 장면이 생각나서 그래.’ 아까의 순한 얼굴의 송강은 어디가고, 목소리에 날이 잔뜩 서선 팔짱을 낀채 물었다.


“뭐길래, 네 머리까지 때리는데?.”

“아 그게… 뭐, 그런게 좀 있어.”


나는 괜히 말을 돌렸다. 테이블 위에 있는 쿠키를 향해. ‘하하, 쿠키 정말 맛있겠다-‘ 하며 괜히 큰 소리를 내며 화제를 돌렸다. 송강이 시선이 내게 닿아있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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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이 오늘따라 이상해……”



… …



수현의 집을 나와 돌아가던 길. 집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세단의 조수석 문을 열었다. 앉자마자 집으로 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듯이 행동에 의아하던 최 비서는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송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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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비서님, 수현이 좀 지켜봐요. 옆에 이상한 놈 꼬였는지, 안 꼬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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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옥상 벤치에 나란히 앉은 나와 태형은 매점에서 산 초코우유를 함께 마셨다. 정말, 믿기지 않을정도로 평화롭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생겨서, 사람들이 모일 줄 알았는데. 태형의 말 처럼 정말 이상하게도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보내는 눈빛을 보면, 아예 인기가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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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뭐 묻었나봐.”


내 생각을 깬건 다름아닌 태형의 음성이였다. 너무 대놓고 얼굴을 쳐다본게 불편했던 모양이였다.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뒤늦게 쪽팔림이 몰려서, 괜히 초코 우유에 꽂아놓은 빨대를 앞니로 짓씹었다.


“아니면, 네 말대로 잘생겨서 보는거야?.”


어?. 그 이유가 아예 없진 않지… 입을 뻥끗하려던 순간, 나는 초코우유를 손에서 내려놓고 황급히 내 얼굴을 가렸다. 그가 또, 내 표정을 읽을까봐. 일주일 동안, 정말 무서울 정도로 표정을 읽어내는 그에 나는 이제 숨길 수 없으면 가리자!. 라는 생각으로 얼굴을 가린건데, 가린 손 너머로 푸흡. 하고 웃음이 터진 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얼굴 가리면 뭐해. 다 봤는데.”

“그래도!!… 진짜 너랑 있으면 벌거벗겨진 느낌이란 말이야.”


두 눈을 질끈 감은채 외치자, 태형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큰 손으로 내 두손을 쥐어들고는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걸림돌없이 마주치는 태형과 나의 시선. 태형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표정 읽는게 싫어?.”

“어?…”

“네가 싫으면 안 할게, 미안해. 안 읽힐 수는 없지만.”


진지하게 사과하는 모습이 또, 발린다. 나는 사과하라고 한 얘기가 아닌데. 고개를 양쪽으로 힘차게 저은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말했다. ‘싫은게 아니라, 조금… 창피해서.’ 내가 그렇게 연기를 못 하나 싶고, 표정 관리를 못 하나 싶어서. 태형은 벤치 등받이에 어깨를 기댄채 말했다.


“네가 유난히 표정이 잘 들어나긴 해.”


……역시 그렇구나. 하고 시무룩하게 축 쳐져있는데, 다음 태형의 말이 내 심장을 흔들어놓았다. 


“그래서 네가 좋아. 나한테 숨기는게 없으니까.”

“…좋,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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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넌 나한테 숨기지마. 말 하기싫으면, 차라리 말 하기 싫다고 얘기해. 거짓말은 딱, 질색이니까"


그 순간 심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요동쳤다. 산들거리는 바람, 그리고 초코우유, 교복을 입은 김태형. 이 세상의 모든 자연물들이 지금 이 순간 태형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생각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김태형이란 사람은, 더이상 윤수현에게 ‘잘생긴 남자’가 아닌, ‘첫사랑’ 으로 변경되던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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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업. 


독자픽. 감사합니다. 
갑자기 구독자 수 올라서 당황하긴 했지만, 앞으로 오래봐요. 여러분.

미천한 글이지만, 열심히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