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작가라서

내 친구가 작가라서 01

Gravatar

내 친구가 작가라서 01
W.ten10(캔디) 







하, 오늘로 벌써 일주일 째다.


photo
“야, 말을 해보라고.”



이 천국 같지만, 지옥 같은 빙의글에 갇힌 지.














Gravatar

















"이거 뭐임?"
"내가 쓴 빙의글인데 좀 읽어봐. 이 언니 블로그 인기 많다."
"이걸 내가 왜 읽어?"
"아 좀 읽고 나 좀 도와줘. 나 요즘 슬럼프임. 뒷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할 지 감이 안 잡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도와주면 피자놔라, 치킨들어간다 사줄게."
"네! 언니!"
그냥 별 생각 없었다. 
35화까지 연재한 글을 읽는 것 뿐이고, 대충 이러면 어떠냐, 저러면 어떠냐 던져주면 피자와 치킨이 내 입 속으로 들어온다니? 참 쉬운 일 아닌가. 그래서 그냥 열심히 친구가 쓴 빙의글을 읽었다. 중간 중간 웃긴 사진들도 들어가있고, 찰진 드립들도 웃겨서 재미있게 읽었다. 내일 친구랑 나눌 대화도 즐거울 거 같은 마음에 평소와 달리 일찍 잠이 들었을 뿐인데...

"누나, 지각해. 일어나."
"...? 누, 누구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이불을 꽉 쥐며 처음 보는 남자에게 묻자, 잠이 덜 깼다며, 천사 같은 웃음을 흘렸다. 뭐야, 아직 꿈인 가봐... 천사가 날 유혹해... 잠결에 제정신이 아니던 나는 천사의 미소에 홀려 있다가 문득 그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제노?"



photo
"응, 누나. 잠 다 깼어? 얼른 씻어. 전학 첫 날부터 지각하겠어!"

어젯 밤, 친구의 빙의글에서 본 움짤과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돌 NCT의 제노였다. 뭐야, 지금 이거 무슨 상황이야.
너무 열심히 읽고 자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근데 왜 하필 이 제노의 누나 인 거지...? 고구마녀잖아...
친구의 글에 등장한 제노의 누나는 전학와서 여주를 시기 질투해 그녀와 방탄소년단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여주를 괴롭히는 역할이다. 제노는 누나를 엄청 아끼는 탓에 여주를 괴롭히는데 도움을 주는 시스콤이었는데...



"누나, 이제 진짜 아슬아슬해! 얼른 씻어."



내가 대답 없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등을 토닥이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잘생긴 얼굴로 친절한 제노에 나는 물 흐르듯 그에게 이끌려 등교 준비를 시작했다. 뭐, 어차피 꿈인데 즐기자. 거 참, 누구 동생인지 얼굴 잘하네...

















Gravatar

















"전학생은 보자, 저기 빈 자리 보이지? 저기 앉으면 돼."
"앗, 선생님 저는 이 반에서 가장 예쁜 저 친구 옆에 앉고 싶습니다."



꿈이라곤 하나 학교를 다시 다녀야하는 거지 같은 상황이 짜증났지만, 교실에 들어온 순간 내 얼굴에선 짜증 따윈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어졌다. 
공고 배경의 빙의글에는 여자 인물을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2 학년 중에는 악녀인 나와 여자 주인공인 이 여주, 단 둘 뿐이었다. 덕분에 칙칙한 학교에 질려하던 내 눈 앞에 나타난 천사 같은 그 아이에게 눈이 저절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렇고 작가인 친구도 그렇고 둘 다 아이유의 진성팬이었기에, 여주의 이미지를 그녀로 맞춰놓고 썼다는 얘기를 언듯 들었는데... 수영아, 잘 했어. 고마워, 사랑해.

새하얀 피부에 조금씩 움직일때마다 찰랑 거리는 검은 긴 생머리, 마치 앵두 같이 붉은 입, 오똑한 코와 나의 말에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여주의 모습에 심장을 부여 잡았다.




"어흑..."
"뭐야, 갑자기 왜 이래?"
"흑, 선생님... 천사랑 눈이 마주치니 심장이 너무 아파요... 터지면 어떡하죠...?"
"...닥치고 들어가."
"넹"



아쉽게도 내 자리는 여주와 가까운 자리가 아니었지만, 꿈을 꾸는 동안 열심히 덕질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나가시면 당장 달려가서 친해지자고 꼬셔야지... 헉! 눈 마주쳤다! 
내 열렬한 시선을 느낀 건지 여주가 나를 슬쩍 한 번 돌아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그 모습에 내가 어흑!! 하고 심장을 부여 잡고 책상에 머리를 박자, 선생님께서 진지하게 양호실에 가라며 반장에게 나를 부탁했다.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이 닫히는 순간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다가온 나의 행동에 살짝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곤 나도 놀라 한 발 자국 떨어졌다.



"헉,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 아냐, 아냐! 괜찮아. 이름이... 이 여주? 여주 구나!"
"엥? 내 이름이?"



제노의 미모와 그녀의 미모에 취해 몰랐던 사실에 놀라 교복에 박힌 명찰을 바라보니 정갈하게 자수된 '이 여주' 라는 이름이 보였다. 놀란 나는 그럼 얘의 이름은 뭐지? 하고 고개를 들자, 그녀의 교복에 아름답게 '이 지은' 이라고 자수된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헉, 이 지은...! 이름마저 아름다워...!"

photo
"어? 하하하, 너 진짜 재밌는 애구나?"
"어흑, 천사같은 지은 님, 웃는 모습 마저 사랑스러워ㅜㅜ"
"이 미친 주접은 뭐지? 전학생 네 눈에 혹시 나는 안 보여?"




갑자기 모르는(?) 남자애가 지은이와 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실 그 녀석은 처음부터 지은의 옆에 있었으나, 내 눈엔 보이지 않았다. 최 애 옆에 누가 있다고 눈에 들어오겠냐고.



"아, 안녕. 미안한데 비켜주지 않을래? 너의 어깨가 지금 지은이의 어깨를 3cm 정도 가리고 있거든."
"아하하하, 구체적이넼ㅋㅋㅋ. 이쪽은 김 태형, 내 단짝이야!"
"헉, 그렇구나ㅠㅠ, 혹시 그 단짝 자리 내가 스틸해도 괜찮을까?"

photo
"뭐야, 이 정중한 미친 애는...?"
"민 윤기, 지각했네. 다행히 선생님은 네가 지각한 거 눈치 못채셨어! 이쪽은 오늘 전학 온 여주!"



윤기와 여주의 자리는 정 반대 방향이었고, 교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미친 주접력을 보여준 여주 덕에 담임은 그의 자리가 비어있단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윤기가 까딱 대충 인사를 건네자, 여주 역시 까딱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전학생은 지금 지은이한테 플러팅 치는 거임? 김태형한테 플러팅 치는 거임?"

photo
"나겠냐? 얘 내가 말 걸때까지 개무시함. 네가 얘 등장하자 하는 말을 들었어야하는 건데. 상당히 또라이야."
"왜 그래, 되게 솔직하고 착한 친구 같은데!"



지은도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찬양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싫진 않은 듯 했다. 그런 지은을 보며 여주는 허헝, 지은 언니가 나보고 친구래ㅠㅠ 이거 그린라이트 맞죠? 하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런 여주를 보며 윤기는 가뜩이나 시끄러운 학교 생활이 더 시끄러워 질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