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친구가 작가라서 02
W.ten10(캔디)

“뭐하냐?”
“아, SNS. 이번 팬미팅때 팬들이 보고싶은 거 있나, 염탐 중.”
하루종일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정국에 남준이 문을 열자, 폰을 들고 뭔갈 보면서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에 슬쩍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종이에 빼곡히 의상 컨셉이라거나, 커버할만 한 노래 등등 고민의 흔적이 보이자 막내의 모습이 기특했던 남준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다시 방을 나섰다. 남준이 나간 후 트위터를 둘러보던 정국은 슬쩍 뒤돌아 본 후 핸드폰 화면을 넘겼다.
“...내가 주인공인 팬픽을 읽는 모습을 들킬 수는 없지...”
정국은 인스티즈를 돌아보던 도중 발견한 [정국 빙의글 추천] 페이지에서 1위에 있는 블로그에 들어가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떤 이미지인지 조금 궁금해서 호기심에 잠시 읽어볼까 했는데, 어느 순간 최신화까지 전부 읽어버리고 말았다. 답답한 고구마 상황을 읽어버리는 바람에 사이다 순간이 간절해진 탓이었다. 문제는 아직 그 사이다 부분이 연재되지 않았다는 것...

“아, 궁금한데..., 다음 화 언제 써주려나...”
입술을 삐죽이던 정국은 어느 세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자신이 읽었던 빙의글의 [전 정국]이 되어있었다.


정국은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소설 속에서만 보던 빙의 현상임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땐 낯선 교실이었으나, 옆 짝궁이 석진이 형이었다. 형...? 하고 부르자, 형이라고 불러도 과자는 전부 자기꺼라며 등을 돌려버리는 모습에 모를 수가 없었다. 설마 빙의글을 읽었다고 빙의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건 익숙한 얼굴들이 주변에 있단 사실이었다. 태형이 형과 석진이 형은 나와 같은 반이었고, 앞 반에 남준이 형과 호석이 형, 뒷 반에 지민이 형과 윤기 형이 있었다. 덤으로 이 세계의 여자 주인공인 아이유님을 닮은 여주도 있었다.
아니, 그래서 여기서 어떻게 나가...?
주인공이랑 해피엔딩을 만들면 되는 건가? 싶어 여주에게 접근한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이름이 김 여주가 아닌 ‘이 지은’이었기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이 세계의 여자 주인공이 그녀가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교무실로 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혹시 이 학교에 ‘여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이 있냐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교에 여학생이 몇 없었기에 대부분의 선생님은 여학생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데, 그 중엔 여주란 이름을 가진 학생이 없다고 했다.

“...그럼 저 어떻게 나가요...?”
“뭐?”
그렇게 난 아무런 방도도 찾지 못한 채 이 세계에서 일 년을 지냈다. 일 년 쯤 지나니 이젠 방탄소년단 ‘정국’이 현실인지, 고등학생 ‘정국’이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 세계가 긴 꿈이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가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웠다. 2학년으로 올라가고, 이젠 멤버들을 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색해졌다. 그렇게 반쯤 포기한 채 지내고 있었는데 김 태형네 반에 미친 전학생이 왔다며 말하는 지민의 말을 대충 흘려듣고 있었을까, 그에 입에서 내가 미치도록 기다려왔던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뭐? 이름이 뭐라고? 이 여주? 확실해?!”
“어, 어... 맞는데? 지은이네 반 전학생 이름... 상당히 또라이라던데 아는 사이임?”
다급하게 묻는 정국의 모습에 지민이 살짝 당황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을까, 정국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반을 나가버렸다. 뭔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표정과 다급한 그의 행동에 지민과 남준은 정국의 뒤를 따라 지은이네 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큰 소리로 헛소리를 외치는 정국의 모습에 달리던 모습 그대로 멈춰서 굳어지고 말았다.

“이 여주!!!! 결혼 하자!!!!”

당황스러웠다. 어떤 미친 놈이 갑자기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 세계에서의 내 이름을 외치며 프로포즈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황했던 나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청혼했다.
“쭉 너만을 기다려 왔어, 이 여주. 내 인생의 구원자.
제발 나랑 결혼해줘.”
“...누구세요?”
얼굴을 보아하니 이 빙의글의 남자 주인공인 전 정국이 분명한데, 어째서 지은이가 아닌 자신에게 이런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아, 물론 지은이에게 했다면 전력으로 내쫓았을 거다.) 분명 이 녀석은 나를 엄청 경계하고, 내가 지은이와 자신들의 사이를 이간질할 때도 몰래 불러내서 사납게 경고를 해야하는데... 어째서 내 행동에 버금가는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내 꿈이라서 그런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 남자애를 좋아하게 되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여주야..?”
“지은아, 나는 얘 몰라! 내가 여기서 한 명과 결혼을 한다면 내가 원하는 상대는 너뿐이야!”
“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 소리를 또 하네. 드라마 보는 줄.”
미친 인간들 사이에 있으니 정신이 괴롭다며 윤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교실을 나갔고, 지은과 태형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국과 여주를 번갈아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의 반응이 어떻든 정국은 오로지 여주만 바라보고 있고, 여주는 오로지 지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