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는 인스타 DM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화면을 꺼버렸다.
"답장… 해야 해? 말아야 해…ㅠㅠ"
‘김플리 X 유하민 콜라보 확정’이라는 말로 댓글창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
괜히 손끝이 덜덜 떨렸다.
은호와 예준이 이 일로 잔잔하게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은호가 말했다.

"답장하지 마. 예의가 없는 팀이야. 일단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저렇게 확정 박아버린 거면, 콜라보했을 때 안 봐도 뻔해"
그치만 예준은 다른 의견이었다.

"... 그치만 그건 그쪽 실수일 수도 있으니까...
플리 네가 만약 그 무대에 관심 있으면, 일단은 전화는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두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플리는 작게 입을 열었다.
"... 일단 내일 전화는 받아볼께요. 번호 남겨달라고 답장 부탁드려요."
은호는 자신의 의견을 선택하지 않은 게 속상한 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눈빛은, 어쩐지 낯설게 속상해 보였다.
***
다음 날 아침.
플리는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았다.
어제의 갑작스러운 SNS 확정 공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난 별 것도 아닌데... 이런 무대에 설 자격이 있나...?"
불안한 감정을 끌어안은 채 학교로 향했다.

"어?! 혹시 밴드부 보컬님이세요??"
"어제 공연 진짜 봤어요!! 저희랑 셀카 한 장만..."
학생 몇 명이 플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아... 저, 저기... 죄송해요!"
플리는 혼란스럽게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뛰었다.
***
밴드부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고르던 플리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하 ㅠㅠ 이게 맞나...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예준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까 누가 알아보고, 사진 찍자고도 했어요. 근데 전 아직 그냥... 고돌대 학생인데..."
플리의 말에 밤비가 놀리듯이 말했다.
"아~ 우리 셀럽 납셨다~! 스타병 초기증상슨~ 병원 예약 잡아드릴까요?"
예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 놀려. 채밤비 -_-"
"ㅋㅋ플리가 작은 관심에도 놀라니까 그렇지~ 그런 건 받아들여줘야 스타가 되는거라구"
"그래 플리, 너는 뭐든 잘하는 애니까. 이 정도 관심은 당연한 거야."
플리는 작게 웃었다.
"그런 말 듣기엔 저는 아직 너무 부족한데…"
은호는 조용히 드럼 앞에서 손을 닦다가, 괜히 시선도 안 준 채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저번 첫 무대부터 이렇게 대박을 친 건데, 이 정도면 잘 하는 거지."
그 말투는 어색할 정도로 담담했다.
플리는 그게 왠지 귀여웠다.
"...선배, 혹시 예준 선배 따라하는 거 아니죠~?"
은호는 당황해서 손을 턱에 올리며 시선을 외면했다.
"그, 그런 거 아냐. 그냥... 넌 그런 관심 받아도 될만큼 재능이 있다ㄴ...는 거지.."
"ㅋㅋㅋ 네에~ 감사해요^^"
***
오후.
플리는 도서관 옆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띠링—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양고대 밴드 VIBE의 유하민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목소리는 의외로 따뜻했고, 차분했다.
약간 낮고 편안한 톤이었다.
"우선 죄송합니다. SNS 글은 제 의도 아니었어요...!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올린 거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아, 네에.. 저도 놀라긴 했어요."
"불편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저희 측이 정말 잘못한 게 맞으니까요..
그보다, 플리 씨 공연...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정전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이끌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뭐라도 한 건데..ㅎㅎ"
"그런 게 프로 아닌가요? 그 영상 보고 저도 같이 무대 서보고 싶었어요."
그 한마디에, 플리는 괜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전, 아직 많이 부족한데요...오...."
"부족하다고요? 그건 저한텐 오히려 좋아보이던데요...!
너무 완벽하게 짜인 무대보다, 무대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진심이 보이는 공연이 더 와닿으니까요."
"...흠흠"
"이번 무대, 같이 해보지 않겠어요? 거절하셔도 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플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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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