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겠습니다!”
플리는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너머에서 하민의 숨소리가 순간 멈춘 듯 했다.

“…정말요?! 고맙습니다, 플리 씨!!! 정말 기대하고 있을게요!!”
“네… 저도요..ㅎㅎ”
전화를 끊자, 손에 땀이 가득 배어 있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플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깐 눈을 감았다.
‘내가 진짜… 이걸 해도 될까? 아니, 해야지. 이 기회를 놓치면….’
플리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
며칠 뒤, VIBE 팀이 고돌대학교로 직접 찾아오기로 했다.

예준이 플리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쪽 팀이 고돌대로 온다고?"
"네에... 여기가 제 홈이니까 더 편하지 않겠냐구 해서...”
"배려 감사하네ㅎㅎ"
“편하긴 한데… 더 부담스러워요. 저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거니까…”
밤비가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셀럽 납셨다~ 유명 밴드가 고돌대까지 찾아온다니~”
예준이 머리를 툭 쳤다.
“그만 놀려, 채밤비이ㅡㅡ 플리가 괜히 긴장하잖아”
밤비는 씩 웃더니, 장난스럽게 손을 들어 보였다.
“아잇 오케이~ 오케이~ 장난도 못치냐아?!”
은호는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드럼 스틱을 돌리고 있었다.
플리는 그의 침묵이 괜히 더 신경쓰였다.
‘은호 선배도… 괜히 나 때문에 피곤해지신 건 아니겠지이…’
***
대망의 콜라보 연습 날.
VIBE 팀이 도착했다.
작은 연습실 안, 낯선 얼굴들이 악기를 세팅하고 있었다.
유하민은 기타를 들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플리는 머리를 숙였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긴장으로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첫 연습이니까, 가볍게 맞춰보죠. 다들 괜찮죠?”
고돌대 밴드부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플리는 숨을 고르고 마이크를 잡았다.
음악이 시작되자, 작은 방 안이 울림으로 가득 찼다.
"Way 4 Luv ~ Way.. 4..~..↗️ luv..."
그런데, 플리의 목소리가 자꾸 흔들렸다.
가사가 머릿속에서 흩어지고, 고음이 갈라졌다.
'ㅇ..왜 이러지...?? ㅁ...목소리가 맘대로... 안 나와...'
플리는 그 순간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곡이 끝나자마자, 무거운 정적이 연습실을 덮었다.

예준이 입을 열었다.
"플리 목 괜찮아? 오늘 목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아...ㄱ...그게..."
기타를 들고 있던 주상원이 팔짱을 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보컬이 왜 이래? 영상에선 진짜 잘하던데, 다 주작이었나?ㅎ....”
플리는 순간 귀가 멍해졌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다.
손끝이 떨리고, 숨이 막혔다.
“죄… 죄송합니다!!”
플리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쾅— 하고 울렸다.
은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야.”
은호는 상원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너 지금 방금 뭐라고 했냐?”
상원은 기타 줄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뭐? 사실 말했을 뿐인데? 솔직히 못했...”

"이 자식이...!"
은호의 눈이 매섭게 변하자, 예준이 급히 은호를 붙잡았다.
“야야야, 진정해! 유은호 !!!”

밤비도 놀라서 은호를 막았다.
“은호야, 진짜 그만해! 여기서 싸움나면 안 돼!”
유하민은 표정을 굳히고 상원을 바라봤다.
“…상원아, 나가자. 너 방금 말은 진짜 선 넘었어.”
상원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형, 뭐… 알았어.”

하민은 다른 멤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그렇게 상원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플리는 학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바닥을 꼭 쥔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작은 숨소리와 함께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나… 나 진짜 왜 이러지…? 모두한테 민폐만….’
머릿속이 복잡하게 어지러웠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