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가 조용히 옆에 앉았다.
“플리.”
은호였다.
“ㅅ..선배… 저, 진짜… 못하겠어요.”
플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 오늘 잘못했어.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흐윽... 맞아요... 저 진짜 최악이죠...ㅠ"
플리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은호는 무릎에 손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근데, 그게 끝이야? 여기서 도망치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플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너 이 노래, 진짜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냐?”
"네에..."
그때, 은호가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은 좀 쉬자, 나랑 갈 곳이 있거든ㅎ”
“…네? 어디…?”
은호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따라와. 오늘 연습은 잠깐 미뤄도 된대. 예준이한테 다 얘기해놨어.”
플리는 조금 머뭇거리다, 결국 은호의 손을 잡았다.
***
도착한 곳은 번쩍이는 오락실이었다.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와 형형색색의 불빛이 가득했다.
“여기… 왜 온 거예요??”
“네 머릿속 복잡한 거 일단 좀 내려놓으라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나 풀자!”

은호는 북 치기 게임 앞에 플리를 데려갔다.
“이거, 해봤어?”
“아… 아니욥….”
“좋아.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은호는 플리의 손에 드럼 스틱을 쥐여주며, 뒤에서 손을 덧대어 살짝 잡아줬다.

“이렇게 잡으면 돼. 손목을 살짝 세워야 돼. 그럼 박자가 안 밀려.”
플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은호의 손이 자기 손 위에 겹쳐져서, 온기가 느껴졌다.
“앗 넵 선배....!!”
"ㅇ...엏 ... 크흠! 그럼 시작버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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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시작되자, 둘은 열심히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쿵 울리는 박자에 맞춰 플리는 점점 몰입했고, 은호는 그런 플리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좋아! 박자 놓치지 마!”
"넷!! 이거 완전 재밌네요!!! 으흐ㅋㅋㅋ"
"좋아좋아, 이것만 박자 놓치지마"
"와!!!! perfect 콤보 떴어요!! S+대박!!!!"
"플리 너 드럼도 좀 치겠는데? ㅋㅋㅋ 잘했어"
"헤헤.. 아니에요 이건 게임인걸요..ㅎㅎ"
“배고프지? 게임도 다 했겠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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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주었다. 맛있게 먹는 플리를 바라보며, 은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옹뇽뇽-
“너, 진짜 먹을 땐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네에?"
"그냥.. 뭐 그렇다고"
“그런 말 하지 마세요오…”
플리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중얼거렸다. 은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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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 은호는 플리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잘 들어가. 오늘 정말 고생했어.”
플리는 고개를 숙였다. “선배… 진짜 고마워요.”
그때, 은호가 플리의 머리를 푸드덕— 하고 헝클어놨다.
“이렇게 헝클어진 머리도 괜찮네, 뭐.. 암튼 들어가라.”
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은호의 손길이 살짝 스쳤는데, 그 순간이 왠지 모르게 더 깊게 남았다.

“…잘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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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플리는 아침부터 연습실로 향했다. 밤새도록, 그 노래를 수십 번이고 불렀다. 한 번이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는 어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그리고, 대망의 2차 연습 날.
플리는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노래 시작하겠습니다.”
연습실 안이 다시 긴장으로 가득 찼다. 플리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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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