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너때문에

14 갈팡질팡

플리는 낯선 남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네? 저요?”

 

“맞아요, 이 무대 포스터, 여기 밴드 팀 무대인거죠?”

 

“아… 네! 저희 고돌대 밴드부랑, VIBE 밴드부 합동 공연이에요...!”

 

“오...... 이 무대, 혹시 지원 같은 거 필요한 거 없어요?”

 

 

“지원이요…?”

 

남자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무대 기획 쪽에서 일하거든요. 가끔 이런 공연에 후원이나 홍보 같은 걸 돕기도 하는데, 혹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 명함 하나 드릴 게요.”

 

플리는 놀란 표정으로, 조심스레 명함을 받아들었다.

‘뮤직 스팟’이라는 로고가 적힌 그것은, 뭔가 더 큰 무대를 예고하는 것 같았다.

플리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

.

 

밤비가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플리? 무슨 일이야?”

 

“아, 아니에요… 이 분이 무대 지원을 해주신다고 해서…!”

 

“좋은 기회일 수도 있네? 예준이랑 상의해봐. 이런 건 팀 전체 얘기라.”

 

“네… 그럴게요!”

 

 

 

 


 

 

 

 

저녁 연습이 끝난 뒤, 플리는 조용히 연습실 구석에 앉아 손에 쥔 명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뮤직 스팟 - 무대 지원 및 아티스트 프로모션

 

은호가 옆에서 말했다.

 

 

“계속 보고 있네, 그거.”

 

“엇!… 은호선배...! ㄱ.. 그냥, 생각 중이에요.”

 

예준이 기타를 정리하다가 한마디 했다.

“그 사람, 뭐라 그랬는데?”

 

“…프로처럼 무대 구성해서 홍보하면, 스폰서랑 연계해줄 수 있대요. 근데 조건이 있어요.”

 

“조건?”

 

“저랑… 악기 몇 명만 해서 무대에 서는 걸 원한대요. 그렇게 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그럼... VIBE랑 협업은 어떻게 하고?"

 

“… 그래서 고민이에요... 근데 우리 팀한테 너무 좋은 기회라서...”

 

은호는 무릎 위에 있던 드럼 스틱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게 우리만 된다는 거지?”

 

“그...쵸?”

 

“플리 넌 어떤데? 이미 VIBE랑 같이 하기로 말 다 끝나서 연습까지 하고 있는데 고민할 게 있어?”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그냥… 좋은 기회 같아서 고민해본건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VIBE의 보컬 재이였다.

“김플리, 너 VIBE랑 콜라보 취소하고, 뮤직 스팟이랑 공연한다는 거 사실이야?”

 

플리는 놀라며 돌아봤다.

“??? 네에…?”

 

“우리 무대는 어쩌고? 너 진짜 이기적인거 아니냐?”

 

“아니에요!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제안받은 건데 언제 거기까지....”

 

“다 들었어. 너랑 몇 명만 무대 서는 조건이면, 우리가 빠지는 거잖아. 지금 우리 깡그리 무시하는 거야?”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콜라보 한다고 해서 믿고 준비했는데, 이제 와서 배신??? 하......”

 

“전 그 제안 받아들인 적도 없어요...!”

 

“그럼 뭐야? 그냥 들어보기만 했다 그거야? 그 자리에서 바로 안 하겠다고 대답도 안 했다면서? 그러면서 무슨...!”

 

 

 

.

.

.

 

 

 

 

"그만!!!!!!"

 

순간 예준의 외침에 연습실엔 정적이 일었다.

 

 

"그만... 지금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밴드부 회장인 내 생각은, 그대로 콜라보 무대 진행하는 거야. 바뀌는 건 없을테니까, 다들 돌아가"

 

"선배...!"

 

"플리 너도, 신경쓸 거 없으니 이만 집으로 돌아가"

 

"....네에...."

 

 

 

 


 

 

 

 

그날 밤, 플리는 연습실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김플리?”

 

플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상원.. 선배?"

 

“... 오늘 얘기 들었어, 힘들어할 것 같길래... 지난 번 실수도 사과할 겸....”

 

“…괜찮아요 ㅎ”

 

 

“그래도 미안하다... 지난번에 내가 진짜 실수했어. 나도 그냥… 마음이 복잡해서...”

 

“이해해요...!”

 

“…정말?”

 

“네. 그런데… 그 감정은… 제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됩니다?! 무튼 다시 전 동료 사이로 선배랑 잘 지내고 싶어요..

 

오늘 일도 위로해주시러 오신 거죠?”

 

 

“…맞아,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할께...! 너 진짜 멋지다, 플리.”

 

"ㅎ.. 아녜요, 저도 오늘처럼 갈팡질팡할 때가 있는 걸요, 뭐"

 

나름 상원때문에 적잖은 위로를 받게 된 플리였다.

 

 

 

 


 

 

 

 

며칠 뒤, 공연 포스터를 여기저기 더 붙었다.

연습이 끝난 뒤, 플리는 복도에 서서 조용히 그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그때, 하민이 다가왔다.

 

“포스터 잘 나왔네~”

 

“그쵸 ㅎㅎ 저도 맘에 들더라구요.”

 

하민은 플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플리야, 너 진짜 이 무대 하고 싶어?”

 

“...선배까지 왜 그러세요?ㅠㅠ 전 이미 그 제안....”

 

"부탁 하나만 하려고"

 

“네?”

 

 

“뮤직 스팟 제안… 수락해줄래?”

 

.

.

.

.

.

.

.

손팅 ♥️

(많이 늦었죠? ㅠㅠ 다음 화는 더 빨리 올께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