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너때문에

17 묘책

1인 병실 안.

플리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하얀 깁스가 칭칭 감긴 자기 다리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3주…?”

 

 

 

 

의사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최소 3주는 깁스를 해야 합니다. 공연은 무리일 거예요.’

 

 

 

 

"3주우..."

 


귓가에 웅웅 되다가, 이내 예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리야, 좀 어때 괜찮아?"

 

 


"야, 갑자기 계단 아래 있어서 놀랐잖냐..."


 

 

… 괜찮아요. 이 정도는… 뭐…”

 


그렇게 센 척하던 플리의 목소리가 결국 울음으로 번졌다.

 

 

“으아아아앙…… 전 진짜 왜 그러는 걸까요... 흐윽 흐아아앙 ㅠㅠㅠㅠ”

 

 

 


순식간에 플리의 볼 위로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세 사람은 병실에 달라붙어 난리였다.

 


“야야야 울지 마!!! 괜찮아, 분명, 분명!! 방법 있을 거야!”

 


“그렇지, 네 잘못 아니니깐 신경쓰지마.”

 


 

“이럴 땐 달달한 거 먹어야 돼. 자, 아~ 해봐”

 


예준이 포크로 케이크를 하나 크게 떠 입 앞에 들이밀자, 플리는 훌쩍거리며 한입 받아먹었다.

 


“…맛있다… 근데 공연은… 흑…”

 


그때, 문이 살짝 열리며 박하가 들어왔다.

 


“…플리... 야...”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박하에게 쏠렸다.

 


박하는 고개를 깊게 숙였다.

“진짜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어. 네가 다칠 줄은… 꿈에도 몰랐어.”

 


플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를 저었다.

“알아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죠… 그냥… 너무 놀라서 울었던 거예요.”

 


박하는 한숨을 내쉬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그래도... 내 탓도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미안...”

 


플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 대신 무대에서 더 열심히 해주세요... 그거면 됐어요.”

 


 

 


 

 

 

 

 

 

 

 

며칠 뒤.

세 사람은 머리만 맞대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깁스한 보컬을 어떻게 무대에 세우냐고…”

 


 

“노래는 되는데 퍼포먼스가 문제지.”

 


“아 머리야……”

 


그때, 문이 열리며 하민이 들어왔다.

 


“그렇게 고민할 필요 없어. 내가 아이디어 하나 줄게.”

 


 

 


 

 

 

 

 

 

 

고돌대 앞, 손님이 한적한 술집에 4명의 남정네가 빙- 둘러앉았다.

네 명이 둥그렇게 앉아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하민이 벌컥 술잔을 들이켰다.

 


“일단 한잔해!”

 


“건배!!”

 


술잔 부딪히는 소리에 어색한 공기가 조금씩 풀려났다.

하민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 생각은 이거야. 첫 무대, 뮤직 스팟 공연에 플리를 ‘하늘에 별을 따는 소녀’ 콘셉트로 세우는 거지.”

 


 

“…별 따는 소녀요?”

 


“그래. 무대 위에 적당한 높이 사다리를 놓고, 긴 치마로 깁스를 가리는 거야. 앉아서 노래하면 신비로운 분위기 제대로 살릴 수 있지.”

 


순간 예준과 은호의 목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얘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건데요?! 위험하게....”

 


하민은 호탕하게 웃었다.

“야, 너희 둘이 플리 낳아서 키웠냐? 안전장치는 당연히 뮤직 스팟 측에 준비해달라 하면 되지. 걱정 붙들어매.”

 


세 사람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그때 밤비가 툭 던졌다.

 


 

“좋아, 뮤직 스팟은 그렇게 해결. 근데 콜라보 공연은?”

 


 



순간, 뒤쪽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ㅈ…제가 의견 드릴게요.”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VIBE의 보컬, 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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