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플리는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누가 큰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딱히 싸늘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쩐지 숨을 들이마시기가 조금 어려웠다.
앰프에서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
튜닝 중인 기타 현이 튕겨지는 소리....
전부 익숙한 소리들이었는데,
오늘은 그 하나하나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플리는 무대 옆,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뻗을 수 있게 배려된 자리였다.
그 사실이 고맙기도 하고, 조금은 숨 막히기도 했다.
“플리 왔어??”
예준이 플리에게 인사를 건넸고,
플리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
“네에..!”
나름 괜찮은 표정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밤비가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오늘 컨디션은?”
플리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괜찮아요. 헤헤..”
괜찮다.
문제없다.
할 수 있다.
은호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플리의 표정과 숨을 천천히 훑듯이 살폈다.
플리는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리허설은 예정대로 시작됐다.
“그럼, 소리 한 번만 맞춰보자.”
플리는 마이크를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는.’
MR이 흘러나왔다.
플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노래를 시작했다.
🎶네 입술이 그리워~"
첫 소절은 안정적이었다.
호흡도, 음정도 크게 문제없었다.
플리는 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연습하니까… 그나마 낫다...’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
후렴으로 넘어가기 직전,
목 안쪽이 순간적으로 조여왔다.
마치, 아주 얇은 막이 숨길을 살짝 가로막은 것처럼 답답했다.
플리는 본능적으로 힘을 더 줬다.
그러자 아주 미세하게, 음이 흔들렸다.
정말 잠깐이었다.
대부분은 지나쳤을지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 ....? '
플리는 그 시선을 또 느꼈지만 모른 척 노래를 이어갔다.
두 번째 고음 타임, 이번엔 숨이 조금 부족했다.
끝까지 끌고 가긴 했지만, 마지막 음이 깔끔하지 않았다.
🎶 "두 개 시곗바늘 맞닿을 때 겹쳐진 시선~"
노래가 끝났고, 연습실 안은 끝난 연주들 덕에 조용해졌다.
너무 조용해서, 플리는 자기 숨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플리야.”
은호가 플리를 불렀고, 플리는 고개를 들었다.
“어제… 너 또 무리해서 연습했어?”
그 질문은 의심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까웠다.
플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ㅇ... 아뇨??”
너무 빨랐다.
은호는 말없이 플리를 봤다.
잠시, 정말 잠시였다.
“진짜 안 했어? 너 전에도 안 했다고 했는데, 무리했었잖아”
“…네, 안.. 했어요... ! 정말...”
플리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았다.
잠깐의 침묵 일었고, 그 사이....
밤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태로는… 무대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플리야.
목 많이 안 좋아? 조금 음정 흔들리던데? 뭐라하려는 게 아니ㄱ..”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플리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굳었다.
“그럼 안 하면 되죠.”
생각보다 말이 빨리 나왔다.
“에엥??”
“죄송해요"
플리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 손잡이가 살짝 삐걱거렸다.
“다 저 때문에 바뀐 거잖아요.”
말을 하다 보니 속도가 점점 붙었다.
“무대 구성도, 동선도, 연출도...
원래 계획이랑 달라진 것도 전부...”
밤비가 뭐라 말하려다 멈췄다.
그 사이, 은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네가 혼자 떠안을 일이 아니야.”
플리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
이번엔 단호했다.
“저 때문에 다들 이렇게까지 하는 거잖아요.”
숨을 들이마셨다.
들이마셔도 자꾸 가슴이 콩콩 뛰는 기분이었다.
“다른 보컬 제가 구해볼께요... 제가 ㄱ,”
은호의 표정이 굳었다.
“김플리.”
“구한다니깐요? 피해 안 가게,”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플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제가 없으면, 다들 편하잖아요.”
그 순간, 은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그렇게 생각하면.”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니 마음이 좀 편해?”
플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말을 잇지 못했다.
은호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너 혼자 버티라고 한 적 없어.”
“하지만….”
“네가 다 떠안는 게 해결인 줄 알아?”
그 말에, 플리의 눈이 붉어졌다.
“그럼 어떡하라는 거예요....
저 가만히 앉아서, 목도 안 좋아서 연습도 제대로 못하는데
다들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지켜보라고요?”
은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일단 ... 병실로 돌아가자, 너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졌어."
"
병실 안,
은호는 플리를 침대에 앉혀놓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플리야, 다른 보컬 구해도 돼. 니 말대로,"
"...?"
"그러니까... 내 말은
부담 가지지 말라는 뜻이야."
"
"너 하고픈대로 하라고, 뭐든 괜찮으니까
난
.
.
.
니 편이거든 ㅎ"
"
"아까 기분 많이 상했어?"
은호는 아무 말도 없는 플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플리를 폭 - 안아 주었다.
플리는 그 품 안에서 버티던 숨을 한 번에 놓쳤다.
“……. 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나… 진짜 열심히 하고 싶어.”
플리가 말했다.
“민폐 되고 싶지 않아... 흐윽...”
은호의 팔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
“절대 민폐 아냐, 무슨 그런 소리를 해”
"흐윽 ..흐ㅎ읍..."
"괜찮아"
그 말이, 처음으로 플리의 마음 깊숙이 내려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예준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플리를 안고 있는 은호의 손과,
그 안에서 울고 있는 플리를 보며
예준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처음으로 분명히 느꼈다.
‘아….’
.
.
.
‘늦었구나...ㅎ’
플리는 은호가 쥐어준 요구르트를 들고는 말이 없었다.
울음은 그쳤지만, 눈은 여전히 붉었다.
“목… 아프면 말해라?”
은호가 말했다.
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그 말도 하지 마.”
은호는 다정한 눈빛으로 플리를 위로해주었다.
병실 밖,
은호는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조금 전 플리의 눈물이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이제.”
은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더는 모른 척 못 하겠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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