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너때문에

24 별을 따는 소녀

병실 창가로 햇빛이 길게 스며들었다.

플리는 침대에 앉아 목에 따뜻한 수건을 두른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

 

소리를 내자, 생각보다 맑게 울렸다.

“…어?”

 

플리는 잠시 눈을 크게 뜨고는 괜히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금만 소리를 내도 목 안쪽이 따끔거렸는데,

지금은 숨도, 음도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회복 속도가 꽤 빨라요.”

 

의사는 차트를 넘기며 말했다.

“다행히 성대에 큰 손상은 없네요 ㅎㅎ 다만, 무리만 안 하면 됩니다.”

 

플리는 손을 꼭 쥐었다.

“정말… 저 무대 서도 돼요?”

 

“네, 무대 시간이 길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 ㅎㅎ”

 

그 말에 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 플리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이제는 이 공간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다.

 

“왔네?? 요이 플리 ~~”

 

밤비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목은 어때?”

 

“의사쌤이 괜찮다고 하네여..”

 

은호가 그 말을 엿들으며, 드럼 앞에 앉아 스틱을 손에서 굴리고 있었다.

플리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

 

키스 이후로 서로를 똑바로 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어려웠다.

눈만 마주쳐도 괜히 심장이 먼저 반응해서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플리야,”

 

은호의 목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후렴 들어가기 전에 호흡 한 박 늦춰볼까?”

 

“…아..! 그게 나을까요??”

 

플리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선배는 드럼 박자 이 부분에서 조금만 더 눌러주면 제가 고음 올라갈 때 편할 것 같아요.”

 

“여기?”

 

“네, 딱 이 지점!”

 

둘은 그렇게 아주 프로답게 대화했다.

눈은 거의 마주치지 않고, 불필요한 말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남들이 보기에는 더 어색했다.

밤비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둘이 싸웠어?”

 

예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잠시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아마 ... 그 반대일걸.”

 

"반대?? 뭐래"

 

"더 친해진 걸꺼라고 ㅎ"

 

 

연습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플리는 억지로 소리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의지 대신 호흡으로 소리를 냈다.

 

노래가 조금씩 몸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예준이 말했다.

 

“지금 이 상태면 무대에서도 충분할 듯? 연습은 여기까지 하자 ㅎㅎ”

 

플리는 그 말에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그리고...

대망의 뮤직 스팟 공연 날이 다가왔다.

 

 

무대 뒤는 분주했다.

조명 점검, 무대 장치 체크까지

스태프들의 빠른 발걸음으로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플리는 긴 치마를 입고 사다리 형태의 무대 장치 위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가릴 만큼 길게 내려오는 치마로 깁스를 가렸다.

 

조금 긴장된 손이 숨겨지지가 않았다.

 

“떨려?”

예준이 옆에서 물었다.

 

“조금요... 헤헤”

 

“괜찮아.”

예준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예쁘다 플리야...”

 

예준의 뜬금없는 칭찬에 플리는 괜히 웃었다.

“헤헤 감사해요... 저 떨어지진 않겠죠…?”

 

“그건 걱정 마. 우리가 다 보고 있으니까.”

 

무대 위로 조명이 켜졌다.

관객석에서 웅성거림이 퍼졌다.

 

그리고..

 

🎶 Starry night… 오늘을 준비했어…

 

플리의 목소리가 조용히 공연장을 채웠다.

예준과의 듀엣은 놀라울 만큼 황홀한 조합이었다.

 

서로를 밀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호흡

후렴으로 들어가는 순간, 무대 장치가 천천히 올라갔다.

 

“와...!!!!!”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플리는 조금 높아진 시선에서

조명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잡아당기는 순간,

 

펑!!!!!

 

 

별 모양의 컨페티가 공연장 전체로 흩어졌다.

마치 별이 쏟아지는 것 같은 연출이었다.

 

플리는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다친 것도, 힘들었던 연습도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았다.

노래는 끝까지 완벽했다.

 

 

 


 

 

 

공연이 끝난 뒤,

 

“미쳤다.”

 

“이거 영상 벌써 떴어.”

 

“고돌대 밴드부 뭐야…?”

 

SNS는 ‘별을 따는 소녀’ 영상으로 도배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VIBE와의 콜라보 공연도 엄청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플리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음 무대도, 잘해내야지...!!!”

 

 


 

 

 

그날 밤.

은호는 플리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

밤공기가 시원했다.

 

“오늘… 진짜 잘하더라?”

은호가 말했다.

 

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덕분이에요.”

 

“아니."

은호는 짧게 말했다.

“네가 해낸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은호는 멈춰 서서 플리의 머리를 쓰담았다.

“기특하네, 플리.”

 

그 말에 플리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선배.”

 

“응?”

 

플리는 은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언제까지 고백 안 할 거예요?”

 

“…뭐?”

 

그 순간...

플리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아주 짧게 입술이 닿았다.

 

 

플리는 바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번엔 제가 소원 쓴 거예요오...”

 

은호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 큰일 났네,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그렇게 둘은 밤하늘 아래에서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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