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은 비밀이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오늘은

그 애가 먼저 물었다.

 

“너도,

학교 말고 다른 데선 말 없는 사람이지?”

 

나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서도?”

 

“응.”

 

“…힘들었어?”

 

“많이.”

 

우리는 도서관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햇빛이 들이쳤고,

먼지가 빛에 떠다녔다.

 

나는 그 빛을 피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좀… 일이 있었어.”

 

“뭐?”

 

“왕따였거든.”

 

이한이

고개를 돌렸다.

 

“…너가?”

 

“응.

되게 오래.”

 

“왜?”

 

“이유 같은 건 없었어.

그냥 쉬워 보였겠지.”

 

이한은 말이 없었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때 이후로는

누가 먼저 다가오면,

그게 더 무서웠어.”

 

“…왜.”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까.”

 

 

 

 

 

 

 

 

 

 

 

이미지

 

그 애는 손등을 책상에 올려뒀다.

그냥, 가만히.

 

나는 그 손을

잠깐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한은 그걸 알고 있었을까.

내가 이런 애인 거.

 

그 애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너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조용히 학교만 다녔을 거야.”

 

“그게 뭐야.

칭찬이야?”

 

“몰라.

그냥 사실.”

 

 

 

 

 

 

 

 

 

 

 

 

이미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애를 봤다.

 

이한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네가 있으면,

좀 덜 무서워.”

 

그 말이,

너무 조용하게 들려서

오히려 더 크게 울렸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내가 입을 열었다.

 

“같이…

계란 싸올래?”

 

그 애는 웃었다.

 

“그건 좀 빠르다.”

 

“…그럼 같이 걷자.

점심시간마다.”

 

이번엔,

그 애가 대답했다.

 

“응.

그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