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애가 먼저 와 있었다.
기계실 옆 문을 열자마자
등짝이 보였다.
교복 셔츠에 살짝 젖은 머리.
선풍기 바람도 없는 더운 옥상.
그런데도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어제처럼.
내 자리에.
"또 왔네."
그 애가 먼저 말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 애는 어제보다 조금 더 편해 보였다.
다리 한쪽을 쭉 뻗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
내가 도시락 꺼내는 소리에
그 애가 눈을 떴다.
“또 달걀 있어?”
나는 도시락을 열었다.
정직한 반찬 구성.
김치, 계란, 햄.
어머니의 3콤보.
“응. 넌?”
그는 빈 손이었다.
“오늘은 안 챙겨왔어.”
“안 싸줘?”
“싸줘도 안 챙김.
그냥 귀찮아서.”
그 말 끝에 어제와 같은 힐끔.
달걀말이 바라보는 눈빛.
나는 또,
괜히 밀어줬다.
“한 조각만.”
그는 진짜 한 조각만 집었다.
식사 끝나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봤다.
옥상은 조용했고, 하늘은 맑았다.
이한은 천천히 숨을 쉬었다.
마치 그게 오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밥 먹는 거… 재밌냐?"
갑작스레 그가 물었다.
나는 멈칫했다.
“…뭐가?”
“그냥. 너 되게… 열심히 먹더라.”
그 말이,
비웃음도 아니고 호기심도 아닌,
그냥 관찰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진심 섞인 대답을 꺼냈다.
“먹을 땐 딴 생각 안 해도 되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작게 말했다.
“…그건 좀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