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항상 그 계단을 오른다.
3층 끝,
기계실 옆 비상문.
덜컥, 열면 옥상.
그리고 고요.
누가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오늘은 그게 현실이 됐다.
문이 열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애는, 그냥 서 있었다.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살짝 날렸고,
교복 셔츠가 펄럭였다.
말도 없이,
그냥 내 쪽을 바라봤다.
"여기... 너만 오냐?"
입을 연 건 그 애였다.
처음 본 얼굴은 아니었다.
이틀 전 전학 온 애.
이한.
낯선 이름치곤, 귀에 남는 이름이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조용해서 올라왔는데, 사람 있네."
혼잣말 같기도, 말 거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어색하게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괜히 들킨 느낌.
“괜찮아. 그냥… 앉아도 돼.”
말하면서도 내가 왜 허락을 해준 건지 모르겠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조심스럽게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애는 말이 없었다.
나도 말이 없었다.
그 애는 내 도시락을 힐끔 봤다.
눈치 안 주는 척, 너무 티 나게.
나는 그게 웃겨서
괜히 젓가락으로 달걀말이를 옆으로 밀었다.
“달걀, 맛있어 보여서.”
그가 말했다.
“많이 먹진 않는데.”
그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게 뭐,
사과인 건가?
점심시간 끝 종이 울릴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먼저 일어났다.
그는 나보다 한 박자 느리게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문 앞에서 뒤돌아봤다.
"내일도 여기 있어?"
나는 대답을 안 했는데,
그 애는 그냥 웃고 나갔다.
그 웃음이 머릿속에 남았다.
자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