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7. 마지막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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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때부터 아이돌이라는 꿈을 다시 가졌다. 오디션도 여러번 보고 시간날 때 마다 춤과 노래 연습을 하고. 찬주도 SNS를 통해 날 알려주었다. 덕분에 난 데뷔 전부터 조금씩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임지헌은 어디서 뭘 하고있는지 소식을 알 수 없었다. 확실히 내가 임지헌보다 유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난 고2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데뷔확정이란 소식을 맞이하게 되었고, 임지헌도 데뷔해서 TV에 나왔다. 좀...뜨긴 했다. 그러나 과거가 좋지 않았어서 그런지 학폭논란이 나오곤 했다. 얼마 가진 않았지만 며칠동안 욕을 많이 먹었었다. 그걸로라도 만족하고 좋아했었는데, 불행이 찾아왔다.
지이이잉 -
지이ㅇ -....
"여보세요?"
"서찬주씨 친구분이죠?"
"맞는데... 누구시죠..?"
"나 찬주 아는형인데...."
"지금...OO장례식장으로 올 수 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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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들어왔을 때, 세상이 무너진것만 같았다.
왜일까. 왜 아는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사진속에 찬주가 있는 것일까. 너무 괴로웠다.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눈물만 나왔다. 힘들 때 날 도와주는 사람, 나의 1호 팬이 되어 응원해주던 사람을 이젠 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ㅇ, 이거 뭐예요....?"
"아니죠....?
찬주 어딨어요? 저 찬주랑 할 말 있는데..."
"이런걸로 장난치지 말고 빨리 찬주 데려와요....!!!"
"지민아... 일단 진정하고....."
"미안하지만 진짜 맞아...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 갑자기 죽었다는 게 안믿기고 슬퍼.."
"근데 넌 얼마나 슬프겠니...
네 맘 다 아니까 일단 진정해...."
"하아아..., 왜..왜 나한테만 이러는건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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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서야 난 현실을 받아들이고 진정할 수 있었다. 형의 말로는 찬주가 스트레스로 인해 나쁜산택을 했다고 한다. 무슨 스트레스때문에 그랬는지 궁금했지만 형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줘요, 뭐 때문에 그런건데요...?"
"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미안하다.., 너한테는 못 말해줘."
"왜요?"
"......"
난 알았다.
스트레스 원인이 나 때문이었다는 걸.
"....아..
나 때문이구나.."
"....아니야.., 너 때문에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
"저 말고 그럼 뭐가있어요.
저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자세하게 뭐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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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가 임지헌과 싸운 날. 임지헌은 분이 안풀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지인을 이용해 찬주를 심하게 괴롭혔다고 한다. 매일 찾아가 괜히 화풀이를 했다거나 채팅방에서 욕을 했다거나 신체를 망가뜨렸다거나. 이제 난 괴롭히면 안되니까 괜히 찬주를 2배 이상으로 괴롭힌거다.
임지헌이 데뷔했을 땐 곧 데뷔하는 나를 이용해 협박을 했다고 한다. 박지민 학폭 폭로글 안쓰면 죽인댔다나 뭐라나... 그냥 쓰면 됐을 걸 내게 너무 미안해 거절을 했고, 그걸로 빡친 임지헌의 지인들이 죽도록 팼다고 한다. 이때 한계를 느낀 찬주가 스스로 자살을 해버렸다고 한다. 이게 이유다.
이정도로 힘들어하던 찬주를 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냥 얘가 날 너무 좋아하구나. 진짜 고맙다. 이거 뿐이었다. 멍청하게 자기 말고 나부터 생각하다 이렇게 되어버린 찬주가 너무 밉고 미안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고생을 했을까. 찬주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조금이라도 찬주에게 손찌검 했던 사람들을 모두 다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박지민 너 괜찮은 거 맞아..?"
"그러니까 내가 듣지 말랬잖ㅇ..."
"그 X끼들 어딨어요."
"어...?"
"찬주 괴롭혔던 X끼들 어딨냐고. 임지헌 지금 어디서 뭐 하고있어요? 설마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웃으면서 방송하고 있는 거 아니죠? 저 못참겠어요. 그냥 그 X끼들 죽이고 나도 죽을래요."
"지민아..."
"찬주 죽인놈들 어디서 뭐하고 있냐고....!!!"
"이러지 마, 제발... 진정하자 지민아...!
너 이러면 아이돌이고 뭐고 다 없는거야. 찬주랑 한 약속 지켜야지.."
"......"
"내가... 이거 너 너무 힘들어하면 어쩌지 하고 줘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는데..."

"찬주 방에 있던거래. 안에 보니까 너한테 쓴 거 같더라고.
이거 읽어서라도 제발 정신차려.."
"....."
형이 나한테 준 건 그냥 구겨진 종이였다. 찬주가 나한테 쓴 편지라는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난 흥분된 마음을 진정하고 구겨진 종이를 열었다. 종이 안에는 많은것들이 적혀있었다.
- 내 친구 지민이에게.
솔직히 나도 내가 이걸 왜 쓰고있는지 모르겠다..ㅎ
이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좀 뭔가 오묘해.
너가 이걸 볼지 안볼지 모르겠지만 안볼 확률이 높겠지?
안볼거라 생각하고 그냥 막 써보도록 할게...
넌 모르겠지만 나 지금 20대 형들한테 괴롭힘? 당하고있어.
이유는 너가 짜증나는데 못건드니까 나 건드는거라고 하더라.
솔직히 나 너가 좀 미웠어. 괜히 내가 괴롭힘 당하는 거 같아서..
이렇게 생각하기 싫은데 생각하게 되더라.. 미안해 지민아.
그래서 나 네 잘못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중이야..!
이런 나 좀 이해해줘... 요즘 내가 너무 힘든가 봐.
나 좀 이상해. 분명 널 응원하고 있긴 한데 하기 싫은 것 같고
너가 친구긴 한데 친구로 안느껴지는 거 같달까...
이러기 싫은데.. 나 어떻게 해야될까? 계속 너랑 친구하고 싶은데..
거리감이 느껴지고 있어. 왜인지 네 얼굴 보는 게 싫어지는 것 같아.
그냥 너가 너무 싫어진 거 같아. 너 때문에 괴롭힘 당하는 게 너무 아파서.
아무잘못 없는 내가 맞아야 되고, 힘들어야 되는게 너무 웃겨...
진짜 미안해 지민아... 이런 생각 하기 싫은데 자꾸 하게 돼..
나 어떻게 해야되지... 이제 나 지친 것 같아서 무서워.
너 데뷔하는 모습 보고싶은데 못 볼 것 같아서....
데뷔해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 보고싶은데 내가 거기까진 못 갈 것 같아.
미안해 지민아. 내가 널 보지 못해도 넌 그냥 너가 하던대로 했으면 좋겠어.
무슨 일이 생겨도 포기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너가 원하는 거 다 해줘.
임지헌한테 최고의 복수를 해줘. 걔가 우리한테 했던 짓을 다 되갚아 줘.
너랑 나랑 약속한 거니까... 꼭 지켜줄거지? 그럴거라고 믿는다?
완전 대충써서 문맥이 이상하긴 할거야... 근데 뭐 어때.. 너 안볼텐데...
멀리서라도 난 너 꼭 응원할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꼭 데뷔해줘.
- 지민이 친구, 서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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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주는 내가 얼마나 밉고 싫었을까. 얼마나 나를 원망했을까.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다면 내가 여기 있지 않았을텐데. 이 편지를 읽지 않았을텐데. 찬주가 내 데뷔무대를 볼 수 있었을텐데. 심장이 너무 아팠다. 찬주의 마지막 소원을 꼭 들어주고 싶었다.
꼭 데뷔를 해서 멋진 무대를 하고, 내 친구를 죽게 만든 임지헌을 바닥 끝까지 추락시키고 싶었다. 그럴 것이다. 난 무조건 찬주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이게 나와 찬주와의 가장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약속이니까.
최고의 복수를 꼭 성공하고 말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