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이제이
모두가 나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나의 붉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내가 언젠가 타락하여 날개마저 검게 변해 저 아래로 추락하고 말 거라며 떠들어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는 이 새하얀 종족들에게 섞여들 수 없다. 나는 그들에게 괴물이었다.
그들은 하늘 위의 세상에 허락받은 이들이다. 새하얗고 아름다운 날개와 맑은 눈동자를 가진 고귀한 종족. 그들은 내게 너무 높았고 그들의 순백은 서늘함마저 느껴지게 했다.
그 날은 유독 손에 꼽을 정도로 행복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날 할퀴어대던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구겨지던 아름다운 눈매가 그 날만은 한층 유순해진 채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그 날 나는 그런 시선을 받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수장 앞에 섰다. 항상 메말라 있던 내게 잠시나마 따뜻함을 가져다줬던 그 몇몇은,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던 탓이었구나 싶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내가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온몸이 탈 것 같던 고통이 점점 잦아들었다. 주변은 캄캄했고 몸은 붕 뜬 기분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낯선 공기. 낯선 공간. 낯선... 남자.
"깼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짧게 말을 마치고는 턱을 괸 채로 놀라 상체를 일으킨 나를 훑었다.
"...여긴 어디죠?"
"내 집"
"......"
"...중에서 남는 방"
그는 내 표정이 찌푸려진 걸 보더니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적당히 대꾸만 하고 계속 날 뜯어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신 누구에요?"
말을 마치자 약간은 장난스럽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마가 약간 찌푸려진 것도 같았다. 그는 어느새 한층 서늘해진 눈동자를 하곤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것 봐라"
"......"
"내가 누군지 몰라?"
그가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를 쥐고는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날 살피는 건가. 살피라고 내주는 건가. 그가 점점 눈을 맞춰오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뭐야"
"......"
"왜 가려"
"...내 눈은 보면 안 돼요"
보면... 저주받는다고 했어요. 말꼬리가 흐려지고 목소리가 떨려왔다. 고개를 떨군 채 어쩔 줄 몰라 요동치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잠시 날 바라보던 그는 손을 올려 내 눈앞을 가리던 머리카락을 넘기곤 날 빤히 쳐다봤다.
"이게 왜"
"......"
"예쁜데"
그의 손이 서서히 내려가 내 턱을 받쳐들었다.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여기 봐"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그를 똑바로 쳐다보자 무쌍의 눈이 시야에 잡혔다. 은은하게 검은 빛이 도는 눈동자, 나와 같은... 붉은색.
"봐, 너랑 똑같잖아"
"......"
나는 미동없이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속눈썹도. 그의 이마를 덮은 검은 머리칼도. 이제서야 그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담겼다. 처음 보는 나와 비슷한 존재. 어째서?어째서 나와 같은 걸까. 그도 괴물인 건가?혼란스러움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뭐, 네가 있던 곳에선 많이 튀었겠지만"
"......"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족속들이니까"
"......"
"그래서 너..."
그가 순간 멈칫했다. 목소리가 끊어졌지만 눈치껏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흔들리는 동공, 시선의 끝에 닿은 나의 어깨.
"......"
단어를 골라내는 중일까. 말을 꺼낸 걸 질책하고 있는 걸까.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시였다기보다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침묵을 깨고 들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