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저희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고 하던데..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대표님.”
“앉으세요.”
세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벌써부터 본론을 꺼내면 재미없으니까
그럴 듯한 서류를 보여주며 시선을 끌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는다
“이건 사업 서류입니다.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보세요.”

그러곤 앞에 놓인 술을 부드럽게 넘겨
여유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머리에 심어준다
여유롭고 무방비상태에서 받은 충격이 보여주는 얼굴이
더욱 재밌고 우스우니까
*
“그럼 이렇게 진행하시는 건 어떨까요?”
“네.이렇게 하는 걸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아,그리고.”
이때쯤 꺼내드는 사진 한 장
“기억하시나요?”
“..아뇨.모르는 아이입니다.”
“아,아이가 예쁘네요.대표님이 일찍
결혼이라도 하신건가요?”
콰앙-!

“세상 사람들 다 모른다해도.. 당신들은 알고 있어야지.”
“그쪽들이 팔아넘긴11살짜리 여자아이가, 12년간 무슨 일을 당해야했는 줄 알아?”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렇지..”
“ㅇ,이 아이가 누구길래 우리한테 그래요?!”
“우린 진짜 모른다니까!!”
“기억이 안나는구나..”
“금방 기억날겁니다.그런 방법이야 널렸으니까.”
“여보 가요!이런 사람이랑 계약하지맙시다!”
문 쪽으로 걸어가는 부부
그 모습에 웃으며
두 사람 반대 방향의 창가를 통해 야경을 느끼는 지민
철컥-
“뭐,뭐야..!!”
“문이 안열리나봅니다.”
마지막 한모금 남은 술을 마시고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응시하는 지민
“조용히 따라가는 게 좋을겁니다.”
“괜히 다치게하고싶진 않네요.”
*
건물10층
조직원들이 당구대를 치우고 있었다
“새끼들.. 니네 이렇게 담배 피우다가 폐 썩어.”
“대표님 뒤엔 누굽니까?”
“아,손님들.”
“뭐.. 최근에 알아보시던 분들인가봅니다.”
“어. 키티는.”
“주무십니다.”
“보고올테니까 묶어둬.”
“예.”
끼익_
사무실 문이 한번
안쪽 방 문이 한번 열렸다
곤히 자고 있는 여주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는 지민
“으응..”
말랑한 촉감에 뒤척거리다 눈을 뜨는 여주
“..지민이.. 왔어..?”
“응키티.나 왔어.”
“그 사람들도 데리고 왔어.밖에 나와서 볼래?”
“…”
“싫으면 여기 있어도 돼.”
“..응.. 갈래..”
“쇼파 뒀어.거기 앉아있자.처리는 애들이 할거야.”
*
무릎을 꿇고 묶여있는 두 사람
그 앞 쇼파 위에 두 사람이 앉는다
지민의 무릎 위에 앉은 여주와
여주의 어깨에 기대 목에 얼굴을 묻는 지민
“간지러워..”
"죄송합니다.. 미안해.”
“응..”
지민이 여주에 볼에 뽀뽀를 두어번 해주고서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옮긴다
닿으면 얼어버릴 듯 한 시선

“이래도 기억이 안나?”
“2억도 아니고.. 200에 한 아이의 인생을 팔았어.”
아직까지 무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여주
감정을 쏟을 필요 없다고 느낀걸까
“말 안할거야?”
“야 그거 가져와.”
지민의 말에 무언가 액체를 머금은
솜을 들고오는 조직원
“염산을 적신 솜이야.혓바닥이 필요없다면 녹여주고.”
“다시 물을게.그 아이,기억 나?”
지민의 무릎에 앉은 여주를 힐끔 보고선
입을 여는 여자
“기억.. 납니다..”
“그때는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요..!!너무.. 너무 가난해서..”
여자의 말에 눈을 꽉 감는 여주
이를 느낀 지민이 여주의 몸을 돌려 자신에게
안기도록 만들었다
그러곤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지민
“쉬이.. 괜찮아.”
“옆에 앉아있어.손 잡아줄게.”
여주가 옆에 앉자,봉투 하나를 두 사람 앞에 던지는 지민
두꺼운 흰 봉투를 남자와 여자가 본다
“200.지난12년을 돌려내.”
“그때와 같은 금액이야.자신의 딸을 팔고 받은 돈.”
“같은 돈을 줄테니,이 아이의 유년시절을 돌려내.”
“다,당신 미쳤어?!!신고할거야!!
당신 사기죄로 고소할거라고!!”
남자의 말을 들은 지민이 턱짓을 하자
조직원 한명이 솜을 남자의 입 안에 넣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남자의 고통스런 신음이 건물을 울렸다
지민의 표정은 변함 하나 없었지만
여주는 눈을 꽉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이제 그쪽 차례.”
“한 아이의 소중한 유년시절을 돌려내.”
“죄송합니다..끅,죄송합,니흐끅다아..”
“평생,평생 속죄하,끅며.. 살겠습,니흐끅다흐..”

“어떻게 할거지?다리를 내놓고 갈건가?”
“아님 팔?뭘로 이 아이의 지나간 시간을 속죄하며
산다는거지?”
“지민아.. 그만.. 그만해.. 나 괜찮아.. 이제 그만..”
“너 용서할 수 있어?”
“..아니.. 용서할 순 없어.. 근데..”
“그정도면 됐어.. 평생 공포에 시달려 살거야..”
“저 남자는 아마 죽을거고.. 여자는,평생을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삶을 살게될거야..”
“난 그거면 돼..”
“정말 이거면 돼?괜찮겠어?”
“응.. 나 이거면 돼..”
“용식아.이거 잘 치워.”
*
달빛이 쏟아지는 침실
지민의 품에 파고드는 여주
자신보다 더한 아픔을 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
그거면 됐다
이제 아프지 말고
그 일은 다 잊고
너와 함께 웃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런 여주를 보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지민
“..너 괴롭히는 새끼들.. 내가 다 없애줄게..”
“그니까.. 이제 그만 아파하고..”

지민은 서랍 위 반지케이스를 보고
여주의 작은 손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랑 행복하게 살자 여주야..”
그렇게 그날의 바람은
창문을 통해 여주의 아픔을 데려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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