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깨어났을 때는 깊은 잠을 잔 거처럼 몸이 무거웠고 병원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려고 했을 때는 눈이 떠지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질 않았다.
무슨 상황이지? 내가 왜 병원에 있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여기 맞아? ''
" 네, 저기 이름 쓰여있네요. "
" 박채영 이름이 참 이쁘네... 뭐해 박지민 빨리 문 열어 "
" 열려고 했어요 "
병실 문이 열렸고 목소리들에 주인이 들어옴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박지민 네 탓이니까 네가 해결해 "
" 네.. 근데 저 사람이 계약을 할까요?"
한 명에 목소리가 분명 낫 익었다. 기분 탓일까?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었고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안 그래도 굳어 있는 몸이 더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 나야 모르지? 근데 얘 왜 안 일어나? "
" 박채영 씨는 혼수상태니까요 "
" 아.. "
탁!
" 누.. 누..누구세요?! "
" 우리 저승사자 "
.
.
.

.
.
.
" 네? "
내가 정말로 정신이 나간 것일까? 아님 이 사람들 정신이 나간 것일까? 아님 그냥 꿈을 꾸는 것인가.. 모든 것이 꿈이 길 빌었다.
" 말도 못 하는 식물인간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데? "
" 그건.. "
" 그리고 지금 네 모습이나 봐 "
고개를 떨궈 내 손을 보았을 때 시야에 보이는 것은 흐리멍덩하면서 투명한 내 손이였다. 투명한 손안에는 누워있는 내가 보였고 몸에는 울퉁불퉁한 피부가 느껴졌다 이 모든 게 꿈이 라기에는 너무 생생하게.
" 우리가 영혼을 몸에서 뺀 것뿐이야 "
내 앞에 있는 저승사자라는 자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을 대답해 줬지만 나는 아직도 이게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았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혹시 내가 죽은 건가..?
" 저 죽은 건가요..? "
" 아니요, 계약을 위해 영혼을 뺀 것뿐이지 채영 씨는 수명이 많이 남아있으니 안심하세요. "
" 아.. 다행이다.. 근데 계약? "
"막내 실수 때문에 왔어, 박채영 너는 식물인간으로 5년간 있게 될 거야"
" 네? 5년이요? "
" 네, 그래서 계약을 하려고 왔어요. 지금까지 업적도 괜찮고 제 책임도 있고 해서 저희와 계약하면 코마를 더 빨리 깨울 수 있을 겁니다."
5년을 코마 상태로 있는다면 가족들이 걱정하겠지 그러다가 힘들어서 날 포기할 수도 있어. 저승 일이 그렇게 힘들진 않을 거야.. 망자들만 저승에 데려가면 되는 거 아닌가?
" 할게요!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
" 저승으로 먼저 가야 돼. 설명은 가면서 해줄게 "
" 가자 "
한 저승사자가 손을 튕기자 밝게 빛이 나는 무언가가 병실 안 창문 쪽을 채웠다. 너무 밝아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눈을 감아도 보이는 빛을 피하기는 어리석다는 걸 눈치채고 가까이가 가자 몸이 저절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심정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 채영 씨, 도착했으니까 정신 차리세요. "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그 말에 진정되기 시작하고 정신을 차리자 저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에 풍경이 내 앞에 있었다. 분명 짓은 어둠과 안갯속에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별이 가득한 은은한 분홍과 라일락 보라 하늘에 땅은 솜사탕 막대기처럼 매끈하면서 연한 캐러멜색이였다.
"이쁘네요.. 저승은 어둠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그런 시기가 있긴 있었어요. 근데 옥황상제님이 바뀔 때마다 저승도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옥황상제가 바꿔요?"
"네, 옥황상제 님들도 힘들 테니까요. 퇴직하고 실컷 놀고 있거나 환생해서 잘 살고 계실 겁니다."
"아.. 대기업 회장이 자식한테 자리를 물려주는 것처럼?"
"자식은 아니고 간택 당하는 거지. 시간 없어 저승으로 가자고"
"여기가 저승 아니었어요?"
"여기는 저승 입구입니다. 조금 걸어가면 되니까 잘 따라오세요"
"네..."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승과는 많이 달랐다는 거에 놀랐지만 이런 저승이 더 마음에 들었다. 주위를 더 둘러보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 보지 못하던 저승사자님들을 봤을 땐 어느 정도 성격, 스타일,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여자 저승사자님은 순하면서도 차가운 도시녀 같은 얼굴에 몸은 모델 같은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까칠하면서 도도한 성격을 말하는 뉘앙스로 바로 알아차렸고 흰색 샤넬 크롭과 무난한 청바지 그리고 흰색 스니커지가 키와 얼굴을 더 돋보이게 했다.
제일 키가 큰 남자 저승사자님은 차가운 얼굴에 레트리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되게 차분하며 지적인 느낌을 행동과 말하는 방법에서 알 수 있었다. 검정 정장에 검은 바지, 그리고 흰 목 폴라를 입고 있었고 왠지 모르게 직장에 일 잘해 초고속 승진한 인기 많은 상사 느낌이 계속 풍긴다.
마지막으로는 병아리같이 생긴 저승사자님 이였다. 그냥 순하고 착하게 생겼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때 학생 이름을 부르던 사람인 거 같다. 하늘하늘한 파란색 블라우스, 검정 정장 바지와 검정 구두가 남친룩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박채영씨? 듣고 계십니까?"
"네?"
감상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저승사자님을 무시한 꼴이 된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