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현 우리 놀이공원 놀러 가자 ”
“ 갑자기? “
” 응응 나 공짜 티켓 두 장이나 생겼거든 “
” 뭐.. 좋아 “
사실 이 모든 것은 강경 강태현 내 사위파 우리 엄마가 짠 계략이다. 철저히 강태현을 내 남자로 만들어서 오라나 뭐라나.. 내가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 간다.
어릴 때부터 강태현에게 자신의 사위가 되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던 우리 엄마는 현재도 끈임없이 요구 중이다.
처음에 나와 강태현이 만난다고 했을 때 우리 엄마는 뒷목을 잡았다. 너무 좋아서
나같이 칠칠 맞은 애는 강태현 같이 차분하고 착실한 애한테 시집을 가야한다나 뭐라나
하여튼 우리 엄마지만 강태현을 너무 좋아한다.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우린 두밧월드로 향했다.
” 강태현 이거 써봐 “
” ? 이게 뭐야 “
” 다람쥐 머리띠! “
놀이공원 필수코스인 머리띠를 사기 위해 소품샵에 먼저 들어갔고 강태현에게 아주 어울릴만한 다람쥐 머리띠를 발견했다.
스윽,
“ 미쳤다.. 태현아 ”
“ 괜찮아? ”
“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
“ 그럼 그냥 다른..ㄱ ”
“ 너무 귀여워.. 진짜로 “

” ..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
“ 잘못은 무슨..! 나 평소에도 이러잖아 ”
” 오늘 유독 더 심한 것 같아 “
” ㅎㅎ.. “
오늘 놀이공원으로 출발하기 전,
” 무조건 태현이를 즐겁게 해. 그게 오늘 네 임무다 ”
“ 엄마 딸은 나라는 걸 잊지 말아줄래..? ”
“ 엄마 사위는 태현이가 할거니까 괜찮아 ”
“ … ”
그래서 강태현에게 오늘 하루종일 칭찬을 마구마구 쏟아낼 예정이다.
“ 난 뭐가 어울리려나~ ”
“ 너는.. ”
“..?”
“ 이거! “
스윽,
” 너 진짜 죽을래..? “

” 푸흐.. 왜! 잘 어울리잖아 “
강태현이 내게 씌운 머리띠는 다름 아닌 돼지 머리띠였고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살인충동에 아차 싶었다.
그래.. 내가 참자.. 참아 쟤는 내 남자친구야.. 응
결국 강태현은 다람쥐 머리띠를, 난 돼지 머리띠를 계산하고 나왔다.
” 뭐 탈래? “
” 일단 너 좋아하는 롤러코스터랑 바이킹이랑.. 아! 귀신의 집은 꼭 가야하는 거 알지? “
” .. 진심이야? “
” 응. 나 지금 진지해 “
” 하.. 알았어 “
” 앗싸!! “
다들 뭐 이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와 강태현은 무서워하는 것도 반대다.
강태현은 귀신과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 난 귀신과 높은 곳을 좋아한다.
항상 강태현이랑 놀이공원에 오면 서로가 좋아하는 걸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타는데
강태현은.. 음 회전목마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럼 우선 귀신의 집부터 가자 “
“ 뭐?! 왜?! 가위바위보로 정해 ”
” ㅎ 우리 태현이 무서워~? “
” 응. 진짜 무서워 “
” 큼.. 아무리 그래도 이건 포기해줄 수 없다 “
” .. 가위, 바위.. 보! “
스윽,
” 나이스!!! 가위바위보도 한 방에 이기는 미친 행운력.. “
” .. 하 “
가위바위보의 결과, 내 승리였고 우린 함께 귀신의 집으로 향했다.
“ 학생 두 명이요! ”
“ 어머~ 이거 많이 무서워요~ 남자친구분이 앞에서 지켜주셔야 할 것 같은..ㄷ ”
“ 대체 언제부터 남자는 귀신을 안 무서워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거죠? 대체? ”
“ 네..? 아 그.. “
”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하하 “
나는 금방이라도 100분 토론을 펼칠 것 같은 강태현을 잡아 끌고 귀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하여튼.. 얼른 귀신이나 마주치고 확 울어라
” 와.. 여기 진짜 잘 만들었는데? “
” 김여주.. 나 놓치지마 “
” 알았으니까, 손이나 꽉 잡아 “
꼬옥,
“ 진짜.. 이런 걸 왜 만드는거야.. “
” 왜 재밌잖..ㅇ ”
그때,
” 왁!!! “
” 꺄아아!!!!!! “
” 아오..!! 강태현 목소리 줄여..!! “
처녀귀신이 우리를 갑자기 확 놀래켰고 강태현은 많이 깜짝 놀란건지 미친듯이 높고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덕분에 내 고막은 나간 듯 싶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 … “
다 끝나고 나오며 난 연신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었다. 강태현 목청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을 귀신들의 고막에 큰 위로를 빕니다.. 진짜 죄송해요..
“ 강태현 많이 놀랐어? ”
“ 응..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지금 ”
“ 으이그.. 그럼 나 마실 거 사올게, 여기서 기다려 ”
“ 으응.. ”
소리를 많이 질러 힘이 다 빠진건지 거의 반 실신 상태인 강태현을 위해 난 음료를 사러 매점으로 향했다.
“ 저희 사이다 하나랑 초코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
“ 네~ 총 6100원입니다 “
역시나 놀이공원 물가는 내 예상 그대로 미쳐있었다. 늘 미쳐있었던 걸 알았지만 역시나 미쳤다.
그렇게 한 손엔 사이다, 다른 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난 다시 강태현에게로 향했다.
“ 나 왔어~ 여기 사이다 “
“ 아.. 고마워 ”
스윽,
꿀꺽,
“ 와.. 살 것 같다 진짜로 ”
“ 조금 쉬다가 다른 거 타러 가자 “
” .. 다른 거? “
” 걱정 마. 귀신 같은 거 이제 안 보러 갈거니까 “
” 휴.. 다행이다 “
” 하여튼.. 겁은 또 많아요 ”
그렇게 다 한숨을 돌리고 우린 롤러코스터, 바이킹, 자이로드롭까지 순서대로 모두 클리어했다. 내가 귀신 안 본다고 했지, 높은 데 안 간다고는 안 했다.
타고나니 강태현은 반 녹초가 되어있었고 조금 미안해진 난 강태현을 데리고 회전목마로 갔다.
” 자 이건 탈 수 있지? “
” 저런게 놀이기구지, 안 그래? “
” 으이그.. ”
그렇게 강태현과 함께 회전목마까지 클리어 한 후, 밤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우린 실외로 나갔다.
“ 여기서 제일 잘 보인데 ”
“ 사람도 많이 없고 좋네 ”
“ .. 나 고백할 거 하나 있어 ”
오늘 이 계략의 배후를 밝힐 때가 되었다.
“..?”
“ 사실 오늘 티켓 우리 엄마가 준거야 “
” ..?!! 진짜?! “
내 예상대로 강태현은 눈이 땡그래지도록 놀랐고 난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 엄마가 하루 너랑 놀라고 주더라고 ”
“ 근데 갑자기 왜? ”
“ 우리 엄마가 너 사위 삼고 싶어하는 거 알잖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데리고 오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래서 준거야 “
” 어머니도 나 진짜 좋아하시는 것 같아, 너처럼 “
” 허.. 니네 아버지도 나 엄청 좋아하셔, 너처럼 “
” 맞아. 우리 아빠 너 엄청 좋아해, 진짜.. ”
“..?”

” 나처럼 “
“ ..!! ㅁ..뭐야 갑자기 왜 멜로야 “
갑자기 평소에 해주지도 않던 멜로눈깔과 목소리를 장착한 채 나를 쳐다보는 강태현이었다.
” 치.. 해줘도 반응이 그따구야 ”
“ 아니..! 갑자기 니가 너무 훅 들어오니까 ”
“ 그럼 천천히 들어가봐? ”
“ 뭐? ”
스윽,
“ ㄴ.. 너 진짜 뭐하는거야..?! “
“ 얼른 눈이나 감아봐 “
” … “
강태현은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잡았고 누가봐도 아주 로맨틱한 그런 장면이 나올 분위기였다.
당황한 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딱,
” 아..!! 왜 때려..!! “
” 으이그.. 뭘 기대해, 멍청아 “
” 씨이.. 그럼 니가 그렇게 쳐다보질 말던가! “
” 내가 처음에 말했지? 난 너 20살 되기 전까지는 안 건드릴거야 “
” .. 너 진짜 “
“ 그러니까 20살 전까지는 나만 좋아해줘, 지금처럼 ”
” 20살 뒤로는 너 안 좋아해도 돼? “
” 아니 그땐 계약으로 묶어둘거야 ”
“ 계약..? ”
“ 어머니 소원 들어드려야지
“ 진짜 우리 엄마 사위를 하겠다고? ”
“ 그럼 하지말까? ”
“ .. 뭐 우리 엄마 소원이라는 데 불효녀 되긴 싫다 ”
“ 푸흐.. 진짜 “
“ 너도 그럼 20살 전까지는 나만 좋아해 ”

“ 당연하지 ”
그렇게 우린 또 하나의 약속을 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남이 보기엔 먼 미래의 일을 의미 없이 약속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대화의 목적은 허물 뿐일지 모르는 약속이 아니다, 그저 먼 미래도 함께하고 싶은 현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