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렌지에이드

네 잔

나는 평소 애교가 많다. 그러나 귀엽지는 않다. 보통 다들 끄암찍하다고 하지

강태현은 평소 애교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튀어나오는 애교가 매우 귀엽다.

사실 그냥 내 눈엔 다 귀여워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 그거 귀 누르면 손 올라가 “


스윽,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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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

” … “


이런 식으로 아주 잠깐 사이에 내 심장을 조져버리는 강태현은 평소 애교 하나 없이 무뚝뚝한 남자다.


“ 아아.. 나 진짜 오늘 초코우유가 너무 먹고 싶은데 ”

“ 안돼. 너 충치로 고생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

“ 이제 다 나았잖아..! “

” 안돼. “

” 아아.. 태현아 나 진짜로 하나만.. 응?? ”

“ .. 하나야, 딱 오늘 하나 ”

“ 헐 사랑해..!! 아니 진짜 대박 사랑해!! ”


평소엔 내가 이렇게 강태현에게 앙탈이나 애교를 부리지 강태현이 먼저 애교를 부리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정말 무뚝뚝하고 내가 보기엔 감자보다 얘가 더 무뚝뚝할 것 같다.


“ 어? 나도 하나만 ”

“ ㅎㅎ 먹고 싶으면 애교 한 번만.. ”

“ 안 먹을래.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네 ”

“ 아..! 진짜! 어떻게 한 번을 안 해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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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놀리는 맛에 안 하는거지 ”


이래서 지능형 인간들이 재수가 없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을 놀려먹다니..


“ 내가 보기엔 감자 말고 니가 과자로 만들어졌어야 됐어 ”

“ 또또 이상한 소리하지 ”

“ 넌 진짜.. 나쁜 놈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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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삐지지마 김여주, 장난이야 “

“ .. 넌 날 너무 잘 알아서 문제야 “


지도 지가 웃으면 미친듯이 귀엽다는 걸 아는건지 이럴 때 꼭 웃으며 장난이라고 말하는 강태현다.

아주 사람 녹이는 건 천재다.

이런 강태현이 각 잡고 내게 애교를 부린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난 크게 삐지지 않는다. 쉽게 삐지고 쉽게 풀리는 스타일

하지만 그날은 내 예민미가 극에 치달았던 날이었고 강태현은 평소처럼 내게 무뚝뚝했던 날이었다.


“ 강텬.. 나 아파 ”

“ 보건실 가봤어? ”

“ 아니.. 보건쌤 오늘 출장이셔 “

” 다른 애들한테 약 빌려봐 “

” … “


지금과 다를거 하나 없이 정말 평소 그대로의 강태현이었다. 그날 변했던 건 나였고

하지만 강태현은 그런 나의 예민미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렇게 난 강태현에게 아주 크게 삐지고 말았다.

결국 난 조퇴를 했고 강태현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갔다.


그날 밤,

띵동,


“ 뭐야.. 엄마랑 아빠 분명 늦게 온다고 했는데 ”


엄마와 아빠는 내게 약과 핫팩을 던져주고 둘이서 유유히 데이트를 떠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도 좀 서운했어..

아무튼 그 시간에 아무도 우리 집에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드르륵,


“ 누구세..ㅇ ”


꼬옥,


“ 강태현..? ”

“ 하.. 진짜 죽을 뻔했네 “


문 앞에 있던 강태현은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나를 안았고 얼마나 뛴건지 앞머리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 뭐야.. 지금 시간이면 너 야자 가야되잖아 “

” 그러게.. 누가 연락 제때 안 보래? “

” 연락..? 아 “


집에 오자마자 편히 쉬고 싶었던 나는 폰을 아예 꺼버렸고 밥과 약을 먹고 나서 바로 기절해버렸다. 


“ 왜 아무말도 안하고 조퇴해 ”

“ … “

” 내가.. 진짜 “

” 미안.. “

” 밥은 먹었어? 약은? “

” 둘 다 먹었어. 그나저나 너 땀이.. ”

“ 하여간 진짜 누구 걱정시키는 건 잘해 “

“ 야자 그냥 빼고 온거야..? 진짜로..? “

” 걱정이 없어야 야자를 하던 하지. 니가 그렇게 골골 앓다가 말 없이 갔는데 어떻게 앉아서 공부를 하냐 ”

“ … “

“ 일단 좀 들어가자. ”


나중에 알고보니 강태현은 그날 처음으로 무단결과를 찍었다더라.. 하지만 그냥 담임쌤이 모르는 척 해줬다고


“ 이건 약, 이건 밥 근데 둘 다 먹었다고 했으니까 나중에 먹어 ”

“ 으응.. ”


언제 또 약국이랑 편의점을 다녀온건지 내가 먹는 약을 제대로 사온 강태현이었고 센스있게 초콜릿이랑 젤리도 사왔다.


“ 그래서 아까 낮엔 왜 아무 말도 안하고 조퇴한거야? “

” … “

” .. 김여주, 내가 너 서운하게 한 거 있으면 그때 그때 말해달라고 했지. “

” 응.. “

”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진 않았을 거 아니야 “

” .. 그니까 그게 “

” … “


결국 난 다 말해버렸다.


“ 오늘 너무 아프고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있는데 니가 괜찮냐는 말도 없이 그냥 별 일 아닌 것처럼 대하니까 ”

“ … ”

“ 근데 그게 난 또 니 성격을 아니까 그냥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거겠지 싶고.. ”

“ … ”

“ 근데 또 난 그게 자꾸만 서운해서.. ”


말하는 내내 또 느껴지는 서운함에 눈엔 눈물이 고였고 애써 참아냈다. 이 상황에서 울면 뭔가 심각해보이잖아..


그때,

스윽,


“ 미안 .. 내가 잘못했네 ”

“ … ”

“ 아까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제대로 못 챙겨줬어, 진짜 미안해 “

” … “

” 대신 .. 내가 잘못했으니까 소원 하나 들어줄게 “

” 진짜..?! “

” 응. 뭐든 다 “


강태현이 내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일은 진짜 세상에 다신 없을 기회일지도 모르기에 난 신중히 고민했다. 심지어 제한되는 것 하나 없이

그래서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 애교 한 번만 부려주면 안되나..? “

” 애교..? 너 진심이야..? “

” 응! 진심이야 ”

“ 아니 대체 내 애교를 왜 그렇게 보고 싶어해..? 뭐 귀엽다고..? ”

“ 그냥 귀여워. 그걸 모르는 니가 참 안타까울 뿐이야 “

” 하.. 알았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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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은 이하 생략한다. 그냥 너무 귀여워서 볼을 마구 꼬집고 싶을 정도? 였던 것 같다.


” 미쳤다.. 어쩜 애교도 잘해 “

” 크흠.. 내가 하면 잘해 “

” 근데 왜 안하냐? ”

” 나? 음.. “

“..?”

“ 너 놀리려고 ”

“ .. 진짜 괘씸한 놈이야 넌 ”

“ 아~ 미안미안 ”


아무튼 이렇게 애교도 잘하는 강태현은 이 날 이후로 내게 애교를 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난 여전히 호시탐탐 강태현에게서 애교를 받아낼 기회만 노리고 있고

언젠간 기필코 내가 이 놈에게서 애교를 받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