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렌지에이드

일곱 잔

태현 시점,


내가 김여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때가 아닐까 싶다. 김여주는 아마 꿈에도 모르겠지만

나와 김여주가 아주 어렸을 때, 내가 김여주보다 훨씬 체구가 작았을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말랐던 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여러 번 당했었다. 그래서 유치원 전학도 여러 번 다녔었는데 그때 딱 김여주가 있던 유치원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유치원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 야! 너 그 칼 내놔 ”

“ ㅅ..싫어 이거 내가 먼저 놀고 있었어 ”

“ 이씨.. 내놓으라면 내놔!! ”


남자애들 무리 중 가장 으뜸이던 녀석은 또 다시 내 볼을 할퀴려 들었고 난 눈을 꼭 감았다.


그때,

탁,


” 아!!! “

"..?! "

” 너 얘한테 뭐하려고 해써!! “

“ 씨이.. 김여주 너 왜 얘 편들어?! ”

“ 니가 잘못했잖아! 얘가 먼저 놀고 있는데 그거 뺏으려고 너 진짜 나쁜 녀석이구나?! “

” 뭐?! 김여주 할 말 다 했어? “

” 아직 다 안했어!! 너네 이 칼로 다 썰어버리기 전에 얼른 얘한테 사과해!! “

“..!!”


다소 어린 아이가 사용하기엔 격한 표현이었지만 나를 아주 적극적으로 구해준 김여주가 좀 신기했다.

하지만 이때는 그저 정말 김여주라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김여주를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 아이들은 김여주에게 혼난 이후로 날 괴롭히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고 난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그 괴롭힘들을 다시 당하느니 혼자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그렇게 혼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 강텬! 모하냐? “

” .. 강태현이야, 강텬 아니고 “

“ 아.. 그래! 강태..현! 모하냐구 ”

“ 보면 몰라, 책 읽잖아 ”

“ ㅊ..책? 그거 재밌어..? ”

“ 이거 아니면 할게 없어. 블록놀이도, 딱지놀이도 다 다같이 하는 건데 난 같이 할 친구가 없자나 ”

“ 왜 없어? ”

“ 뭐..? ”

“ 나랑 해! 나랑 블록놀이도 하고 딱지놀이도 하자! ”

“ … ”

“ 나 너랑 놀려고 왔어! 그니까 책 그만 읽고 나랑 놀자! ”

“ … ”


스윽,

쓰담,


” ㅁ..뭐하는 짓이야 “

” ㅎㅎ 머리가 복슬복슬해 “


탁,


” ㄱ..그만해! “

” 치.. 그렇다고 딱밤을 때려?! “

” .. 그러게 누가 머리 쓰다듬으래.. “

“ 뭐.. 그건 맞네 ”

“ … ”

“ 아무튼! 얼른 나랑 놀자고~ “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나이였어서 그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은 몰랐다. 

하지만,


“ 강태현! 나랑 사진 찍자! ”

“ 싫은..ㄷ ”

“ 아! 얼른..!! 하나.. 둘.. 셋! “


그 아이가 내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 태현아! 이거 봐라~! 짱 멋지지? “

” 그게 뭔데? “

” 곰랑이! “

” .. 곰이랑 호랑이는 이중교배가 불가능해 “

” 어..? “

” 그건 존재할 수 없어 “

” .. ㅇ..아니야! 할 수 있어! “

” 없어. “

“ 진짜라니까?! ”


내게 자꾸 먼저 말을 걸면 걸어올 수록,


“ 이거봐! 내가 만들었어 예쁘지? “

” .. 응 예쁘네 “

” ㅈ..진짜?! “

” 왜 놀라? “

” 니가 나한테 예쁘다고 한 건 처음이야.. “

” 너 말고 꽃반지 예쁘다고 한거야 “

” 그래도..!! 나 진짜 감동이야, 아무튼 이건 선물로 줄게 “

” 이걸 왜 나를 줘? “

” 나중에도 나랑 같이 놀 거라는 표시! “

” … “

” 나랑 앞으로도 쭉 같이 놀자! “


난 언제나 내게 보여주는 그 미소가 계속해서 보고싶었다. 그 미소를 볼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호박이가 내게 애교를 부려준 것도 아니었고, 새로 실험해보던 것이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아이는 그 미소 한 번으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그 미소를 보여주는 김여주라서 좋다.

확실히 난 이때부터 김여주를 좋아했던 것 같다


아, 그때 그 꽃반지는 어떻게 됐냐면..


“ ? 근데 여기 지갑에 이 꽃반지는 뭐야? ”

“ 그거 전에 누가 선물해줬어 “

“ 뭐?! 누가?! 너 내가 모르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

” 으이그.. 멍청아 ”

“ 아니 진짜 누군데?! 어? ”

“ 진짜.. ㅎ ”

“ 어어~? 막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 강태현 나 서운해?! ”

“ 여자라고 안 했거든? ”

“ 아.. 맞네 ”

“ 하여튼.. 그때랑 똑같다니까 ”

“ 그때..? ”


코팅해서 지갑에 잘 보관해두고 있다. 김여주는 이 반지가 자신이 준 건지 아직도 기억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