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 시점,
내가 김여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때가 아닐까 싶다. 김여주는 아마 꿈에도 모르겠지만
나와 김여주가 아주 어렸을 때, 내가 김여주보다 훨씬 체구가 작았을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말랐던 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여러 번 당했었다. 그래서 유치원 전학도 여러 번 다녔었는데 그때 딱 김여주가 있던 유치원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유치원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 야! 너 그 칼 내놔 ”
“ ㅅ..싫어 이거 내가 먼저 놀고 있었어 ”
“ 이씨.. 내놓으라면 내놔!! ”
남자애들 무리 중 가장 으뜸이던 녀석은 또 다시 내 볼을 할퀴려 들었고 난 눈을 꼭 감았다.
그때,
탁,
” 아!!! “
"..?! "
” 너 얘한테 뭐하려고 해써!! “
“ 씨이.. 김여주 너 왜 얘 편들어?! ”
“ 니가 잘못했잖아! 얘가 먼저 놀고 있는데 그거 뺏으려고 너 진짜 나쁜 녀석이구나?! “
” 뭐?! 김여주 할 말 다 했어? “
” 아직 다 안했어!! 너네 이 칼로 다 썰어버리기 전에 얼른 얘한테 사과해!! “
“..!!”
다소 어린 아이가 사용하기엔 격한 표현이었지만 나를 아주 적극적으로 구해준 김여주가 좀 신기했다.
하지만 이때는 그저 정말 김여주라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김여주를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 아이들은 김여주에게 혼난 이후로 날 괴롭히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고 난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그 괴롭힘들을 다시 당하느니 혼자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그렇게 혼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 강텬! 모하냐? “
” .. 강태현이야, 강텬 아니고 “
“ 아.. 그래! 강태..현! 모하냐구 ”
“ 보면 몰라, 책 읽잖아 ”
“ ㅊ..책? 그거 재밌어..? ”
“ 이거 아니면 할게 없어. 블록놀이도, 딱지놀이도 다 다같이 하는 건데 난 같이 할 친구가 없자나 ”
“ 왜 없어? ”
“ 뭐..? ”
“ 나랑 해! 나랑 블록놀이도 하고 딱지놀이도 하자! ”
“ … ”
“ 나 너랑 놀려고 왔어! 그니까 책 그만 읽고 나랑 놀자! ”
“ … ”
스윽,
쓰담,
” ㅁ..뭐하는 짓이야 “
” ㅎㅎ 머리가 복슬복슬해 “
탁,
” ㄱ..그만해! “
” 치.. 그렇다고 딱밤을 때려?! “
” .. 그러게 누가 머리 쓰다듬으래.. “
“ 뭐.. 그건 맞네 ”
“ … ”
“ 아무튼! 얼른 나랑 놀자고~ “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나이였어서 그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은 몰랐다.
하지만,
“ 강태현! 나랑 사진 찍자! ”
“ 싫은..ㄷ ”
“ 아! 얼른..!! 하나.. 둘.. 셋! “
그 아이가 내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 태현아! 이거 봐라~! 짱 멋지지? “
” 그게 뭔데? “
” 곰랑이! “
” .. 곰이랑 호랑이는 이중교배가 불가능해 “
” 어..? “
” 그건 존재할 수 없어 “
” .. ㅇ..아니야! 할 수 있어! “
” 없어. “
“ 진짜라니까?! ”
내게 자꾸 먼저 말을 걸면 걸어올 수록,
“ 이거봐! 내가 만들었어 예쁘지? “
” .. 응 예쁘네 “
” ㅈ..진짜?! “
” 왜 놀라? “
” 니가 나한테 예쁘다고 한 건 처음이야.. “
” 너 말고 꽃반지 예쁘다고 한거야 “
” 그래도..!! 나 진짜 감동이야, 아무튼 이건 선물로 줄게 “
” 이걸 왜 나를 줘? “
” 나중에도 나랑 같이 놀 거라는 표시! “
” … “
” 나랑 앞으로도 쭉 같이 놀자! “
난 언제나 내게 보여주는 그 미소가 계속해서 보고싶었다. 그 미소를 볼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호박이가 내게 애교를 부려준 것도 아니었고, 새로 실험해보던 것이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아이는 그 미소 한 번으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그 미소를 보여주는 김여주라서 좋다.
확실히 난 이때부터 김여주를 좋아했던 것 같다
아, 그때 그 꽃반지는 어떻게 됐냐면..
“ ? 근데 여기 지갑에 이 꽃반지는 뭐야? ”
“ 그거 전에 누가 선물해줬어 “
“ 뭐?! 누가?! 너 내가 모르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
” 으이그.. 멍청아 ”
“ 아니 진짜 누군데?! 어? ”
“ 진짜.. ㅎ ”
“ 어어~? 막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 강태현 나 서운해?! ”
“ 여자라고 안 했거든? ”
“ 아.. 맞네 ”
“ 하여튼.. 그때랑 똑같다니까 ”
“ 그때..? ”
코팅해서 지갑에 잘 보관해두고 있다. 김여주는 이 반지가 자신이 준 건지 아직도 기억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