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작곡과 민선배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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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이었다. 은은한 취기에, 정말 술김에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속마음 같은 거. 민윤기 선배는 서운했다는 내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 다음 나를 바라보며 뭐가 서운하냐며 물었다.
“뭐가 서운했는데?”
“그냥 다 서운했어요.”
“다?”
“제가 바빠서 연락도 며칠 못했는데 선톡도 없고, 제가 톡하니까 서운한 척이라도 안 해주시고, 저는 그냥 후배일 뿐이고. 제가 안 서운했겠냐고요~”
“ㅋㅋㅋㅋ 서운할 것도 많다.”
“그러게요, 서운한 게 참 많네요.”
“네가 그랬지?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기억하시네요? 완전 초반에 얘기했었는데…”
“나 아무나랑 톡 안 한다.”
“아~ 그러시구ㄴ, 네?”
“알아두라고.”
민윤기 선배는 그렇게 또 꿀꺽 맥주를 들이켰다. 이럴 때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나는 민선배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 두 눈을 동그랗게 키웠고 내가 놀란 눈으로 민선배를 계속 쳐다보자 민선배는 술이나 마시라며 캔맥주를 든 손을 뻗어 내 캔에 살짝 부딪혔다.
“네가 말하는 건배 감성이 이런 거냐?”
“… 설마요. 한 번 제대로 해드려요?”
“넣어둬라.”
“치… 아무튼 선배, 짠!”
“그래, 짠.”
역시 친해지는데 술 만한 게 없다는 말이 다 구라는 아니었나 보다. 민윤기 선배랑 편의점 앞에서 가볍게 캔맥주 한 잔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선배랑 많이 가까워진 느낌에 기분이 들떴다. 우리는 예정대로 캔맥주 한 캔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하여간 민선배도 참…”
선배와의 톡을 마치고 냉장고로 달려가 차가워진 캔맥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선배가 말했던 곰표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치익- 시원하게 캔 따는 소리가 들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나는 입가에서 미소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맥주는 왜 마실 때마다 새롭게 맛있지? 술술 넘어가네.”
갓 스물이 뭔 술을 저렇게 마셔대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다들 그런 통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 나이는 스물이라고. 사실 그런 통계는 본 적 없는 게 정상이다. 이 통계는 방금 내 뇌에서 나온 거니까. 캔맥주 한 캔을 거의 다 비워가면서 나는 또 한 번 다짐했다.

“민선배 앞에서 소주는 절대 마시지 말아야지. 소주 마시고 맛 가는 순간… 민선배랑 친해지기는 개뿔, 나가 죽어야 된다.”
술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맥주만 잔뜩 사온 이유가 있였다. 나는 무슨 일인지 맥주는 무한대로 마셔도 약간의 취기만 있을 뿐 정신도 멀쩡하고 다 멀쩡한데 소주가 들어가면 세 잔만 마셔도 정신이 나가버리는 거였다. 이래서 소주는 위험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소주병으로 사람 치지 맥주병으로 치진 않잖아?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면서 맥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서 마신 나는 맥주캔을 찌그러뜨려 버린 뒤, 씻지도 않고 곧바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하, 좋다… 침대에 자빠지듯 누운 나는 얼마 안 돼서 곧 잠들었다. 내일 민선배랑 마주치는 수업이 두 개나 있다는 걸 까맣게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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