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밖으로 빛이 들었지만, 이곳의 공기는 늘 어두웠다.
방 안은 고요했다.
두꺼운 커튼이 창을 가렸고, 문은 언제나 잠겨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은 없었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반지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빼내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웃으며 다시 끼워 넣었다.
“예쁜아, 네 손가락엔 이게 있어야지.”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서 울렸다.
가끔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유로운 웃음소리가 가슴을 찔렀다.
밖의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이 방 안에서 살아 있다는 이유로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발소리가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가 들어왔다.
오늘도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습.
하지만 셔츠 가슴팍에 남은 옅은 핏자국은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보며 환히 웃었다.
“예쁜아, 기다렸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서 침묵은 이미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는 내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몸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내가 반항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내 귀에 입을 대고 낮게 속삭였다.
“영원히… 내 곁에 있는 거야.”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지만, 이 방 안은 고여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러나, 자유는 죽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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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현 시점>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창문 틈으로 스미는 빛이 그녀의 옅은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숨결은 고르고, 손끝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피 묻은 손가락이 그녀의 뺨에 닿았을 때, 너무 연약해서 부서질까 두려울 정도였다.
“예쁜아….”
낮게 불러보았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곧 깨어나면, 다시 내 이름을 부를 테니까.
그녀가 떠나겠다고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칼끝이 내 가슴을 찔렀던 순간조차,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증오가 이토록 뜨거운데,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겠는가.
나는 피에 젖은 셔츠를 벗어 던지고,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다시 끼워 주었다.
그녀는 무의식 속에서도 본능처럼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그 작은 반응이 우스울 만큼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나한테 돌아오잖아.”
창밖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스쳤다.
자유롭고 가벼운,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세계.
그러나 상관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뿐이니까.
나는 잠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가볍게, 그러나 소유의 낙인처럼 깊게 새겨 넣듯.
“도망쳐도 돼, 예쁜아. 또 칼을 들이대도 좋아.하지만 넌 절대 내 곁을 벗어날 수 없어.”
그녀의 숨결이 내 손등 위로 따뜻하게 흘러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상 모든 걸 잃더라도, 나는 이 하나만 가지면 된다.
내 품 안의 그녀.
내 세상의 중심.
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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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최지아….

명재현이 드디어 여주의 이름을 불러주었는데요…!
이제 막을 내립니다아…..다음은 누구로 하는 게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