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재현(03): 조직보스
최여주(07): 명재현의 집착 대상…현재 명재현으로부터 도주중..
처음부터 그는 매혹적이었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 가장 빛나는 남자였고, 누구도 그를 거스를 수 없었다.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를 ‘예쁜아’라고 불렀다.
그 애칭 하나에 세상 무엇보다 귀해진 기분이 들어, 처음엔 몸을 떨며 웃었다.
그의 세계에 들어간 순간, 나는 이미 나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언제나 나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보지 않았다.
내가 아닌, 그의 권력과 자신감에 도취된 그림자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사소한 거짓말로 나를 속였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를 옆에 두었을 때도, 나는 다 참고 넘어갔다.
“예쁜아, 넌 내 거잖아.”
그 한마디로 다시 허물어진 자존심을 세우며 버텼다.
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이 쌓여갔다.
침대에 남겨진 온기 없는 자리.
질린 듯, 혹은 무심한 듯 뱉어내는 모진 말.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때만 불러내는 태도.
그날, 복도에서 수많은 시체와 총성이 울려 퍼졌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남자의 곁에 있으면 나는 평생,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는 것과 다름없겠구나.
탕.
하고 총의 소음이 빈 복도를 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어있지 않았다.
몇이 될지 셀수 없는 시체와 그의 부하들. 나, 그가 있었으니까.
처음엔 무척 무서웠던 시체가 이제 오니 별로 무섭지 않아 쳐다보고 있자 니 그가 일을 마쳤는지 손을 털며 나를 불렀다.
"예쁜아, 뭐해?"
빙글 웃으며 그가 방금 누군가의 머리를 뚫은 피 묻은 총을 대충 닦아 내었다.
그의 왼 손목에 차있는 메탈 시계는 위협적으로 빛을 뿜었다.
한때는 그를 사랑했다.
내 모든 세상의 중심은 그 뿐이었고 그 자체였다.
그가 나를 불러주는 날이면 황홀해 하루가 행복했고 나와 같은 침대를 썼 던 날이면 그가 아무리 어떤 모진 말을 해도 전부 웃으며 넘어갔다.
하지만 이젠 전부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이젠 널 봐도 더 이상 설레지 않아.
이젠 말 할 수 있어.
"헤어져요, 우리."
나른한 맹수처럼 내게로 걸어오던 그가 멈칫했다.
고개를 숙여 앞으로 쏟아 내린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눈빛이 위 협적으로 빛났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삐진걸까?"
다시 나른하게 미소 지으며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체격차이로 인해 내가 그를 보려면 고개를 한참은 꺾어야 했다.
그저 가만히 서있어도 오금이 저린 그가 왜 좋았는지....
"......이젠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고개를 돌리며 몇 걸음 물러나자 으득, 하고 위협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내 얼굴만 한 손이 내 턱을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잡아 강제로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우리 예쁜이는 다 좋은데 가끔 기어오를 때가 있어."
애교살이 옅게 그의 눈 아래로 지어지며 그가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 나가.”
짓이기듯 그가 부하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은 그의 눈빛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직 그의 손에 쥐어져있는 총이 철 특유의 소리를 내며 제 존재감을 내뿜었다.
"이젠 질렸어요, 가끔 상 주듯 불러주는 이름도. 항상 자고 일어나면 없는 차가운 빈자리가. 조금이라도 짜증이 나면 멋대로 다루는 당신이 질렸어요."
여태 눌러놓았던 감정이 복 받혔는지 울컥 하는 감정이 들었다.
아직도 그의 손에 쥐어진 턱은 감각이 없었다.
그의 턱에 꿈틀대는 힘줄이 두려웠다.
".. 알았어. 이젠 안 그럴게. 그러니까 방금 그말, 취소해. 응, 예쁜아?"
얼굴 만연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도 않으며 억지로 웃어 애기 달래듯 하 는 그에 화가 치밀어 그의 손을 겨우 처내었다.
"됐어, 내가 그 말을 취소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야."
내가 한 행동을 분석하듯 멈춰있던 그가 살기가 넘치게 눈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 애칭을 싫어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내 왼손 약지에 껴져있던, 그의 재력에 비하면 무척이나 초라한 반지를 빼며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의 눈동자가 바닥을 굴러가던 반지를 쫒다가 나를 쳐다봤다.
그가 다시 느릿하게, 전보다 더 나른함을 표하며.
마치 사냥감을 이미 다 잡았다는 듯.
천천히 걸어왔다.
.
.
.
암튼 간 걘 아니야는 조금 장편이라서 시험기간엔 안될 것 같고…
단편으로나마…적어보아용❤️
이번엔 명재현이다아!
치명치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