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05

"선...배? 왜 제 쪽지를 들고... 계신 거예요?"



내 목소리가 복도에 가볍게 울렸다.
재현 선배는 움찔하더니, 쪽지를 뒤로 숨겼다. 너무 늦었지만.



"...회의하다가 우연히 본 거야."



거짓말.
회의 자료가 아닌데. 그건 분명, 내가 짝꿍 첫인상 쓴 쪽지였다.



"선배, 거짓말하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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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너 글씨체 알아봤어. 태산이랑 짝 된 거, 너 부담스럽다 적었잖아."



"아, 그건... 태산 님이 싫은 게 아니라, 처음이라 어색해서요!"



선배는 왜 이런 걸 걱정하는 걸까?
내가 스태프에서 출연자가 된 순간부터 선배는 자꾸 과하게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전 괜찮아요! 그냥 초반이라 그런 거죠 뭐... 만난 지 얼마나 됐다구요."



"그래서 지금은 편하다?"



"그건 아니지만... 오히려 태산 님이 많이 배려해줘서 고마웠다구요."



그 순간, 선배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숨 쉴 틈도 없이.



"너, 원래 이 촬영 하기로 한 사람 아니었잖아."



"네?"



"어색한 거, 배려 받는 거... 그런 거까지 감당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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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저...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저도 이제 출연자예요. 
선배가 더 이상 저를 후배로 보시면 안 되죠."



"...후배로 안 보이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 방송부 면접 왔을 때부터—"







그 순간.


"하연 씨? 여기 있었네요!"
태산 님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지금 리허설 해야 한다고 연락 와서... 한참 찾았어요!"



"앗.. 죄송해요 ㅠㅠ"



재현 선배가 태산 님을 힐끗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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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하연 씨 너무 붙잡으시면 안 되죠~ 오늘 우리 케미 보여줘야 하는데!ㅎ"



"...누가 붙잡았다고 그래."
목소리가 싸늘했다.



"...? ㅎ아... 제 말은..."



"ㅇ..아녜요 태산 님! 제가 재현 선배께 할 말이 있어서 얘기 중이었어요!"



태산 님은 머쓱하게 웃었다.
"ㅎ...아하..ㅎㅎ 도겸 선배님도 두 사람 찾고 있어요. 지금 가야..."



"태산 님, 잠시만요."
나는 손으로 그를 막았다.



"저, 재현 선배랑 아직 할 말이 남아서요..! 먼저 가 계시면 바로 따라갈게요!!"



"... 넵넵 천천히 오세요. 대기실에서 기다릴게요."



태산 님이 가고, 선배와 나만 남았다.



"선배, 마지막으로 말씀드릴게요.
걱정해주시는 거 고맙지만, 이 프로그램 출연하는 건... 제가 스스로 결정했어요."



선배는 내 눈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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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선 넘어서 미안."



미안하단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선배는 그 말을 남기곤 급히 뒤돌아 촬영장으로 가버렸다.



도겸 선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야아아ㅏㅏ 빨리 와라~!! 너희 딴짓해서 촬영 지연됐잖니!!! 우학학!!"



"ㅈ.. 죄송합니다!!"









촬영은 다시 시작됐다.
나는 짝꿍인 태산 님에게 궁금한 점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재현 선배가 조용히 다가왔다.



"하연아."



"네?"



"태산 님이 너 좋아하는 것 같더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걸 선배가 어떻게...아신다ㄴ..."


"그 사람, 감정이 너무 잘 보여.
...그리고 난 그게 왜 이렇게.. 신경 쓰일까."




!



그가 숨을 고르더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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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이 기분을... 왜 너한테 말하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