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07

소품을 반납하러 온 방송부 창고 앞, 선배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하연아."

 

"ㅅ... 선배?"

 

"너한테 말했던 거... 기억나지? 내 마음 말이야."

 

 

"선배..."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선배의 얼굴만 바라봤다.

선배의 눈빛이 깊고 어두웠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네가 좋은지, 아니면 그냥...

내가 이상해진 건지 모르겠어. 왜 이렇게 너한테만 신경이 쓰일까?"

 

"선배... 지금... 고백하시는 거에요?"

 

"그래, 좋아해."

 

"....!!"

 

"너랑 함께 있으면, 왜 이렇게 불안하지? 네가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거지?"

 

"선배..."

 

갑자기 저 멀리서 도겸 선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 연아~~~~~ 재현아~~~~~~~~~"

 

"ㅅ..선배! 도겸 선배가 부르셔요, 저희... 회식 참석해야하니까, 회식, 회식 끝나고 마저 얘기해요!!"

 

그렇게 나는 먼저 도겸 선배를 뒤로 하고, 회식 장소로 뛰어가버렸다.

사실 나는 재현 선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너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기 때문이다.

 

 

'선배가.... 나에게.... 고백을.... 가슴이 너무 뛰어서 제대로 선배 얼굴을 못 보겠어 ㅠㅠ'

 

 

 


 

 

 

도겸 선배가 이미 술잔을 들고 웃고 있었다. 다른 출연자들과 스태프들도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분위기였다.

 

 

"하연아! 오늘 너 고생 많았지? 우학학!! 다들 술 한 잔 하자~!"

 

"넵 선배...!"

 

"자~ 사랑이 넘치는 방송부를 위하여~~"

 

 

"위하여~!!"

 

그 사이 술자리에 참석한 재현 선배는 옆옆 테이블 구석에 앉아있었고, 눈이 조금 멍해 보였다.

나는 도겸 선배에게 끌려와,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연아, 재현이... 잘 챙겨줘야 한다. 푸르르rrrr.... 우하하하가가각...."

 

 

"네? 제가...요?"

 

"그래그래! 재현이가 너를 을매나.... 우하가각.... 암튼 잘 챙겨줘.... 내 소중한 친구란 말이다!"

 

"아하...^^ 선배 많이 취했어요, 이제 그만드셔요오..!"

 

"난 됐고 !!! 너 가서 재현이 좀, 어? 챙기고오.. 사실 나도 취해서 못 가겠어. 우학학~"

 

'재현 선배가 취했다고...?'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재현 선배를 보게 되었다.

 

"오, 제가 가서 좀 챙겨야겠네요... 저렇게 취한 거 처음 보는데....."

 

도겸 선배는 내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웅 그래, 넌 저기가롸.... 그럼 놘 여기서 계속 응원할게~?? 우학학가각~...~..."

 

도겸 선배는 취한 웃음을 지으며, 옆 pd 동료랑 러브샷을 하러 사라졌다 -_-

그렇게 잠깐 대화하던 사이, 재현 선배는 밖으로 나갔는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벌써 시간이 새벽 2시네... 재현 선배는 ..어? ㅇ...어디 간거지?? 하, 나가봐야겠다'

 

 

 


 

 

 

술집을 빠져나와, 옆 골목 사이사이를 확인하다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재현 선배를 발견했다.

 

"재현 선배!!!!!!"

나는 곧장 재현 선배의 옆으로 뛰어갔다.

 

"선배... 좀 괜찮아요?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녜요?? 진짜아..."

 

 

"웅....!! 쫌 마셨다아.... 그래....."

 

폭-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

 

 

"으이구... 진짜 많이 취했네, 이래가지구 내일 촬영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촬영... 안하구우...말지 모....."

 

"선배, 집까지 데려다드릴께요. 그때 집이 어디셨죠?"

 

 

"몰...........라아..... 난 내 집 몰라...헤헤"

 

"말 안하면 우리집 데려가요?"

 

"푸우......... 집...... 갈래에......."

 

'어떻게 하지... 너무 취해서 말도 안 들어...'

 

"선배, 그럼 저희 집 가는 거에요? 남는 방 있으니까아.. 일단 갑시다!"

 

"하연아아....."

 

"아잇!! 자꾸 말 안 들을래요?? 지금 엄청 늦었다구요오....!!"

 

 

"미안, 나... 나 이러면 안 되는데에....."

 

"괜찮아요, 안 되는 거 알면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는 거에요??"

 

"두울.... 두우우웅ㄹ...."

 

 

"선배에!!! 진짜 나 선배 못 든단 말야 ㅠㅠ....."

 

그렇게 잔뜩 취한 재현 선배를 어깨에 들쳐업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후,

나는 선배를 조심스럽게 남는 방으로 데려왔다.

 

안방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엄마와 아빠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휴.. 다행이다. 내일 일어나서 설명해야겠지....'

 

일단 재현 선배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다.

 

 

"선배, 여기서 자면 돼요. 옆방에 저 있으니까, 뭔 일 있으면 똑똑하거나 전화해요??"

 

 

"서하연..."

 

"네? 뭐 필요한 거라ㄷ...."

 

"가지마"

 

재현 선배가 손을 뻗어서 내 볼을 만지작거렸다.

"ㅅ...선배 너무 취했어요, ㅈ..저는 가볼께요"

 

"내 마음을 더 이상 이로케 두면 안 될 것 같아.... 너 아까 대답... 안했자나아....."

 

나는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선배...."

 

내가 손을 잡고 살짝 밀어내려고 했지만, 선배가 오히려 내 손을 잡았다.

 

 

 

... 나도 갑자기 술기운이 오른건지

원래 내 마음이 이런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목 끝까지 차오른 내 마음을 말하고 싶어졌다.

 

 

 

"선배... 저도 사실.....

 

선배 좋아해요..

말하고 싶었는데 선배처럼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ㅅ...."

 

 

그 순간,

내 입술로 다가온 선배의 숨결이 가볍게 닿았다.

선배의 손은 여전히 내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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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 (드디어 진전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