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13 사랑이 싹트는 촬영

재현은 촬영장을 빠져나오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아까 상상했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앞치마를 두른 하연,

자연스럽게 말을 걸던 상혁,

그리고 그 사이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라만 보고 있던 자기 자신.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

 

“야, 명재현~~”

 

뒤에서 도겸이 불렀다.

“표정 왜 그래. 누가 보면 하연이랑 상혁이 질투하는지 알겠다?”

 

“……”

 

재현은 대답 대신,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진짜 할 거야?”

 

“뭐를?”

 

“메기한다며, 니가”

 

재현은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할 거야.”

 

“ㅋㅋㅋ 우학학 그래? 너 무르기 없기다 진짜?? 혹시나 해서 또 물어본건데”

 

도겸은 웃다가도 이내 재현을 빤히 봤다.

“너 지금… 무슨 생각인지 감이 안 잡히는 거 알아?”

 

“신경꺼, 내 속사정에 관심 꺼라”

 

“메기 왜 한다는 건데 ~~~~~~~”

 

“… 메기 한다는 출연진들 맘에 안 들어서 그렇지”

 

“핑계는 ㅎ”

도겸은 고개를 저었다.

 

“하연이는 너 메기로 오는 거 아냐?”

 

“알면 안 되지.”

 

"...? 그런가”

도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말은 해둬. 메기로 들어오면, 분위기 장난 아닐 거다.”

 

재현은 모니터 쪽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 일단 말하지 말고 있어, 너?”

 

 


 

 

촬영장 안.

하연은 앞치마 끈을 다시 고쳐 매며 손바닥에 땀이 찬 걸 느꼈다.

 

“하연 씨, 리허설 한 번만 더 갈게요!”

“아, 네!”

 

상혁이 옆에서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아까 얘기해줘서 고마웠어요.”

 

“…아니에요.”

 

“괜히 불편하면 말해도 돼요. 저도 억지로 분위기 만들 생각은 없어서.”

 

“그렇게 말해주셔서… 진짜 다행이에요.”

 

하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저도… 이 프로그램 좋아하거든요. 망치고 싶진 않아서요.”

 

“그럼 더 잘 됐네요.”

 

상혁은 웃으며 말했다.

“요리는 제가 책임질게요. 하연 씨는 그냥 편하게 하세요.”

 

“…편한 게 제일 어려운 거 아시죠?ㅋㅋㅋ”

 

“ㅋㅋㅋ 그래도 편하게~ 하자 그런 말이죠 ㅎㅎ 오늘은 부담 주는 사람은 안 될게요.”

 

하연은 그 말에 작게 웃었다.

“…감사해요.”

 

그러면서도, 하연은 괜히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봤다.

 

'오늘 재현 선배는 촬영 안 온다 했지…'

알면서도, 시선은 자꾸 다른 쪽으로 갔다.

 

 

 


 

 

 

 

스태프 구역,

재현은 화면을 똑바로 보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없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딱 알겠다.”

도겸이 말했다.

 

“뭔데.”

 

“너 하연이 좋아하지?”

 

“…응... 어????????????”

 

“솔직한 반응이네? ㅋㅋㅋㅋㅋ 우학학”

 

“아..아니거든? 잘못 대답해서 그렇거든?”

 

"너희 둘이 사귀지?"

 

"ㅇ... 아니거든...???"

 

"그렇지 않고서야, 둘 촬영하는데 니가 귀까지 빨개질 이유가 대체 뭐가 있냐"

 

"..... 친구 놈한테 숨기기가 뭐 이리 어렵냐"

 

"ㅋㅋㅋㅋㅋㅋ 메기로 들어가려는 게 그런 거 때문이냐?"

 

도겸의 말에 재현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런 거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도겸은 피식 웃으며 재현을 쳐다봤다.

“너 지금 표정이 딱이야. ‘나도 모르겠는데 화는 나고, 가만히 있자니 더 미칠 것 같고' 그 표정.”

 

“….”

 

재현은 괜히 손으로 목덜미를 긁었다.

“하연이가 다른 남자랑 웃고 있는 게 싫은 건 맞아.”

 

“오~~”

“근데 그게 질투인지, 내가 PD라서 괜히 과몰입하는 건지… 솔직히 아직도 헷갈려.”

 

“근데 들어가겠다고?”

 

“…그래도.”

 

재현은 모니터를 다시 봤다.

앞치마를 벗고 물을 마시는 하연의 모습이 잡혔다.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살짝 멍한 얼굴.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더 싫어.”

 

“…뭐가.”

 

“나 없는 데서 잘 지내는 거.”

 

도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유는 충분하네.”

 

“뭐가.”

 

“메기로 들어갈 이유.”

 

재현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도겸아”

“?? 응?”

 

“나 들어가면… 촬영 더 복잡해지겠지?”

 

“말이라고 하냐? 너 들여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ㅡㅡ”

 

“하연이도 더 신경 쓰일 거고.”

 

“당연하지”

 

“그래도 네가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겠지.”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들어갈 거야.”

 

.

.

다음 화에 계속 >>

구독과 응원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