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14 응급실

“자~ 그럼 두 분,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해볼게요!”

 

하연은 앞치마를 다시 한 번 고쳐 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혁은 옆에서 칼을 들며 말했다.

 

“하연 씨, 채소는 제가 할게요. 불 쪽만 좀 봐주세용”

 

 

“아, 네! 그럼 저는 국물부터…!”

 

하연은 냄비를 들고 가스레인지 쪽으로 옮기려다,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

 

“어..!!!”

 

균형을 잃은 순간, 하연의 발목이 꺾였고

들고 있던 냄비가 기울었다.

 

“하연 씨!!”

 

뜨거운 국물이 튀며, 하연의 손목에 닿았다.

 

“꺄아악—!!”

 

촬영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컷!! 컷컷컷!! 하연아 !!!”

 

“하연 씨 괜찮아요?!”

 

“일단 불!! 불 꺼!!”

 

그 순간이었다.

 

 

“서하연!!!”

 

촬영장 전체에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

PD석에서 뛰쳐나온 재현이었다.

 

“야, 비켜!!”

 

재현은 주변 스태프들을 밀치듯 지나쳐

하연 앞으로 달려왔다.

 

“하연아, 괜찮아? 어디 봐.”

 

 

“ㅅ…선배… 저 괜찮...”

 

 

“괜찮긴 뭐가 괜찮아!”

 

재현은 하연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았다가

화상 자국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야.”

 

그는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얼음! 찬물 아무거나 지금 당장 가져다주세요!”

 

“넵 ! 재현 PD님, 그...”

 

“일단 촬영 중단하고 응급처치부터 합시다.”

 

재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급 바로 응급실로 갈게요.”

 

“선배, 진짜 괜찮다니까요…! 이거 그냥 찬물에...”

 

“안 괜찮아.”

 

재현은 말끝을 자르듯 말하더니,

하연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꺄악...!!! 서… 선배!!”

 

“가만히 있어.”

 

촬영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카메라, 스태프, 출연자들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상혁이 당황해서 말했다.

“저… 제가 들..어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재현은 짧게 말하고는

하연을 안은 채 그대로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응급실로 급하게 이동한 두 사람,

 

“허억...헉... 의사 선생님 어디 계세요?!”

 

재현은 하연을 안은 채 접수 데스크 앞에 섰다.

 

“어… 보호자분? 이신가요?”

 

“보호자입니다.”

 

하연은 눈을 크게 떴다.

“선배—”

 

 

“넌 가만히 있어.”

 

재현은 숨을 고르지도 않고 말했다.

 

“약한 화상에, 발목 삐끗했고.. 화상은 넘어지면서 뜨거운 물을 쏟았어요.”

 

간호사는 재현을 한 번 보고, 하연을 한 번 보고 말했다.

 

“…일단 처치실로 오세요.”

 

 

 


 

 

 

우여곡절 끝에 처치를 마치고.

하연은 침대에 앉아 있었고, 손목엔 거즈가, 발목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생각보다 경미하네요.”

 

의사가 말했다.

 

“앞으로 한 일주일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재현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가 나가고,

간호사가 정리하며 말했다.

 

“근데 보호자분.”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호들갑이셨어요 ㅋㅋ ㅎㅎ”

 

“……오우.. 죄송합니다...”

 

“심각한 응급환자인 줄 알았어요. 깜짝 놀랐다니까요??”

 

하연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앞으로는 조금만 차분하게 대처하셔도 될 것 같아요.”

 

재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 하핳 죄송합니다.”

 

간호사가 나가고,

병실엔 둘만 남았다.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응?”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 그래도 난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그러면 우리 사이가...!!”

 

 

“잊었어.”

 

“네?”

 

재현은 하연을 똑바로 봤다.

“우리가 비밀연애라는 거.”

 

“촬영장에서....”

 

“웅”

 

“…사람들 다 봤을 텐데.”

 

재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미안.”

 

하연은 그 말을 듣고,

걱정과 동시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운데요.”

 

“…응?”

 

“… 우리 이미 들킨 거 아니에요?”

 

재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건.”

 

“…?”

 

“이제부터 생각해보자... ㅋㅋ 혹시 모르잖아, 안 들켰을지도?”

 

하연은 작게 웃었다.

“선배 진짜… 사고만 치고...!! ...”

 

“…그래도.”

 

“?”

 

“다치지 말자, 앞으로는. 진짜 걱정됐어”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촬영장에서의 그 장면으로,

이제 둘의 관계는

더 이상 예전처럼 숨기기만 하긴 어려워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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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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