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15 갑작스러운 키스

병원 앞, 밤공기가 차가웠다.

응급실 불빛 아래에서 하연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선배, 진짜 이제 괜찮아요.”

 

“나 때문에라도 놀랐을 거 아냐.”

 

“아니거든요? 저 혼자 넘어지다가 그런 건데요 뭘,"

“그건 더 문제지ㅋㅋㅋ”

 

재현은 택시 문을 열며 말했다.

 

 

“타. 다시 촬영장 가야지.”

 

하연은 살짝 망설이다가 조용히 올라탔다.

“도란 공원 앞으로 부탁드려요.”

 

“네~”

운전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동안 차 안엔 조용한 공기만 흘렀다.

도로에 반사되는 불빛이 하연의 거즈 감긴 손등을 비췄다.

 

“선배.”

 

“응.”

 

“그래도… 들키기 전까지는 우리 사이 숨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이건 우리 둘만 알고 있으면 좋겠어요.”

 

재현은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다.

“…그래. 들키기 전까진 숨기자.”

 

하연이 안도한 듯 웃자, 재현은 덧붙였다.

 

“근데.”

 

“네?”

 

“들키면 나도 몰라.”

 

“……?”

 

하연은 깜짝 놀라 재현을 바라봤다.

“그때는 그냥, 공개해버릴지도 몰라.”

 

“선배! 지금 그게 말이에요 장난이에요?”

 

“장난… 반 진심.”

 

 

“진짜…!”

 

재현은 살짝 웃었다.

“질투나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

 

“질투요?”

 

“그래!... 요즘은 하연이 니가 웃는 것도 신경 쓰여 ㅡㅡ”

 

“…그건 좀 병같은...데...”

 

그때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슬쩍 둘을 보더니 말을 꺼냈다.

 

“둘이 뭐… 혹시 계약 연애 이런 거 하는 거에요?”

 

“네!?”

하연의 목소리가 튀었다.

 

“아뇨!! 저희 그냥 PD랑 출연자예요!”

 

“그렇구나~ 요즘 젊은이들 방송 보면 다들 그렇게 하길래~ 그런 건 줄 알았네요 ㅋㅋ”

 

재현은 태연하게 말했다.

“저희 사실 신혼 부부예요.”

 

“선배!!”

 

기사님은 껄껄 웃었다.

“그래서 눈빛이 달달했구나~ 하하!”

 

“진짜 아니라니까요!!!”

 

하연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재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촬영장 복귀 후,

 

“하연아!! 괜찮아??”

도겸이 달려왔다.

 

“괜찮아요, 진짜 멀쩡해요!”

하연은 양손을 흔들었다.

 

“이거 그냥 살짝 데인 거예요!”

 

하지만 주변 공기는 살짝 묘했다.

스태프들 눈빛이 하나같이 ‘봤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겸은 그걸 눈치채고 바로 나섰다.

“아~ 오해들 하지 마세요~ 우학학

재현이가 원래 후배 진짜 챙기거든요 껄껄"

 

도겸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치, 명재현?”

 

 

“…그렇죠. PD로서 당연한 거죠”

재현은 짧게 대답했다.

 

하연은 속으로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럼 오늘은 요리 미션은 취소입니다.”

제작진이 말했다.

 

“하연 씨 다쳤으니까, 안전하게 꽃꽂이 데이트로 바꿀게요!”

 

“꽃꽂이요?”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요리보다 낫죠.”

 

“저도 꽃 좋아해서..! 감사합니다!!”

하연이 따라 웃었다.

 

 

 


 

 

 

촬영이 다시 시작됐다.

하연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꽃을 잡으며 말했다.

 

“이거 꽂는 방향 맞아요?”

 

“이렇게요. 살짝 각도를 틀어줘야 예뻐요.”

 

“우와, 상혁 선배 은근 섬세하시네요오...!!”

 

“핳, 그게 제 매력이죠?”

 

 

“ㅋㅋㅋㅋ 인정할께요 ~”

 

둘의 웃음소리가 자연스럽게 번졌다.

PD석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재현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저 웃음 뭐야,

꽃을 꽂는 건데 왜 그렇게 즐거워해...

야… 저거 내 앞에서만 짓는 미소잖아....'

 

재현은 손에 쥔 펜을 괜히 구겨쥐었다.

긴 시간이 흐르고, 촬영이 마무리됐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연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며 자리를 떴다.

 

 


 

 

 

화장실 거울 앞,

하연은 붕대를 확인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 진짜 파란만장하네.”

 

그때였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누군가 손목을 낚아챘다.

 

“흭!”

 

어두운 리허설룸 안.

등이 벽에 닿았다.

 

하연이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자,

질투로 번들거리는 눈빛의 명재현이 서 있었다.

 

“선배…?”

 

재현은 대답 대신 벽에 손을 짚었다.

 

탁.

 

“왜 그래요, 놀랐잖아요...!!! 뭐하는 ㄱ...”

 

 

“…웃지 마.”

 

“네?”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말라고.”

 

하연은 말이 막혔다.

“그건… 촬영이니까—”

 

“알아.”

 

 

“그럼 왜—”

 

재현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겹쳤다.

 

순간 하연의 눈이 크게 떴다.

숨조차 막힐 정도로 갑작스러운,

 

감정이 터진 듯한 키스였다.

둘 사이에 조용한 숨소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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