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닿은 손과 손 사이,
도망갈 틈도 없이 재현의 그림자가 하연을 덮쳤다.
“선배… 잠깐—”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재현의 입술이 다시 내려와 하연의 입술을 덮쳤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깊고, 급했다.
밀어붙이듯, 숨을 쉴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읍—!”
하연은 반사적으로 재현의 가슴을 밀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이 쎈 재현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잠깐만요, 선배—”
재현의 손이 하연의 허리를 단단히 잡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더 가까이 품 안에 가뒀다.
“... 가만히 있어.”
낮게 울리는 목소리.
평소보다 훨씬 낮고 거칠었다.
하연의 숨이 점점 흐트러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아...왜 이렇게… 숨이…'
저항하려던 손이
어느새 재현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재현은 계속해서 입을 맞추다, 잠시 입술을 떼었다.
“하…”
하연은 그대로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눈이 풀린 채로, 몽롱하게 재현을 올려다봤다.
“…선배.”
재현은 그런 하연을 보더니,
픽 웃었다.
“뭘 봐.”
그리고 고개를 숙여
하연의 코에 자기 코를 살짝—
콩.
“……!”
하연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재현의 볼을 양손으로 폭- 잡았다.
“왜 그러는 거예요 도대체, 선배에…!!”
“……”
“까....깜짝 놀랐잖아요!”
하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쏘아붙였다.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재현은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말했다.
“질투나서.”
“…네?”
“참을 수가 없었어.”
재현은 태연하게 덧붙였다.
“넌 내 거잖아.”
“……!”
“도장 찍은 거지.”
“그걸 이런 데서 찍어요?!”
"아찔하잖아? 난 더 좋았는데..."
하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다 진짜아...”
재현은 하연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가자.”
“어… 어디요?”
“사람들 있는 데로.”
“… 이 기분으로?”
"그럼 뭐, 키스 더 할까?"
"아니 그게 아니라...!"
재현은 대답 대신
하연의 손을 꼭 잡고 문을 열었다.
“어이.”
나오자마자 들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도겸이었다.
하연보다 먼저 재현의 얼굴을 본 도겸은
한 박자 늦게 눈을 깜빡였다.
“…야.”
“……”
“ㄴ... 너 입술...!!!!”
재현이 무심코 입술을 훔쳤다.
“…왜... 왜?”
“아직도 번졌어 이 자식아, 똑바로 닦아;”
그제야 재현도 느꼈다.
입술에 남아 있는 묘한 감촉...
도겸의 시선이 하연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다시 재현을 보고 말했다.
“너희 둘!!!”
“….”
“따라와.”
도겸은 두 사람을 그대로
촬영장 구석으로 끌고 갔다.
“야, 명재현.”
“……”
“너 미쳤어?”
"...뭐어”
“연애 프로그램 촬영 중인 거 알지?”
“…알아.”
도겸은 하연을 보며 말했다.
“하연아, 너도.”
“죄… 죄송합니다아...”
“밖에서, 그것도 촬영장 근처에서
애정행각은 좀 아니지 않냐...”
하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제가 더 조심했어야 했어요.”
도겸은 한숨을 쉬었다.
“너희 사정이야 내가 다 알진 못하지만,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이야. 이런 식이면, 곤란해진다?”
“알겠어어...”
재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신 안 그럴게요.”
“말은 잘해 말은~”
도겸은 둘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일단 촬영 마무리부터 해.”
꽃꽂이 데이트의 마무리 부분 촬영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이 꽃이 더 예쁜 것 같아요! ㅎㅎ”
“그쵸? 색감이 살아있네요.”
하연은 최대한 평소처럼 웃었다.
“여기 이렇게 꽂아볼까요?”
“네, 좋아요.”
재현은 PD석에서
꼼짝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만 잡지 마.
웃지 마.
왜 그렇게 가까워.
입술을 꽉 다물었다.
촬영 종료 후,
“상혁 선배,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헤헤”
“하연 씨도요 ㅎㅎ”
둘은 촬영장을 정리하며 나란히 서 있었다.
“오늘 진짜 정신없었죠...”
“그러게요. 다친 건 괜찮아요?”
“네, 이제 괜찮아요...!!”
상혁은 말없이 하연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기울였다.
“…저기.”
“네?”
“잠깐만요.”
상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어…?”
너무 가까웠다.
상혁은 조심스럽게
하연의 입술 근처로 다가와
슥.
“…여기.”
“……!”
“립스틱 번졌어요.”
하연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아앗!!”
“아, 놀라셨다면 죄송—”
“아니에요!! 제가 감사합니다!!”
하연은 급하게 입술을 문질렀다.
“왜 번졌지… 하하…”
“이제 괜찮아요.”
“…네! 진짜 감사합니다!”
하연은 물건을 들고
급히 자리를 떴다.
상혁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그때.
카메라 하나가
천천히 각도를 바꿨다.
방금 그 장면을,
아주 또렷하게 담은 채로.
빨간 불이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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