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방송부

18 미묘한 경쟁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퍼졌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하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

 

재현은 하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명재현입니다.”

 

촬영장 안이 정적에 잠겼다.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만 둔탁하게 울렸다.

 

“…어?”

 

“오 드디어 메기가 들어올 때인가? ㅎ”

 

“PD였던 그 명재현…? 생각보다 출연진으로 오니까 잘생겼네..."

 

출연진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졌다.

하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를 들면, 재현과 눈이 마주칠 것 같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ㅎ”

 

재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마치 이 자리가 원래 자신의 자리였다는 듯 태연해보였다.

이게 꿈인지 실제인지 생각하던 하연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선배였다.

분명히.

자신의 남자친구, 명재현....

 

“…미쳤네.....”

하연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내뱉어버렸다.

 

“자자자~ 다들 놀라셨죠??”

도겸이 출연진들을 보며 집중하라는 듯 박수를 쳤다.

 

 

“메기남 들어왔으니까 다들 다시 집중!

카메라 돌아가고 있어요~ 우학학!”

 

도겸의 웃음은 평소보다 훨씬 과했다.

하연은 그 웃음이 더 불안했다.

 

'무슨 생각인 거야 대체...!!! 이게 진짜 무슨 ㅇ...'

하연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자기소개 시간,

 

“재현 씨, 간단하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재현은 마이크를 잡았다.

“... 하핳 넵, 제가 원래는 제작진이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가장 가까이서 보다 보니까...."

 

재현은 잠깐 말을 멈췄다.

 

 

“....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구요? ㅎㅎ”

 

재현을 바라보는 하연의 손이 무릎 위에서 꽉 쥐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출연자로서 사랑에 솔직해지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재현의 시선이 아주 잠깐 하연을 스쳤다.

카메라는 그 미묘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휴식 시간,

하연은 재현에게 쫒아갈까 했지만, 괜히 오해를 살까 무서워

맨 끝 쪽 대기실로 숨어들었고, 문을 닫자마자 등에 힘이 쭉 빠졌다.

 

“…하아... 대체 이게 무슨 ㅇ...”

 

 

그때,

 

똑똑-

 

“하연아”

 

하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ㅇ… 어어… 네?

오 상혁 선배..!!”

 

상혁이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잠깐 괜찮아?”

 

“…네.”

 

둘은 카메라에서 살짝 벗어난

테이블 쪽에 마주 앉았다.

 

상혁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도 돼?”

 

하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혁은 하연을 똑바로 봤다.

“재현 씨... 하연 씨 남자친구 아니야?”

 

하연의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꽉 쥐어졌다.

“…맞아요…”

 

“…ㅎ 근데 왜 출연자로 들어온 건지...”

상혁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었던 거야?”

 

 

“아뇨…저도… 모르겠어요.

왜 갑자기 메기로 들어온 건지.”

 

하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재현 선배한테는 아직 아무 것도 못 물어봤어요..

저도 지금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상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ㅎ 하연이가 곤란하게 됐네.”

 

“죄송해요, 전에도 재현 선배 때문에 곤란한 부탁 드렸었는데... ㅠ”

 

“아냐”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사과할 일은 아니지 ㅎㅎ”

 

“….”

 

“그냥,”

상혁은 낮게 웃었다.

“이 상황이 좀 웃겨서”

 

“…네?”

 

“연애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메기로 들어오는 것도 좀 어이없는데,

뭔가 ... 나도 재현 씨 마음 알 것 같아서

...

여자친구가 솔직히 연애프로그램 나가 있으면 걱정 안 되는 남자친구가 어딨겠어?"

 

하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근데,"

상혁은 말을 이었다.

 

“오늘 촬영, 조금 더 솔직하게 해도 되나?”

 

 

“…솔직하게요?”

 

“어쨌든 이 스튜디오 안에서는 우리 연애 프로그램 촬영 중인 거잖아.”

 

“…?”

 

"나도 솔직히 좀.. 짜증난달까?

내가 너랑 뻔히 최종 커플로 데이트 중인 거 알면서

훼방 놓으려고 들어온 거잖아 딱 봐도"

 

"헉.. 그런 건 .. 아닐 거에요...!!"

 

"ㅎㅎ 과연 그럴까? ...

나도 복수 같은 걸 좀 해야 할 수도 있어서 말이야."

 

".... !!!"

 

"연프에서 내 짝꿍을 빼앗기고 싶지가 않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 앞에서 너 놓치지 않겠다는 거야.

...

적어도 이 프로그램 안에서만은"

 

"ㅅ...선배!"

 

"재현 씨가,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게 어려웠겠지만..

스스로 들어온 걸 오히려 후회하게 될 수도 있겠네 ㅎ

....

내가 자극을 받았거든..ㅎ 가만히 있었음 그냥 나도 가만히 있었을 텐데"

 

"...!!"

 

"하연이 너 많이 불편하게는 안 할께,

나도 너랑 화제된 영상이 있다보니까 포기가 어렵네? ㅎ

그럼 잘 부탁한다?"

 

하연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고, 상혁은 웃으며 대기실을 나갔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상혁은 일부러 하연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연 씨, 이 꽃 이렇게 잡아야 해요.”

 

상혁은 하연의 뒷편으로 가서

하연을 뒤로 안으며 손을 겹쳤다.

 

“앗...”

 

하연이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하자,

상혁은 놓지 않았다.

 

“ㄱ... 괜찮아요!! 제가 해볼께요 ㅎㅎ”

 

그러자 상혁은 하연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카메라 있으니까, 붙어봤어 괜찮지?”

 

"하하핳....”

하연은 애써 웃었다.

 

그걸 저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재현의 모습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자식 알면서도 저러는 거야????????'

 

"재현 씨,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재현의 파트너인 지우가 물었다.

하연을 몰래 신경쓰고 있던 재현은 지우가 부르자 다시 파트너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ㅇ...어!! 네넵 제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릴께요 ㅎㅎㅎ"

 

 

상혁은 여전히 하연을 뒤로 안고는

꽃꽂이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여기 가시에 찔릴 수 있어요, 조심해요 ㅎㅎ”

 

“…넵 !! 조심할게요오..”

 

“제가 옆에서 봐드릴께요 자-”

 

"... ㅇ...어!!! 상혁 선배가 찔리신 것 같은데..?! 여기 ㅍ..피!!"

 

"앗, 괜찮아요 계속 ㅎ.."

 

"그런 게 어딨어요!! 밴드가 서랍에 있나?..."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재현,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장미가

뚝— 하고 부러졌다.

 

"ㅈ..재현 씨, ㅎ.. 힘 조절을 잘 못 하셨네요...!! 괜찮으세요?"

 

"... 앗... 하하하 !!! 네네 제가 힘이 쎄가지구요...!! ^^;;;"

 

'저 짜식이 진짜..

내가 출연자로 들어와도 이렇게 나오시겠다?'

 

 

 


 

 

 

촬영이 끝나고,

 

“서하연.”

 

재현이었다.

전보다 훨씬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하연을 불렀다.

 

“…선배!! 이게 어떻게 ㄷ...”

 

“나랑 얘기 좀 하자.”

 

“제가 할 소리죠”

 

재현은 하연을 똑바로 봤다.

“너, 왜 안 밀어내?”

 

 

"네?"

 

 

"왜 상혁이가 너 안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었냐고"

 

 

그 모습을 멀리서 도겸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큰일 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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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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