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안녕하세요 장모님"

올해는 안올줄 알았던 그가,
이번 설에도 찾아왔다.
“아이 참, 안와도 된당께. 미안해서 어쨔"
“..그래도 저한테는 장모님이니까요"
“형부, 어서와요"
형부는 3년전, 우리언니랑 결혼을 했을때 처음봤다.
그때는 제법 친해서 자주 왕래하며 지냈었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처럼 대할수 없게 되었지만.
형부와 언니는6개월이라는 짧으면 짧은, 길다면 긴 결혼생활이 끝이 났다.
둘의 불화라던지.
이혼이라는 이유로 끝이 난건 아니었다. 그랬으면 매년 찾아오진 않았겠지.
사고였다. 우연을 가장한.
우리 언니는, 악착같이 버텨온 험악한 세상에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형부 얼굴을 볼때면 언니와 셋이서 밥 먹고 놀던 생각이나 그립기도 하였고, 때로는 퀭한 얼굴이 제법안쓰러워 보였다.
이혼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이
싱글이 되었던 형부는
이젠 안올법도 한데 설마다
찾아와 주었다.
“형부- 여기 앉아서 좀 기다려요.
밥 안드셨죠?”
“아 응. 아직"
여주는 제법 무거워보이는 선물세트를
들고서 서있는 그에게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네 주었다.
“기다려봐요. 나물에 밥이라도 비벼줄게"
여주는 뭐라도 하겠다는듯, 전을 굽다말고 작은 앞치마를 둘러맨 체 주방으로 총총총 달려갔다.
띠링- 띠링-
냉장고 안의 나물들을 찾느라 열어두었던 냉장고를 닫지 못한걸 까먹었는지,
냉장고는 닫아달라는 신호를 두어번 내었다.
탁-
“아. 형부 안와도 되는데. 앉아계셔요"
거실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여주를 지켜보다가는, 괜히 미안한지 주방까지 따라와 돕겠다며 돕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지민이다.
결국 여주는 그의 고집에 못이겨,
제일 간단한 일을 찾아 그에게 시켰다.
“아 그럼 온김에 밥그릇에 드실만큼 퍼세요. 밥그릇은 여기"
#02
하하하하.
거실에 위치해 있는 큰 테이블에는, 온갖
명절 음식과 함께 사람이 북적댔다.
오랜만에 친척 다같이 모이니,
사람도 많고 음식도 푸짐하였다.
어린 조카들부터 증조 할아버지 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였다.
그렇기때문에 친척끼리 안친한 경우도 있어서 몇몇테이블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먹어댔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그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러게 말이야. 형부도 그렇게 생각하지?”
제부부터 시작해서 동생, 할아버지. 아빠.
다같이 있는 테이블에서 대놓고 호탕치는 저사람은, 큰언니였다.
글쎄 형부를 돌려 까는듯한 말을 하며 호호호. 그저 웃는다.
아무래도 형부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나는 형부의 점점 어두워지는 표정을 보았다. 몇마디의 말이 오갈수록 미세한 표정떨림이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다같이 있는 테이블에서 무르익은 분위기를 흐트릴순 없었다. 제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 말 없이 밥알만 굴려댈 뿐이었다.
“형부~ 우리 엄마 음식이 입에 안맞나?
팍팍 드셔요. 아, 이젠 지민씨 인가?”
아무리 우리 언니라지만 형부한테 너무하지 않은가 싶었다.
자신이었으면 밥알이 목구멍으로 들어가겠나. 이자리에선 불편한게 당연했다.
“언니. 그만해"
보다못한 여주가 그녀에게 한마디를 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주변 눈치를보며 또 호호. 하며 웃었다.
얘, 무슨 내가 어떻게 했다구~ 하며 눈알을 슬슬 굴린다.
“죄송하지만, 속이 안좋아서요.
저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싸하다. 갑분싸 라는 요즘말이 이럴때 쓰이는가보다.
다들 눈치를 슬슬 보더니 한마디씩
말을 뱉었다.
형부가 작은방에 들어가자, 다시 조금씩
말소리가 들리더니, 곧 시끄러워 졌다.
큰테이블에서는 덕담이, 작은테이블에서는 제부 얘기를. 아이들은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 자리에서 불편한건, 역시 나 뿐이었다. 형부가 걱정되었다.
“나도 들어가볼게. 배부르다"
밥을 먹은듯 안먹은듯, 여주의 그릇은 비워지지 않았다. 핑곗거릴 만들어 빠져나가려고 했다.
“김여주. 너 그방 갈거면 앉아"
큰언니가 작게 소근댔다. 역시 눈치 왕인 큰언니는, 다 알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자리를 못뜨고 마지못해 앉아있던 나도 괜시리 걱정되는 마음에 속이 좋지 않았다.
#03
식사가 끝나자 단체 화투판이 일어났다.
빠질사람은 진작에 빠졌고, 이미 이곳을 뜬 사람도 있었다.
나는 속이 좋지 않아서 바람이라도 쐐고싶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럴때 만큼은 단독 주택이 좋았다.
좀 옛날 구조이지만, 뻥 뚫린 하늘을 옥상을 통해 직관할 수 있어서.
킁킁. 계단을 올라갈때 코를 찌르는 담배냄새가 풍겼다. 아직 고모부가 안가셨나.
계단을 다 올라오자 냄새의 주범인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형부?”
“..여주?”
“여, 여긴 웬일이야. 화투 같이 하는거 아니었어?”
여주를 보자마자 당황한채 어버버. 말을 더듬는다.
어짜피 못넘어갈텐데 말이다.
“형부 담배 끊었으면서. 다시 피는거에요?”
“...응. 그냥 한번.. “
지민은 여주가 다가오자 벽에 불을 지지며, 담배를 버렸다.
“미안. 쉬려 왔을텐데 냄새 나겠다"
“아니에요"
여주는 벽을 짚으며 깊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말 없었다. 또 괜한 생각을 하고있지 않나 싶어 말해봤는데, 그게 또 맞았나 보다.
단기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았을텐데. 이번일은 언니가 너무 했다.
“한대만 줄래요?”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로 서있는 지민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당연히 거절하겠지만.
“안돼. 너가 왜 담배를 펴. 건강에 나빠 피지마 너라도"
“알아요. 그러니까 형부도, 피지마요.
알면서 왜펴"
그가 쓸쓸히 웃는다.
“고마워"

지민의 표정에선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한편에선 고마움을, 한편에선... 그리움을.
여주도 알았다. 지금 이사람이 나를 죽은 언니랑 조금씩 겹쳐 본다는걸.
그치만 어쩌겠는가. 계속 신경쓰였다 혼자있는 지민이.
곧 그의 눈에선 투명한 물방울히 뚝뚝 떨어졌다. 어깨도 미세히 떨려왔다.
수많은 감정이 복받친 눈물이었다.
진정되면 내려와요. 난 갈게요.
여주의 일종 배려였다.
지금으로써 그의 상태는, 위태로워 보였다.
더이상 다가가면 안됬다. 언니를 위해서라도.
그가 혼자있게 옥상에서 내려왔다.
밤하늘에선 빛이 났다.
아름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