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음악 - Marian Hill의 One Time
이거 들으면서 봐야 제가 의도한 더 아찔한 분위기가 삽니다.
안 들으면 좀 덜 섹시......
트리거 경고
● 살인을 주 주제로 삼고 있는 글입니다.
● 뮤지컬 시카고 의 셀 블록 탱고를
소설로 각색한 글입니다.
*Cell House 개념 및 전정국의 이야기는 개인 창작
나라에서는 죄수들이 감옥에서 죽지 않고 오래 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가 있었다.
살인수들만이 사는 집, 감옥.
일명 셀이라 불리는 집에는 살인수들이 단체로 생활했다.
다른 죄수들이 적어도 살인수에 의해 죽어 형벌을 마감받지 못하도록
마련된 집이었는데, 관리 하에 놓인 많은 셀 중 13호에는
7명의 아름다운 남자들이 살고 있었다.

13호의 첫 살인수
김남준

"내 여우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참이었어.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못하던지, 아주 돌겠더군. 집에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지. 내 여우가 얼마나 예쁘게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기대와 함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지. 약간의 위로와 나를
감아올 맨 피부를 기대하면서. 그러려고 기르기 시작한 나의 6번째
여우였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여우가 건방지게 소파에 앉아
껌이나 씹고 있더라고? 아니, 터트리고 있었지.
"그 껌, 더이상은 안 터트리는 게 좋을거야."
왜, 다들 그런 습관 하나씩은 있잖아. 유난히 나를 돌게 하는
그런 습관. 그게 나는 껌을 터트리는 거였고, 나의 여우는 껌을
입안에서 또 한 번 터트렸어.
그래서 나는 여우에게 경고탄을 두 발 쐈지.
여우의 머리에 말이야.
13호의 두 번째 살인수
김석진

"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야?"
해외로 출장을 간 날이었어. 내 자기와는 운명처럼 만났고,
한국에 돌아와 같이 산지도 2년이 되어가고 있었지. 싱글이라는
자기에 말에 얼마나 들떴는지, 바로 같이 살자고 말해버렸지.
미녀를 놓치는 건,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이니까.
그런데, 내가 재밌는 걸 하나 알았지 뭐야.
싱글이라고. 하, 어이가 없군.
자기에겐 이미 남편이 있었지. 그래, 뭐. 내 자기가
얼마나 예쁜데 그동안 남편 하나 못 만들었겠어? 솔로인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뭐, 그뿐이면 내가 이해를 해. 그런데, 6명은 심하지 않나?
그래도 내 자기는 여전히 예쁘니까, 당장은 화를 참았지.
그날도 요리를 못하는 내 자기를 위해 내가 저녁을 차렸어.
직장에서 돌아온 자기가 그 날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풀썩 쓰러지더라고.
그거 알아?
어떤 사람들은 독극물에 약하더라고.
13호의 세 번째 살인수
민윤기

"내 허니 말하는건가."
허니, 걘 언제나 질투가 많았어.
내가 다른 여자들이랑 말을 하는 것조차 싫어했지. 날 자꾸
구속하려 들기까지 해서 짜증났지. 의심, 하. 그 놈의 의심병은
시도때도 없이 도지더라고. 허니의 치와와 같은 지랄 맞은 성격,
나 아니었으면 아무도 못 받아줬을거야.
그날 저녁은 우리 둘 다 지쳐 있었어. 허니의 의심병은 또 도졌고,
난 평소처럼 허니의 지랄을 받아주기엔 질렸었지. 화가 나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지만, 내 허니인데 어쩌겠어.
우리가 싸운 다음 날, 나는 허니를 위해 저녁을 만들고 있었어.
와인 한 잔과 함께 침대를 같이 달구면 좀 나아지려나 싶었지. 그래서
나는 도마에 닭가슴살을 가지런히 썰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허니가 흥분해서 뛰어들어오더라고.
"너 그 년이랑 잤지?!!"
그런데, 소리를 너무 질러서 과하게 흥분했나봐.
내 칼에 열 번이나 뛰어들더라.
13호의 네 번째 살인수
정호석

"제가 유죄라고 생각하세요?"
"넌 내가 유죄라고 믿어?"
그녀는 완벽한 소녀였어요.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그녀는 완벽했어. 아, 얼마나 그녀가 스윗했는지 몰라.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저를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들이 나를 체포했어.
경찰은 내가 이웃과 함께 그녀를 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내 애인을 안고 있었어요.
경찰이 나의 이웃이 그녀를 붙잡는 동안 내가 그녀를 죽였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야.
저는 무죄입니다!
나는 결백해!
그가 왜 내가 그랬다고 말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대체 왜 그가 내가 한 짓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경찰에게 내가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다.
경찰에게 내가 하지 않았다고 설명해보려 했지만, 이해를 못하더라.
저는 무죄입니다!
난 무죄라고!
13호의 다섯 번째 살인수
박지민

"아, 내 와이프 말하는 거지?"
나는 순찰 공연을 다녔어. 내 와이프랑 내 형이랑 같이 다녔지.
형과 내가 2인조로 펼치는 무용 공연이었고, 와이프는 함께 우리와
공연을 다녔어. 공연의 마지막에는 스무가지의 아크로바틱 동작을
연이어 선보였지. 1번, 2번, 3번, 4번, 5번, 다리 찢기, 앉아서 다리
벌리기, 뒤로 공중 제비, 누워서 돌리기... 하나씩 차례대로 말이야.
그날은 다음 공연을 하기 전날이었어. 우리는 한 모텔에 다같이
들어가 술을 마셨지. 술은 달았고, 우리는 취해갔어. 그렇게 즐겁게
놀고 있을 무렵, 얼음이 다 떨어진거야. 난 얼음을
채워오기 위해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어.
그런데, 와이프랑 형이 17번 동작을 하고 있더라고?
아, 17번 동작이 뭐였냐고? 다리 벌리기. 난 완전 충격 먹어서
의식을 잃었어. 아무 기억도 안 나.
내가 피에 젖은 손을 닦던 그 순간까지
난 그들이 죽은지조차 몰랐다고!
13호의 여섯 번째 살인수
김태형

"내 베이비에 대해 알려줄게."
내 베이비는 감수성 깊은 예술가였어. 아, 정확히 말하면 화가였지.
베이비는 자신만의 섬세한 예술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런 베이비를 사랑했어. 난 내 베이비의 붓을 쥔 손과
예쁜 옷을 걸친 그 바디까지 전부 사랑했지.
하지만 내 베이비는 언제나 자신을 찾으러 다녔어. 밤이면
밤마다 외출을 했고, 나는 그런 베이비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아, 물론 내가 베이비를 구속한 건 아니야. 성인인데, 외출할 수도
있지. 성인이니까, 여러 명의 남자들을 자신을 찾기 위한
도구로 썼을 수도 있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헤어졌어.
예술적 견해가 달랐기 때문이랄까.
베이비는 자신이 살아있다고 봤고,
나는 죽어있다고 봤거든.
13호의 일곱 번째 살인수
전정국

"내 피앙세를 알고 싶어?"
내 피앙세는 물을 좋아했어. 그래서 바다도, 강도, 호수도, 심지어
수돗물까지도 좋아했지. 아, 물에서 하는 것도 좋아했어. 전생이
있다면 내 피앙세는 인어공주였으려나?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알아? 피앙세는 물을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파란색인 것보단 빨강색을 좋아했어. 피앙세의 방에는 온갖 곳곳에
빨간 소품들이 가득했지. 언젠가 왜냐고 물었더니, 전남친이
항상 빨간 립스틱을 선물로 줬다더라고.
그러다 어느 날, 기막힌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 피앙세에게 물과
빨강색을 동시에 보여줄 방법 말이야.
그날 저녁, 내 피앙세가 평소 즐기던 반신욕을 할 때 나도 같이
들어갔어. 나는 피앙세에게 물이 붉어지는 광경을 보여주었지.
그런데, 내 피앙세가 너무 좋았나봐.
과다출혈이 되도록 눈을 안 뜨더라고.

난 안 그랬어.
그런데 내가 그랬다 한들, 어떻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지?
그녀들이 자초한거야.
우리를 이용했고, 우리를 망가뜨렸지.
다 그녀들의 탓이라고!
그런데도 우리가 잘못했다고 할 수 있어?
만약 너가 거기 있었다면,
그 장면을 봤었다면,
너는 분명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 걸지.
살인은 맞지만, 범죄는 아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