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2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완전인간, 그리고 반인반과.
완전인간은 말 그대로 완전히 인간인 사람들이었다.
평범하게, 과일향이 아닌 순전히 살내음이 나는 사람들.
반대로 반인반과는 반은 인간, 반은 과일인 사람들이었다.
자신만의 특정 과일이 발현되면,
그 과일향이 온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야, 너 나랑만 놀아도 돼?"
"응? 뭐가?"
태형과 나는 둘 다 완전인간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아무 제약 없이 이렇게 밤 늦게까지 놀 수 있었던 건
그 덕이기도 했다. 반인반과가 돤 순간부터 그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탐내기 시작하는 과일에 불과했으니까.
A급 이상의 반과들이 뿜는 향은 그 어떤 인조향수보다
황홀했고, 사람들은 그에 쉽사리 홀렸다.
비록 그 때문에 반과들은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A급 이상의 반과를 손에 넣어 배우자로 맞는 사람들은
승리자로 뽑혔다.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트로피를 얻은 것과
같달까. -사람들은 반과들이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럭셔리백으로나 취급받는 처지에 게이치 않았다.
"너도 이제 슬슬 반과 찾아야지. 그러다 너 네 나이때
반과들 다 놓친다."

"상관 없어. 나는 너랑 붙어먹을거야."
"누가 받아나준대?"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우리 둘.
태형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어서 그런지,
태형이는 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경계했고, 결혼을 하기보단 나랑
오래 놀고먹자는 주의가 더 강한 것 같았다. 사실 걱정되긴
했지만, 얘가 가지는 사상이 그렇다니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요새 비혼주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기도 하고,
나도 딱히 얘보다 편한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냥 평생
친구로 같이 지내지 않을까 하며 내버려두고 있었다.
"너 딸기 좋아하잖아. 딸기면 은근 흔해서 아직
꽤 남아있을 걸?"
"필요 없다니까."
"에휴......"
차라리 얘가 반과였으면 누가 데려가려고 하기라도 할텐데,
남들이 보기에 좋은 건 그저 외모 뿐, 과일향이 나지 않아
탐내는 여성이 반과에 비해 엄청나진 않았다.
물론 인기가 없다는 소린 아니다. 여전히 외모로만도 충분히
인기가 많지만 럭셔리백 같은 반과들보다 탐내는 사람들이
적다 뿐이지. 비율로 따지면 4:10 정도?
"쭈, 나 간다. 따라오지 마."
"어, 잘가. 조삼히 가고."
태형이 집으로 간 뒤 생긴 일이었다. 배웅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역한 달콤함이 훅 치고 올라왔다.
"커흡-!"
지독하리만치 단 향기에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은 온통 붉어져
흐릿했고, 헛구역질이 치밀어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었다.
마약과 마취약, 그 둘을 섞어 놓은 듯 시야가 어지러이 돌아갔다.
몸에는 힘이 주르륵 빠져 곧장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무릎이
아픈 걸 느낄 새도 없이 호흡이 가빠졌다.
"1......119......"
흐릿해진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또렷하게 만들려 눈을 잔뜩
찌푸리고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119에 연락했다.
"살려, 주세요......"
.
.
.
폰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이 이명처럼 멀어지며
모든 게 암전되었다.

"ㅇ......"
"정신이 좀 드세요?
선생님! 김여주 환자분 의식 돌아오셨어요!"
손목에 링거가 꽂혀있었다.
다행히도 구조는 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환자분, 드문 케이스긴 하지만, 환자분께선 성인이 돼서
반인반과로 발현한 케이습니다."
"제가...... 반인반과라고요...?"
"네, 환자분께선 S급 딸기 반인반과로 발현하셨습니다."
전세계 인구 중 30% 남짓하는 반인반과. 그 중에서도 희귀한
성인에 발현한 사람. 게다가 극히 드문 확률의 S급 딸기 반인반과가
되어 버렸다.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