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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누가 팬플에서 브금 재생하는 법 좀 ㅈㅂ..)
내 마지막 사랑 지민아. 우리가 가장 뜨겁게 사랑하던 붉은 노을 아래야. 너와의 6년을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해. 우리가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을 간직한 채 잠시 너와 멀어져 보려고 해.
우리 노을 참 좋아했잖아. 주황빛으로 물든 세상과 서로의 눈동자에 가득 찬 붉은 태양, 그리고 서로의 환한 미소. 그래서 노을 아래에서 머물러있어. 지민아,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야.
행복이란 게 이런 거였나 봐. 같이 자전거를 타고 매끄러운 바람을 만끽하고, 이 노을 아래에서 책을 읽고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고, 집에 들어가면 맥주 한 캔과 오징어 다리와 넷플릭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양치를 하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나누던 간지러운 키스까지. 6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어. 내가 감히 어떻게 이 미적지근한 단어들로 우리를 정의할 수 있겠어.

- 여주야.
나는 작년에 너랑 바다 간 것도 좋았어. 바다에서 해가 떨어지는 걸 보고, 야시장도 즐기고, 호텔에서 와인잔에 꼴꼴꼴 채워지는 와인과 내가 좋아하는 치즈. 너가 틀어놓은 잔잔한 재즈까지 너와 나의 취향을 꾹꾹 눌러담은 날이었잖아. 야시꾸리하게 섞이는 혀와 시원한 향이 나는 너의 살냄새 까지도.
그래서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없어. 너와 나 서로가 너무 익숙해졌고 서로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는 너와 내가 맘에 안 들었어. 그래서 잠시 너의 곁을 떠나려고. 이기적인 거 알아. 끝까지 못된 것도 알고, 너의 속을 또 썩이는 짓이라는 것도 알고, 내가 금방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네가 이미 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기적인 나를 한 번만 더 이해해 줄 순 없을까. 우리의 찬란한 주황빛 청춘에서 조금만 더 잠식할 순 없을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메마른 고독에 익사하지 않을만큼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함께하자.
나의 청춘, 나의 주황빛의 노을 지민아.
빛나는 너의 드넓은 하늘, 너의 찢어진 조각, 너의 반쪽인 너의 연인이.

- 사랑해.
해맑게 웃던 너의 미소와 따뜻한 품이 오버랩되면서 너와 닮은 따뜻한 노을에 한 발짝 다가가보기로 했다. 한 걸음씩 천천히. 분명 노을이 내 눈 앞인데 여기는 어쩐지 추운 것 같다. 아, 여기는 깊은 바다구나. 주황빛의 물살이 넘실거리는, 파도가 찰싹이는, 노을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렇게 난 너에게 잠식된 채로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