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누나를 좋아하는데 눈치도 못 채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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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낯설은 천장과 아무리 둘러봐도 보지 못한 인테리어였다. 일단 문이라도 열고 나가봐야겠다 싶어서 문을 열고 나가자 감자탕 냄새가 났다. 부엌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자 정국이가 보였다.
“누나! 일어났어?”
“나 왜 여기있어?”
어제 일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우리 집 방 두개인데 같이 살래? 라고 물어봤는데 누나가 좋다고 그랬잖아~”
“...!?!?”
정국이의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어제의 기억들이었다.
“생각 났나 보네.”
정국이 나를 보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기억이 돌아오긴 했지만 정국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까지 기억이 돌아와버렸다.
“일단 여기로 와서 밥 먹어.”
자연스럽게 의자를 빼주며 앉으라는 제스처에 의자에 앉았다. 정국이 내 앞에 앉았다.
“너 나 어떻게 대려온 거야?”
궁금한 질문들 부터 던져보자고 생각했다.
“차에 태워서?”
“누구차?”
“당연히 내 차죠~“
밥을 떠서 내 입으로 가져다 주는 정국에 자연스럽게 입을벌려 받아 먹었다.
“너는 술 안 마셨나?”
“그럼~“
또 한번 해맑게 웃은 정국이었다.
“감자탕 맛은 어때?”
“맛있어.”
“나랑 사귀면 요리 많이 해줄텐데.”
“어어...??”
당황스러웠다. 정국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지 누가 생각했을까.
“누나가 나 이용해도 되는데. 복수하고 싶지 않아? 남편한테.”
복수는 당연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국이를 이용하기에는 정말 내가 쓰레기가 된 기분일 것 같다.
“뭐.. 나는 이용당하다가 누나가 나 좋아하면 이득이지.”
“내가 너를 안 좋아하면..?”
불안했다. 정국이와 유나 둘다 김태형 처럼 내 곁을 떠나면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막막했으니까.
“간단해. 지금처럼 지내면 돼.”
지금처럼 지내는게 쉬운줄만 아는 정국이.
“아니면.. 누나를 꼬시면 되는거지.”
눈만 깜빡 거리며 정국이를 빤히 쳐다봤다.
“솔직히 누나도 연상, 동갑보다 연하가 더 좋지 않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어? 누나 무슨 생각 하는거야! 응큼해~”
양 손을 자신의 어깨에 X자가 되도록 만들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정국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나 먼저 회사 갈게...”
나왔던 방 쪽으로 걸어갔다.
“누나! 오늘 토요일이야!!”
다시 뒤를 돌아 앉았던 자리로 걸어가서 앉았다. 정국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누나를 놀리고 말이야..”
“놀린적 없는데? 아 아무튼 할거야 말거야?”
정국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 눈을 보고도 거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해보자.”
마지못해 대답했다.
“잘 생각했어 누나!”
정국이는 그 누구보다 이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 웃음을 보자 여태까지 동생으로만 보던 정국이 처음으로 이성으로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