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단편집

이별한 뒤,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 1

급한 업무와 중요한 업무가 겹치는 바람에 2주 동안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지냈다. 또한 2주동안 태형이도 못 봤기 때문에 빨리 집에 가서 태형이를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유나와 정국이는 태형이 바람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내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아무튼 몸이 지쳐있는 상태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오랜만에 보는 긴 복도가 나를 반겼다. 집 앞으로 걸어가 도어락을 열려고 하는 순간..

“이러다가 이여주 오면 어떡하려고~“

“어차피 요즘에 바빠서 와.. 괜.. 괜찮아~ 어차피 이혼 서류도 ..잖아~”

우리 집에서 들어선 안될 것 같은 임나연의 목소리와 자세히는 들리지 않지만 이혼 서류 라는 단어가 들여왔다. 손이 미친듯이 떨렸다. 내가 저 이혼 서류에 싸인을 하게 되면 저 둘은 바로 결혼식 준비를 할 것 같았다.

‘띠리릭-‘

최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 쇼파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있는 둘이었다.

“…”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으니까 말이다.

“어.. 언니..! 지금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제가 언제부터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죠?”

임나연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 말을 끊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태형이 짜증난다는 듯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와.. 어떻게 회사 밖에서 까지 공과사라를 구분하는거 정말 질린다..”

태형이의 말이 화살처럼 만들어져 내 심장에 박혔다.

“그게 무슨..”

“여기에 싸인이나 해.”

태형이 서류 봉투를 던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서류 봉투는 내 얼굴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여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쳐다보자 임나연을 자신의 뒤로 숨긴 채 나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러는 걸까 싶었다.

“내가 왜?”

잘못한건 김태형인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나? 지고 싶지 않았다.

“이혼하고 싶어서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내 얼굴에 서류 봉투를 던지고 싸인하라고? 누가 보면 내가 바람핀 줄 알겠어~?”

“언니.. 언니 이러는거 찌질해 보이는거 알아요?”

임나연이 내 뒤통수를 제대로 친 것 같았다.

“찌질해? 찌질해 보이는게 누군데!”

목소리를 살짝 높여 말하자 무섭다는 듯이 오들오들 떠는 임나연이었고 그런 임나연을 감싸 안고는 나를 째려보는 김태형이었다.
무서웠다. 저런 표정을 짓는 김태형은 처음 봤기에.
몸을 숙여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이혼 서류였다.

“이건 내가 고민해 볼게. 몇일이, 몇달이, 몇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약 오르라고 한 말이었다.

“집은.. 바람핀 너가 나가는게 나는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 또한 마찬가지다. 어차피 여기서 나가게 될 사람은 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가 나...”

“아아~ 너네는 얹혀 살만한 친한 친구가 없구나-! 그럼 ‘착한’ 내가 나가줄게.”

김태형의 말을 끊고 말했다. 화가 났으면 좋겠다. 나보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화가 났으면 좋겠다.

“ㅇ..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더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으니까. 거실에서는 내 욕을 하는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는 임나연의 목소리도 들여왔다.
캐리어를 꺼내 속옷과 옷, 가방, 모자 등등을 챙겼다. 짐을 다 챙기고 보니 당분간 어디서 지내야 되는지 막막했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리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친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화를 걸 만한 사람은 없었다.

‘우우웅..우우웅....’

때마침 유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언니!”

다급하게 말하는 유나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무슨일인데..?”

“그.. 언니 남편 어떻게 됐어...?”

“아.. 난 또 뭐라고 괜히 긴장했잖아~“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이혼 서류 받았다.”

내 말 한마디에 통화가 끊긴 듯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언니 이제 어디서 지내려고..”

“나도 모르겠다~”

”나랑 같이 살자고 하고 싶은데 나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알아 알아~“

나를 걱정해주는 유나가 너무 고마웠다. 걱정해주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

“언니 그럼 일단 우리 만나서 딱~ 콜?”

“콜~”

“그럼 저희 @@포차에서 봐요~”

“알았어.”

어차피 해야 될 업무도 끝났고 내일은 토요일이겠다.. 술을 먹어도 상관은 없었다. 정장을 벗어 캐리어에 넣고 꺼내 놓았던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를 힘껏 올려 묶었다. 거울을 한번 쓱 보고는 캐리어와 가방을 들고 방을 나왔다.

“…”

방을 나오자 보이는 것은 김태형의 다리를 베고 자고 있는 임나연과 그런 임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김태형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를 끌며 앞으로 걸어가자 김태형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오늘 나갈 지 몰랐다는 듯한 그의 표정이었다. 고개를 돌려 현관문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자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뭐야. 오늘 나가는 거야?”

“…”

“너를 재워 줄 친구는 구했나 보지? 아 혹시 전정국이랑 같이 살 생각인가? 몸이라도 굴릴 생각인가봐?"

***
헤어지자 화랑 내용이 비슷한 것 같은건 기분탓인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