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단편집

#좀비와 요정 - 1

어느때 처럼 안전구역은 평화로운 날이었다. 안전구역에서 나를 포함한 5명은 강가에 휩쓸려온 좀비들을 죽이기 위해서 강가쪽으로 걸어갔다. 근데 우리 5명이 같이 갈 정도로 많으면 사이렌 소리가 울리지 않나...? 역시 이 개같은 안전구역은 없어지는게 맞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여주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지은 너는 여기 있어.”

“으응..”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다보니 벌써 그 곳에 도착했나보다. 도착해서 강가를 봤더니 5명이 같이 안 와도 될 만큼 좀비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김여주는 아직까지 능력을 찾지 못한 아니 찾지 못한 척 하는 나를 배려해 주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나는 김여주가 싫다. 너무너무...

“이지은!!!”

“어..어!!”

정국이었다. 좀비를 죽이러 올때 내가 멍때리면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지금도 그렇다.

“미안...”

최대한 덜 잔소리 듣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정국이는 어딘가로 걸어가 털썩 앉더니 자기 옆자리를 손을 톡톡 쳤다. 최대한 불쌍한척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 정국이의 옆에 앉았다.

“이런대서 긴장 풀지 말라고 항상 말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거야..”

궁시렁 거리면서 말하는 정국이가 귀여웠... 잠만 생각해보니 내가 정국이보다 나이가 많은데...?

“야 정국아.”

정국이는 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너.. 내가 너보다 나이 많은데 이지은...? 이지은~? 나 여주랑 동갑이거든!”

여주라고 부르는게 역겨웠지만 김여주라고 부르면 의심할게 분명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주라고 말했다.

“하하...”

정국이가 슬금슬금 옆으로 이동했고 나는 정국이한테 달려들어 정국이의 볼을 꼬집었다.

“야! 너네들 조용히 좀 해. 너네가 그렇게 떠들어서 집중 못하다가 다른 애들 맞추면 어떡할 건데.”

나와 정국이는 태형이의 말 한마디에 자세를 고쳐 앉아 조용히 있었다. 정국이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지민이만 안 죽으면 된다.

.
.
.

좀비를 죽이기 시작한지 몇십분 정도가 흐른 것 같은데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 정국이를 보니 불안한 듯 손을 물어 뜯고 있었다. 정국이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정국이가 나를 쳐다봤다.

“괜찮을 거야.”

= 지민이는 괜찮을 거야.

“아무일도 없을 거야.”

=지민이는...

김여주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내 머릿속엔 지민이 뿐..

“그렇겠지..”

정국이는 그래도 계속 손톱을 물어 뜯었다. 자기도 저쪽으로 가서 도와주고 싶겠지. 하지만 능력을 찾지 못한 척 하는 나를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 지키기 위해 저쪽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

미쳐버릴 것 같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늘어난다. 계속해서 강가에 휩쓸려 올 수는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양으로... 지민이 쪽을 보니 꽤나 지쳐 보였다. 그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좀 있으면 사이렌 울릴거야. 안전구역 A쪽 입구가 뚫렸어.’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안전구역 사람들이 아무리 나에게 좀비를 죽이라고 시켜도 나를 희생해 지켜주고 싶었고, 나를 믿고 따라온 이 4명을 지키고 싶었다. 무전기를 켜서 최대한 작은 소리로 물어봤다.

“여기서 그나마 제일 안전한 곳이 어디야?”

‘음... 그나마 제일 안전한 곳은 C구역이야.’

“알았어.”

일단 여기서 올라간다. 그리고 최소한 남자애들은 C구역 쪽으로 보낸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살리고 싶었다. 지민이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왜?”

“올라가자.”

내 말에 좀비를 죽이면서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아무리 싸워봤자 좀비들은 계속 늘어날거야. 그럴바엔 위로 올라가서 죽이자.”

지민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돌다리를 밟고 애들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좀비들이 미친듯이 따라왔다.

위로 올라오자마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남자 3명은 C구역으로 이동. 그리고 지은이랑 나는 A구역으로 간다. 우리는 C구역에서 만날거야.”

내 말 한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각자 갈 길로 뛰어갔다.

***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김여주가 같이 가자고 했다. 단 둘... 순간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뭐해 빨리 와.”

김여주의 말에 김여주를 따라가면서 어떻게 죽일지 생각을 했다. 김여주를 죽일 계획은 금방 떠올랐다. 벌써부터
김여주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얼마 재미있을지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
원래는 장편으로 쓸 생각이었지만 언제 쓸지 몰라서 일부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