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구역에 도착하자 김여주가 나를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를 대리고 이동하면 당연히 그나마 좀비들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는 지금... 도저히 김여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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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 보다 좀비들이 많았다. 지은이를 여기로 대려온 건 나 혼자 간다고 하면 무조건 뭐라고 할 애들때문도 있었고 위기 상황에 처하면 능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너는 여기 있어.”
골목 담 위에 지은을 놓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담 위에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지은이를 데리고 싸우기에는 신경써야 될 것이 많아져 힘들 수도 있다.
지은이를 슬쩍 쳐다보자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불안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가려고 하자 내 손목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지은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하.. 그래 너도 같이 가자.”
이게 내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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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의 손목을 잡았다. 김여주는 나를 혼자 두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김여주를 따라다니며 김여주를 죽일 기회를 찾아야 하니까.
“하.. 그래 너도 같이 가자.”
역시 나는 어떻게 하면 김여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 너무 쉬웠다. 마치 김여주는 내 손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내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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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해가 떠있을 때 나왔는데 해가 지고 있다. 몇시간을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으러 같을곳을 돌고 돌고 도는 건지 그렇다고 해도 살아있는 사람 한명도 찾지 못했다.
“이 정도면 A구역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거 아니야?”
내 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 지는 김여주였다.
“있을 수도 있잖아.”
내가 이래서 김여주를 싫어한다. 억지 부리고 착한척 하는 저 모습을. 내 엄마를 따라하는 모습을.. 내 엄마와 똑같은 무기를 쓰는 것을. 내 엄마의 딸인 척 하는 저 모습을..
“억지좀 그만 부려! 여기 꼼꼼히 보면서 돌아다닌거를 지금 몇십분 이러고 있는 건지 알아?! 착한척도 적당히 해야지!!! 남자애들 앞에서 착한척 하는 것도 이해해 줬는데 남자애들 없어도 착한척하는 건 뭔데! 너.. 정말 역겨워..”
더는 내 화를 참지 못하겠어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말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내 엄마를 힘들게 만들며 자기들은 편하게 평화롭게 생활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죽여도 죽여도 줄어들지 않은 좀비들을 죽이는 저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나한테는 역겨울 뿐이였다.
“…”
김여주는 나를 쳐다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김여주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나를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
“너 우리가 나타나기 전 요정 알지? 그 요정 내 엄마야. 사람들한테 좀비를 죽이는 기계로 사용된 요정이 내 엄마라고! 사람들은 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줄 알고 있어. 근데 그건 다! 자기들이 쉴틈 없이 좀비들을 죽이게 만들었어.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에서 좀비들을 죽이려니까 좀비들한테 죽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저 말을 요약하면 그냥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근데 내가 내 엄마를 죽인 사람들을 찾으러 몇시분씩 돌아다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야.”
처음이었다. 김여주가 저런 말투로 나에게 말을 한 것은.. 나도 모르게 움찔 했다.
“뭐.”
하지만 나는 잘못한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너 지금 한 말 이 상황이랑 안 어울리는거 알아? 그딴 말 할 시간에 사람이 있나 확인을 해.”
눈물이 핑 돌았다. 김여주도 사람들이랑 다른 바가 없었다. 빨리 죽여버리고 싶었다.
“너.. 지금 그게 할 말이야!!”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소리를 질렀다.
***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찾을 생각은 커녕 저런 생각만 하고 있다니.. 버려진 나를 키워준게 이 구역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에게 보답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거를.. 사람들에 대해서 저렇게 생각하는 것 조차 어이가 없었다. 자기 엄마가 격은 일 때문에 사람들을 싫어하는건 이해가 갔다. 그럼 처음부터 우리랑 같이 안 다녔으면 되는거 아닌가. 굳이 우리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고 같이 이동하며 좀비를 죽였고.. 처음부터 이지은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 우리와 같이 다녔다는 말로 들린다.
“…”
이지은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한번만 더 툭 하면 울것 같은 표정으로.
“...!”
우리가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미친듯이 뛰어오는 좀비를 봤다. 나도 모르게 이지은의 한쪽 팔을 내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내 한쪽 손으로 이지은의 허리를 잡았다.
“뭐하는 거야!!! 이거 안 놔!!!”
흥분한 것 같은 이지은을 무시하고 담 위로 뛰어 올라갔다.
“놔!! 놓으라고!!!”
“죽기싫으면 조용히 해.”
내 말 한마디에 조용해진 이지은이었다.
***
김여주는 긴 머리를 찰랑이며 뛰고 또 뛰었다. 우리가 왔던 골목길쪽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균형을 못잡고 옆으로 쓰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여주는 나에게서 손을 땐 뒤 손을 옆으로 뻗어 무언가를 잡는 듯 했고 김여주의 손이 닿자 스르르 생기는 낫이었다.
담에서 내려간 김여주가 열심히 좀비들을 죽이고 있었다. 내 계획과는 많이 틀어졌지만 여기서 완벽하게 김여주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문뜩 떠올랐다.
“여주야!”
뒤에 벽 때문에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김여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여주는 내 생각대로 좀비들을 죽이다 말고 내 손을 잡았다. 김여주를 끌어 올려주는 척 했다. 거의 다 올라왔을 때 김여주를 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있는 힘껏 좀비들이 있는 쪽으로 김여주를 밀고 손을 놨다.
“ㅍ.. 푸하하하하!!”
김여주의 표정은 재밌었다. 나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상태로 뒤로 넘어갔고 뒤로 넘어가면서 짓고 있는 당황한 표정,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 그런 김여주를 보고 있자니 속이 시원해 졌다.
‘쿵-!!’
김여주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좀비들은 김여주에게 달려들었다. 뒤를 돌아 지민이 쪽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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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옥상이 지친듯 앉아있는 지민, 태형, 정국이 보였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 짜냈다. 슬픈 생각을 하자 미친듯이 눈물이 흘러 내렸고 이 상태로 그들에게 뛰어갔다.
“ㅁ.. 뭐야 왜그래..!”
내가 울고 있는 것을 보자 태형이는 당황해 하며 나를 안아주었다.
“근데.. 여주는...?”
조심스럽게 김여주에 대해 물어보는 정국이에 나는 더 서럽게 우는 척 했다.
“울지만 말고 말을 해봐.”
지민이 말했다.
“여주가... 여주가....”
골목길에서 나를 담 위로 올려준 뒤 김여주도 올라오려다 좀비들이 너무 많이 좀비들에게 덮쳐졌고 혹시 몰라 몇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뭐... 뭐라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지민과 태형이었고 정국이는 이미 울고 있었다. 역시 단순 해서 잘 속는 것 같다. 한번 그 곳으로 다시 가보자고 말하는 그들에 그쪽으로 갔고 바닥에는 피 투성이 뿐 역시 김여주는 없었다.
나는 앞으로 이들을 대리고 안전구역 밖으로 나가 살 것이다. 이 구역 사람들이 살아 있다면 지민, 태형, 정국이 몰래 죽여버릴 것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