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새멤버

에피소드 - 3


그들과 처음 만난 뒤로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연습실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나를 신경쓰는 멤버들은 한명도 없었다.
샤워실에서 씻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보이는 멤버들.

“…”

“…”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고 방금전까지 시끄러웠던 그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으며 매섭게 쳐다봤다. 그래도 이정도면 버틸만 했다.

“가자.”

조용했던 복도에 김남준씨의 말 한마디에 발 소리와 말소리로 채워졌다.

“…”

김남준씨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연습실로 걸어가고 있을 때 김남준씨는 나를 한번 쓱 째려보고는 멤버들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오늘도 역시나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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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연습실로 미친듯이 뛰어가 수건을 던지고서는 연습실로 향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기는 것은 나를 째려보는 그들과 턱턱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였다.

“시작하자.”

그 말을 끝으로 멤버들은 몇시간동안 춤만 췄다.

“야 이여주!!”

‘거짓말이야 you such a liar...’

정호석씨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화를 냈다. 그럼 나는 자동적으로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고 두 손을 모을 뿐이였다. 그 와중에도 노래는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마치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이..

“그딴식으로 추면서 데뷔는 무슨 데뷔야?”

“아.. 진짜...”

“늦게 들어왔으면 열심히라도 하던가.”

정호석씨가 소리를 지르며 하는 말에 묻힐법도 한 다른 멤버들의 말들은 또박또박 한글자도 빠짐 없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자존감과 비례하듯 내 고개도 더욱더 숙여졌다.

“죄송합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입버릇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처럼.

“하? 죄송? 죄송~? 죄송하면 틀리지 말던가.”

정호석씨는 내가 한 말을 비꼬듯이 따라하며 화를 냈고 그럼 나는 바보같이 목소리를 떨며 죄송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아~ 정말~ 누구 때문에 데뷔할 수 있을까.”

“데뷔 못하면 그 누구 때문이겠지.”

“아 우리 누구 때문에 데뷔가 두달정도 늦춰졌는데..”

“없쩔 수 없잖아 형~”

그들은 나를 보며 말했다. 한명이 나를 욕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하나같이 나를 욕했다.

“제발 똑바로 하자.”

“네..”

또 다시 노래가 흘러나왔고 나는 아까보다 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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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난 뒤 아무것도 틀리지 않아 뿌듯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 진짜...”

“그따위로 하면서 팀한테 피해줄거면 걍 팀을 나가는게 맞지 않냐?”

“제발 좀 똑바로 하라고.”

나를 싫어하는 멤버들 답게 다리만 살짝 덜 벌려도 손을 살짝 더 올리거나 내려도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타박하기 시작했다.
억울했다.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똑바로 하라고 말한지 몇십분도 안 지났는데.”

정호석씨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억울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망정 나는 죄송하다도 또 한번 사과를 했다.

“얘들아! 점심시간!!”

갑자기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매니저 오빠였다. 그러자 나를 뭐라고 하던 멤버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살짝 눈치가 생긴것 같은 매니저 오빠였다.

“에이~ 무슨 소리에요~”

“형이 예민한거 아닌가?”

“요즘 피곤해요 형?”

멤버들은 모두 시치미 때기 시작했다. 그럼 매니저 오빠는 자기가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보다 밥 먹어라!”

매니저 오빠는 자신의 손에 들린 봉투를 들으며 말했다. 그러자 멤버들은 모두 매니저에게로 뛰어가 도시락을 받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마지막으로 도시락을 받았다. 매니저 오빠가 나가면 휴게실이나 개인 연습실로 가서 먹을 생각에 가만히 서있었다.

“음? 왜 도시락 들고 가만히 서있어? 밥 안 먹어?”

가만히 서있은 내가 이상했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매니저 오빠였고 가에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멤버들과 매니저 오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빨리 와서 앉아.”

“왜? 오늘은 입맛 없어??”

민윤기씨와 정호석씨가 나를 챙겨주는 척 연기를 했다.

“여기 앉아 여주야!”

그 와중에 전정국씨는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뭐라는 거야! 여주는 내 옆에 앉을 거거든?”

이번엔 김태형씨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옆자리야!”

“아니야!”

“다들 그만 싸워!! 여주는 내 옆에 앉을 거거든? 일로 와 여주야!”

김태형씨와 전정국씨가 싸우는 척 하자 박지민씨가 끼어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사이가 많이 좋아졌네~ 그럼 맛있게 먹어라!”

매니저 오빠는 그대로 연습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가식적인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눈치 있으면 여기 말고 다른데 가서 먹지 그래?”

“나는 내 옆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할 때 진짜로 앉을까 봐 걱정했어~”

“나도”

역시나 매니저 오빠가 나가자 순식간에 바뀌는 멤버들이었다. 그들의 가식적인 행동은 나의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기 딱 좋았다.
도시락을 들고 연습실을 나가려고 할 때 문이 열리며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어! 오랜만이다!”

“안녕~”

“요즘에 바쁜가봐? 얼굴 보기가 왜이렇게 힘들어~”

“하이하이~”

그 여자가 들어오자 멤버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그럼 그 여자는 ‘안녕~ 오랜만~‘이라며 멤버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연습실을 나가려고 발을 때자 나만 들릴 만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였다.

“너도 오랜만이네.”

그녀는 멤버들 사이에 자연스럽다는 듯이 앉았다. 빨리 나가지 않으면 멤버들이 무슨 말을 할까 나는 빠르게 연습실을 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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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곤 한 곳이 화장실이라니 정말 나 자신도 한심했다. 
한참을 음식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손을 덜덜 떨며 도시락통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병기통 속으로  쏟아 부었다.

“소속사를 나가야 되나..”

“어머~ 나가긴 어딜 나가 여주야?”

순간 깜짝 놀라며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배.. 배... 배...”

그녀는 연습실에 들어온 사람이었고 나는 그녀의 성을 더듬으며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섭섭한걸? 내 이름도 까먹은거야?”

그녀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으로 나의 턱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 놔. 배수지.”

나는 최대한 당당하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치며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아.. 우리 여주 많이 컸구나~ 반항도 하고 말이야. 나만 보면 덜덜 떨던 여주였는데. 아! 지금도 덜덜 떨고 있구나!”

배수지는 내가 친 자신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근데.. 우리 여주가 어떻게 방탄이랑 같이 데뷔하게 됬을까?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안 된다고 말하는 방시혁 새끼였는데.”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게 뭐야.”

주먹을 쥐고 손에 힘을 꽉 준 채로 말이다.

“말하고 싶은 거? 음... 너 방시혁한테 몸 팔았니? 몸 팔지 않고서야 방탄이랑 같이 데뷔를 해? 방시혁이 나를 얼마나 예뻐하고 내가 하고 싶은거 다 들어줬는데 데뷔는 안 된다고 말한게 다 너가 몸팔아서 그런거 아니냐? 방시혁한테 몸 팔아서 옛날에도 데뷔 취소한건가?”

“뭐!?”

배수지의 말도 안되는 말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아아 미안~ 이건 비밀로 하고 싶었던 건가?”

배수지는 나를 놀리듯, 비웃듯이 말했다.

“야. 데뷔 취소된 건 너 때문이잖아.”

나는 금방이라도 배수지를 죽일 듯이 째려봤다.

“어머~ 무서워라~ 어디서 그딴 눈빛을 배워와서는!!”

배수지는 자신의 오른손을 높게 들어 나의 뺨을 때리려고 하다 멈췄다.

“앞으로 있을 일들 기대해~ 이건 맞보기?”

배수지는 내가 손쓸새도 없이 나의 머리를 잡고선 방금 전 음식들을 버리고 물을 내리지 않은 병기통으로 넣었다.

“푸하하하핳!!”

배수지는 두어번 정도 병기통에 내 머리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곤 나의 머리를 들어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너 냄새나.. 좀 씻고 다녀라. 아~ 애미, 애비도 없어서 못 씻지? 그럼 수고해~ 너무 늦게 가면 오빠들이 나를 걱정해서 말이야~”

배수지는 나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인 뒤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 말았다.

“…”

나의 눈에서 눈물이 미친듯이 흘러 나왔다. 만신창이가 된 채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 배수지 어디간거야!”

“아 진짜 다음달이 컴백인데 연습할 생각은 안하고!!”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 몰라 진짜 갑자기 데뷔조에 껴서 여주랑 이간질하지 않나!!”

방금전 말을 한 사람이 내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꺄아악!!”

그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그 여자의 소리에 다른 멤버들도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자 상당히 충격을 먹었는지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여주야...”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나와 같은 년도에 연습생이로 들어온 또한 같이 데뷔하게 될 뻔한 김은주였다. 그녀의 옆에는 윤하와 신연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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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끊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