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빠...?”
나를 보자 수지는 깜짝 놀라며 나를 쳐자봤다. 나는 천천히 이여주에게로 걸어갔다.
“오.. 오빠.. 여주 때리지마.. 응..?”
그럼 수지는 나에게로 기어와 나의 팔을 붙잡으며 나를 말렸다.
“…”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손을 높이 올려 이여주의 뺨을 세게 때렸다.
‘쿵—’
그러자 쿵 소리와 함께 이여주는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털썩 주저 앉는 것은 예상 밖이지만 상관 없었다.
“너 작작해. 수지가 불쌍하지도 않냐?”
“불쌍.. 불.. 쌍... 그래.. 인생을 저렇게 밖에 못사는 애가 불쌍하지... 아니 그렇게 따지면 내가 불쌍한 건가...?”
이여주는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여주가 한 말은 조용한 연습실 안에서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여주의 복부를 발로 찼다. 어이없는 말을 해서 화가 났다.
“헉.. 허억... 헉...”
이여주는 숨이 안쉬어 지는 지 눈에 눈물이 맺힌 상태로 헉헉 댔다.
“가자 수지야.”
“응...”
수지는 숨을 헉헉대는 이여주가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여주를 챙겨야 할 이유따위는 없어 지갑을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고 수지의 손목을 잡고 연습실 문을 열며 밖으로 나갔다.
***
민윤기씨는 보지 못했겠지만 나는 보았다. 배수지가 나를 보며 사악하게 웃는 모습을.
“하아..하아...”
내가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나를 반기는 것은 잘게 찢어져 있는 종이 쪼가리였다. 나는 쓰레받기를 가져와 종이들을 쓸어 쓰레기통에 넣고 내 짐을 챙겨 개인 연습실로 향했다.
***
“늦게 왔네?”
석진이 형이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호석이 수지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수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울먹 거렸다.
“아 그게..”
나는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은 멤버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멤버들은 차례차례 이여주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수지 지켜주자!”
“당연한 소리를 하냐 너는.”
“수지는 앞으로 우리랑 붙어 다녀야겠네.”
지민, 태형, 정국 순서대로 한 말에 수지는 안심이 된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 미소가 정말로 안심이 되서 짓는 미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들이 덕분에 앞으로 안 무서워 해도 되겠다!”
수지는 해실해실 웃으며 말했고 멤버들은 그런 수지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볼 뿐이었다.
***
민윤기씨가 나가자 배수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안녕 여주~”
배수지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아까도 인사했잖아.”
“오늘만 세번째네?”
배수지는 그런 나를 무시하고 말했다.
“아.. 어떻게.. 나는 너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 너의 그 표정.. 너무 재밌거든.”
배수지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나에게 손을 뻗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들고 있는 공책으로.. 배수지는 그 공책을 뺏어들어 찢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만해.”
“너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야?”
배수지는 내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쪽 눈썹을 치켜 들며 말했다.
“그럼 너는 뭔ㄷ..”
“아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배수지는 자신이 잘게 찢은 종이를 주워 나의 얼굴에 던졌다.
“너 이게 무슨 짓..!”
내가 눈을 뜨면서 말하자 순간 배수지는 악마로 보였다. 뿔과 꼬리가 달려있는..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의 악마 말이다.
“왜~ 요기 마음이 아야 해요?”
배수지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내 심장에 갖다 데며 말했다.
“너가 공들여 쓴 가사들이 잘게 잘게 찢어지니까 마음이 아프냐고.”
이 말을 듣고 배수지의 모습과 악마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보였던 것이 순식간에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너.. 너.. 진짜...”
눈에 눈물이 맺혔다. 배수지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열심히 쓴 가사들이 흩어져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배수지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꺄아아아악!!”
연습실 안은 방음이 잘 되지만 밖에 까지 들리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배수지였다.
“무슨 일이야!”
그 소리에 민윤기씨는 바로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배수지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민윤기씨는 나의 배를 발로 찼다. 나는 숨을 가쁘게 쉬었고 그런 나를 무시하고 민윤기씨는 배수지를 대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움직이려 애썼다. 민윤기씨의 옆에 있는 것은 배수지가 아닌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기에.. 하지만 그런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 악마는 나를 못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씨익 웃었다.
악마가 웃는 얼굴은.. 정말로 끔찍하고 무서웠다...
.
.
.
숨을 가쁘게 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속의 내용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생각이 났다. 꿈속의 내용과 어제 있었던 일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배수지가 악마로 보이는 것만 빼고는..
“아..!”
자연스럽게 손은 내 얼굴로 향했고 내가 손으로 건들인 곳은 종이에 베인 듯 따가웠다. 누워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고 의자에 앉아 거울을 봤다. 거울을 보자 어제 맞았던 곳은 아직도 붓기가 빠지지 않은 듯 퉁퉁 부어있었다. 옷을 들어 올려 복부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멍이 들어있었다.
***
“나는 어제 그냥 한 말이었는데..”
내가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맞아! 안전을 위해서!”
윤기 오빠가 무심한 듯 내뱉은 말에 석진이 오빠는 맞장구를 쳤다.
“왜 싫어..?”
그리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호석이 오빠까지.
“아.. 아니! 너무너무 좋아서 그렇지!”
나는 호석이 오빠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웃고 있는 내 얼굴과는 달리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연습이 없는 날인데도 이여주를 괴롭히기 위해서 온 것이니까.
“빨리 연습실 가자!”
정국오빠의 말에 활짝 웃으며 알겠다고 말했다. 정말 행복했다. 이 오빠들도 연습이 없는 날에 나를 위해서 같이 회사로 나온거 아닌가! 이런 오빠들을 놓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이여주를 나쁜년으로 만든 것도 가장 큰 이유였다.
***
춤 연습을 하기 위해 연습실로 왔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높게 묶고 있었다.
“흐으음~”
오늘 멤버들의 얼굴을 안 봐도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님 욕을 안 먹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것도 아니면 둘 다인가 암튼 너무나 행복한 마음에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고 거울에 비친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아...”
김석진씨와 나는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수지야 이리로 와.”
배수지는 박지민씨의 말을 듣고 바로 박지민씨의 뒤에 숨었다.
“눈치가 있으면 빨리 나가지?”
“수지 벌벌 떨고 있는거 안 보이냐?”
“눈치를 밥 말아 먹었나.”
멤버들은 하나 둘 나에게 막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
나는 짧막한 한숨을 내쉰 뒤 손으로 움켜 쥐고 있던 머리카락을 놓았다. 그러자 머리카락은 나 관리 잘 됬지? 하는 듯 샤라락하고 떨어졌다. 나는 내 옆에 있는 공책과 펜을 들고 연습실을 나왔다.
“…”
연습실 문이 닫히자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연습실 문을 한번 쳐다본 후 개인 연습실로 걸어갔다. 연습실 안에 있는 멤버들이 배수지를 걱정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개인 연습실로 돌아와 컴퓨터를 키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 연습 쉬는 날인데 왜 왔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다리를 책상에 올려 놓고 의자 등받이를 쭈욱 밀어 누웠다. 컴퓨터가 켜졌지만 나는 한참동안 그 자세로 있다가 똑바로 앉았다.
‘쾅-!!!!’
쾅 소리와 동시에 작업실 문이 활짝 열렸고 나는 깜짝 놀라 의자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고 내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배수지..?”
“안녕~”
배수지였다. 배수지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분명 멤버들이랑 같이 있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텐데..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왔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바로 말하는 배수지였다.
“내 연습실을 어떻게 알고..”
이것 또한 내가 궁금했던 점이었다. 아무리 같이 데뷔할 뻔 했어도 내 개인 연습실의 위치를 말해주지는 않았었다.
“방시혁한테 물어봤어. 근데 오늘따라 궁금한게 많네?”
배수지의 마지막 말은 관심이 없어 의자를 돌려 모니터 화면을 봤다.
“흐음..”
배수지는 연습실 안을 둘러보다가 모니터가 올려져 있는 책상에 앉았다. 그리곤 그 책상에 올려져 있는 거울을 만지작 거렸다. 그 거울은 받침대를 제외한 부분은 전부 거울이었기에 한번 떨어뜨리면 산산조각이 날 가능성이 컸다.
“우리 여주~ 이제~ 재밌어질 시간이에요~”
배수지는 그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싱긋 웃었다. 순간 상당히 위험하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온 몸에 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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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처음에 썼던 내용을 기반으로하고 쓴다고 했는데 바뀐 점이 많은것 같죠🤔
뒤로 갈수록 스토리 내용을 바꾸려고 생각도 하고 있고요. 물론 제 머리가 터질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 여주 성이 이씨였죠..? 옆동내랑 헷갈린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