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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2°ㅣ
더이상 너가 없게된 나의 그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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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동현이는 그 상태로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불도 켜지 않아 깜깜한 그 곳을 비춰주는 건
오로지 창문넘어로 밝게 빛나는 건물들이 수놓은 야경이었다.
동현) ".......제발 꺼져주라"
동현이는 창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동현이가 꺼져달라는게 그 창문사이로 비추는 빛인지
아니면 동현이 집에 깊게 남은 여주의 흔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동현이는 스르륵 두 눈을 감았다.
완벽한 암흑과 함께
비범벅이 된 자신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서서히 스며드는 물이 만나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그러나 이 모든 소리가 동현이의 울음소리에 묻히게 되는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동현이는 한참을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미친사람처럼 웃다가 또 미친 사람처럼 울고 또 다시 웃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점점 추스러졌다.
피는 멈췄지만 상처는 아직 깊게 남은 상태가 되니
동현이는 현실 감각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비틀비틀 냉장고까지 걸어가 맥주를 한캔 꺼내고
그대로 쭉 들이켰다.
그렇게 한캔 두캔 마시다보니 취기가 훅 올라왔다.
동현이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지만 안주 하나없이
빠른 속도로 캔을 비워나가다보니 빠르게 취해버렸다.
동현) "아직...물이 떨어지고 있네....."
동현이는 떨어지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비틀거리며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2개의 색이 다른 칫솔에 또다시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눈물비가 한방울 두방울...
그러다가 와르륵 무너진 동현이의 마음처럼
와르륵 내리기 시작하고 동현이는 또다시 비범벅이 되었다.
.
.
.
집에 들어온 나는 물을 뚝뚝 흘리는 그 상태로
현관문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뚝-
뚝-
뚝-
나는 멍하니 물떨어지는 소리만 들었다.
여주) "비....비범벅이 되어버렸네.....
눈물 범벅보다는 더 나은가?"
나는 떨어지는 물을 멍하니 보면서 중얼거렸다.
대휘) "야"
여주) "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대휘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대휘) "손에 우산이 들려있으면서 왜 흠뻑젖었냐?"
여주) "......이거 사온거야"
대휘) "구라까지마. 그거 니 동현이가 사준거잖아.
데이트는 잘했냐? 뭘했길래 그리 흠뻑 젖어"
여주) "동현이....."
대휘입에서 그 이름이 나왔을때 울컥했는데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니깐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주) "어...? 왜이러지?"
대휘) "ㅇ...야? 왜 울어? 걔가 뭐라고 했어?"
여주) "헤어지자고....했어....."
대휘) "누가?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여주) "아니..... 내가......"
그 말이 끝나자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대휘) "ㅁ...미친놈아!! 니가 찼으면서 왜울어???"
대휘는 당황하더니 큰 수건을 가지고 와서 나를 덮어주었다.
대휘) "감기걸려 멍청아......"
.
.
.
띵-
동현이는 머리에 아직 물이 뚝뚝 흐르는 상태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방금 막 씻고 나와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거 같았는데
집안 구석구석 깊게 자리잡은 추억은 씻겨나가지 못했다.
동현이는 피아노 위에 올려둔 맥주를 쭉 들이켰다.
머리가 빙글 도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눈에는 검은색과 흰색으로 뒤덮인 피아노 건반 밖에 안보였다.
".......노래불러주면서 피아노쳐주는거 좋아했는데"
동현이는 피아노 건반에 우아하게 열손가락을 올리고
그 위에서 춤을 추듯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여주가 좋아하던 그 노래를 멈추지 않고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대신 울면서 연주를 계속해갔다.
띡띡띡띡-
그렇게 피아노를 치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동현이는 연주를 뚝 멈추고 비틀비틀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고 웅이가 집으로 들어오며 궁시렁거렸다.
웅) "아, 진짜 김동현... 과제는 다 하고 가야ㅈ...."
그런 웅이를 동현이가 꽉 안아주며 말했다.
동현) "돌아왔어 여주야?"
웅) "미친 ㅅㄲ...."
동현) "그래.... 진심이 아니였지? 그치??
아직 나 사랑하는거 맞지?
내가...내가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더 잘할테니깐....
제발..... 날 떠나겠다고는 하지 말아줘....."
웅) "헤어졌어?"
그 말을 끝으로 동현이는 골아떨어져버렸다.
웅) "진짜? 그 닭살커플이 헤어졌다고??
야? 동현아? 김동현씨??
농담이지? 너희 싸운적 한번 없잖아.
저기요? 똑똑 동현씨?"
웅이는 동현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웅) "에휴.... 침대에서 자"
.
.
.
뜨거운 햇살에 굴복하고 잠에서 깨버렸다.
어제는 그렇게 비가 퍼붇더니.
역시 비온다음 하늘이 제일 맑은 법이지.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하려던 그때.....
여주) "아....맞다....."
내가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을 보고 다시 전화번호를 지웠다
여주) "아.....습관처럼........"
5년만에 돌아온 솔로 생활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전화번호를 지우고 침대에 몸을 맞겼다.
여주) "........안 보고싶다면 거짓말이겠지?"
아른 거리는 그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그의 모습은 점점더 선명해졌다.
날 보며 웃어주는 그의 미소가 날 걱정해주는
그 다정한 눈빛이.....
그의 모든 것이 선명해져갔다.
여주) "그만...... 나타나주면 안될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잘잤냐. 사랑한다. 오늘도 화이팅하자... 다시 사랑한다....
메아리처럼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만난 시간만큼 시간이 흐르면...
아니 그보다 더 시간이 흘러야지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난 절대 그를 잊을 수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