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고 로맨스

3화) 조용히 살고 싶다며

“너, 아까 그거 봤지?”

“전부요. 셋 다 싫어요.”

그 말 한 마디가, 전교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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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영상] 김여주라는 전학생이 3대장들 싹 다 디스한 장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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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요. 셋 다 싫어요."

딱 한 문장, 여주의 얼굴은 또렷했고, 목소리는 분명했다.

 

 

영상은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퍼졌다.

그리고 3교시가 끝나기도 전에, 교내 톡방 38개에 공유됐다.

 

 

 

 

석진은 그 영상을 담담하게 눌러봤다.

그리고 천천히 화면을 껐다.

 

 

“…누가 찍은 거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대체 왜, 누가, 어떻게.

 

 

 

 

정국은 같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어폰을 빼고, 얼굴을 문질렀다.

 

 

“내 말투도 나오네. 씨… 누구야.”

아니, 그보다... 여주 반응이 계속 떠올랐다.

딱딱하고, 똑부러지고, 솔직했다.

 

 

그 순간, 운동장 옆 샤워실 쪽,

낯선 그림자가 슥— 지나갔다.

정국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우연히.

정말 말 그대로 우연히—

여주가 혼자 건물 구석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김여주?”

 

 

정국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따라갔다.

그곳은 방탄고 본관 B동 – 옥상 출입구였다.

거긴 학생들 대부분이 못 가게 되어 있는 곳.

 

 

여주는 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섰다.

거긴 아무도 없었고, 하늘은 생각보다 맑았다.

오늘처럼 머리가 복잡한 날엔, 이 옥상이 가장 조용했다.

 

 

그 순간—

 

 

“여기, 출입 금지거든?”

정국의 목소리.

 

 

 

 

여주는 놀라 돌아봤다.

“…정국 씨?”

 

 

“너, 아까 영상 본 거 맞지?”

 

 

“네?”

 

 

“봐 놓고 아닌 척하지 마. 그 표정이면 봤네.”

 

 

정국은 가까이 다가왔다.

눈빛이 진지했고, 표정은... 예상 외로, 조금 복잡했다.

 

 

“화났어요?”

 

 

“…그건 나중에. 너 여기 왜 온 거냐고.”

 

 

여주는 정국과 시선을 마주쳤다.

“…조용해서요.”

 

 

“응?”

 

 

“사방에서 다들 날 쳐다봐요. 저도 영상 봤거든요.”

 

 

정국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목소리는 의외로... 작고, 피곤했다.

 

 

“그래서, 도망친 거야?”

 

 

“…네.”

여주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여기 와 본 적 있어.”

 

 

“네?”

 

 

“여기. 옥상.”

 

 

정국은 잠깐 미소를 지었다.

“1학년 때... 죽겠다는 애 하나 있어서 올라온 적 있었거든.”

 

 

여주는 순간 멈칫했다.

 

 

“난 구했어. 그 애. 근데 걘 한 마디도 안 남기고 학교를 나갔고, 그 이후로 아무도 그 얘길 안 해.”

정국은 이어서 말했다.

 

 

“방탄고는… 그런 학교야.

진짜로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한텐, 지옥.”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정국의 눈빛을 바라봤다.

 

 

 

 

“…넌 좀 달라.”

 

 

“네?”

 

 

“난 그런 줄 알았거든. 네가 조용히만 살겠다고 했을 때.

근데 너 그날 우리 셋 다 싹 다 디스했잖아.”

 

 

“그거...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래서 더 놀랐지.”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하늘에서 가을 햇살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너,” 정국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영상, 누가 올린 건지 알아?”

 

 

여주는 고개를 젓는다.

“진짜 몰라요. 근데 아마… 우리 반일 것 같긴 해요.”

 

 

정국은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내가 찾아볼게.

누가 올렸는지.

그리고 누가 찍었는지도.”

 

 

여주가 그를 바라봤다.

“왜요?”

 

 

“…조용히 살고 싶다며.

그럼 그 정도는, 누군가는 좀 막아줘야 하지 않겠냐?”

 

 

[한편 – 석진, 영상 속 구도를 분석 중]

석진은 캠코더 스틸컷을 정지하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 위치. 거리.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건… C열 뒤편. 창가 쪽.”

“그날,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석진은 명단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신혜진.”

 

 

그 순간, 메시지 하나 도착.

 

 

📩 FROM: 신혜진

석진 오빠~ 영상 봤어요?

너무 웃기지 않아요? 진짜 저 애, 겁도 없네ㅋㅋ

 

 

석진은 핸드폰을 껐다.

“…애들 장난이 아닌데, 왜 이렇게 가볍지.”

 

 

[마지막 – 태형, 영상 삭제 요청 중]

태형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 영상 내려. 지금 당장.”

“삭제해. 아니면 내가 학교 공식 루트로 요청할 거야.”

“…응. 그게 협박이면 협박이고.”

 

 

전화를 끊고, 조용히 혼잣말.

“…별 게 다 돌아다니네.

역시 조용한 애들이 문제라니까.”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