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왜 신경 쓰이냐고.”
“전에는 안 그랬는데.”
“그 애가 보이기 시작했어.”
영상 유출 사건 하루 후
여주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공기부터 달라져 있었다.
속닥. 속닥. 힐끔. 킥킥.
모두가 입은 닫고, 시선은 여주에게 열려 있었다.
“쟤가 걔야? 영상 속 그 말했던 애?”
“셋 다 싫다던 그 전학생ㅋㅋ 근자감 무엇”
“근데 존X 멋있긴 했음. 말 존나 시원하게 했잖아”
책상 위, 여주 이름 옆엔 볼펜으로 낙서가 그어져 있었다.
“셋 다 씹어먹은 전설의 여주쨩♥”
여주는 말없이 가방을 내렸다.
그리고 앉았다. 아무 말 없이.
숨도, 최소한으로 쉬었다.
조용히. 조용히. 조용히.
...근데 그 순간,
누가 갑자기 그녀의 책상 위에 뭘 ‘툭’ 올려놨다.
“아침에 이런 거 봐야지, 기분 좋아지지.”
김태형.
📎 놓고 간 것: 자그마한 레몬사탕 두 알
📎 메모: [“오늘은 덜 싫으면 좋겠다.”]
“…뭐예요 이거.”
여주가 묻자, 태형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뭐... 내 역할이지. 조원 관리.”
“관리가 아니고 간섭 같거든요?”
“그럼 간섭할게. 왜냐면... 그냥, 신경 쓰이거든.”
여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그 사탕을 다시 집어 태형 손에 쥐어줬다.
“그럼, 저한텐 간섭하지 마세요.”
“진짜로 조용히 살고 싶어요.”
같은 시각 – 음악실
정국은 텅 빈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낮게 깔리는 화음.
그 사이, 조용히 열린 문.
“…전정국?”
정국은 고개를 들었다.
“…아, 너냐.”
여주였다.
“어제 말했던 그 영상. 혹시 찾았어요?”
정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찍은 애, 거의 확실해. C열 뒷자리. 그때 그 구도.”
“그리고 편집해서 올린 건... 그 애 주변 애들 중 하나.”
여주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누구예요? 누가 그런 거...”
“신혜진.”
정국은 한 치 망설임 없이 말했다.
“걔가 편집했고, 퍼트린 건 걔 친구네 익명 계정.”
여주의 입술이 굳었다.
“...왜 그런 거죠?”
“몰라. 그냥... 네가 싫었겠지.”
“여기서 그런 거, 이유 필요 없어.
그냥 ‘눈에 띄면 아웃’이거든.”
여주는 그 말에 한동안 입을 닫았다.
정국은 손끝으로 건반을 한 번 튕겼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말이야.”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땐—”
정국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되게, 멋있었어.”
여주는 놀란 듯 그를 봤다.
정국은 피식 웃었다.
“아니, 진심.
나는 그런 말... 솔직하게 못 하거든.”
정국은 피아노 덮개를 닫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냥,
다음에 또 그런 일 있으면—”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주를 봤다.
“나한테 말해. 내가 치워줄게.”
컴퓨터실 - 그날 오후
“너, 진짜 그 영상 유출 네가 했냐?”
석진은 신혜진을 불러냈다.
혜진은 가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빠, 나 아니야~ 내가 왜 그런 거 해.
내가 무슨 악역이야?”
“네가 아니면, 누가 했는데.”
“그냥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던 거 퍼진 거지~”
석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말 안 하면, 나중에 문제 더 커질 수도 있어.”
“…오빠, 설마 걔 편드는 거야?”
“아니. 그냥, 이딴 짓 하기엔 넌 좀 아깝다는 거야.”
혜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조용히 돌아섰다.
“그렇게까지 걔를 지켜야겠다면...”
“나도 지켜야 될 게 있겠지?”
교실 복도
여주가 사물함을 정리하는 순간,
누군가 어깨를 툭 건드렸다.
“...김여주.”
“네?”
“그냥, 잠깐 얘기 좀 하자.”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