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고 로맨스

5화) “나, 널 싫어한 적 없거든?”

“김여주. 나한테 사과해.”

 

 

“...사과요?”

 

 

“내가 널 싫어한 적 없거든.”

혜진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복도는 텅 비었다.

노을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여주와 혜진. 마주 선 둘의 거리, 약 1.3미터.

 

 

혜진은 팔짱을 끼고 여주를 내려다봤다.

“너, 내가 너 싫어해서 그 영상 퍼뜨렸다고 생각하지?”

 

 

“…아닌가요?”

 

 

 

 

“웃기네?

나는 널 싫어한 적 없거든.

다만, 너를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보기 시작해서… 좀 정리해준 거지.”

 

 

여주는 차분하게 말했다.

“영상 삭제하세요.”

 

 

“어머. 반말까지?”

 

 

“누가 찍었든, 누가 올렸든. 그걸 알게 됐으면, 정리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혜진은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주의 어깨를 스치듯이 지나가며 속삭였다.

 

 

“넌 아직 몰라.

이 학교에서 ‘재밌는 애’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한편 – 음악실]

정국은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머리를 굴렸다.

그날 여주가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왜요?”

“그렇게까지 도와줄 이유 없잖아요.”

“정국 씨가 제 무슨 사람도 아니고.”

 

 

 

 

“무슨 사람… 아니긴 한데.”

그 말이 꽂혔다. 이상하게.

 

 

그런데, 그 순간.

정국의 핸드폰으로 메시지 하나 도착.

 

 

📩 FROM: 석진

너, 김여주 집 사정 아냐?

 

정국: “…뭐?”

 

 

📩 FROM: 석진

전학기록이 좀 이상해.

그냥 장학생이 아니라… 보호전환 대상자였어.

한때 보호시설에 있었더라고.

 

 

정국은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말없이 의자에 앉아, 허공을 바라봤다.

“…그래서,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던 거야?”

 

 

[도서관]

석진은 노트북으로 기록을 정리 중이었다.

그는 신혜진이 퍼뜨린 루머 말고, 여주에 대해 진짜로 뭔가 알고 싶었다.

 

 

“가난해서 입학했대.”

“전교 1등이라며. 근데 이상하지 않아?”

“재벌 셋 다랑 엮였어. 장학금 받은 애가?”

 

 

그는 입학 전 면담 기록을 다시 열람했다.

"김여주 – 특례전형 / 보호시설 출신 / 입학추천인: 김태수"

 

 

“…김태수?”

석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사람, 화양그룹 쪽 사람이잖아.”

 

 

화양그룹 → 김태형.

입학추천자와 연관이 있다는 뜻?

 

 

 

 

석진: “…태형이랑 인연 있는 애였다고?”

 

 

[밤 – 기숙사, 옥상]

태형은 혼자 담배는 안 피우지만,

담배 피우는 척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옆, 여주가 조용히 올라왔다.

“…여긴, 원래 내 자리인데요.”

 

 

태형이 말했다.

“지금은 내 자리예요.”

 

 

“…쉐어 안 되나요?”

 

 

“쉐어요? 내 인생에서 들어본 단어 중 제일 재수 없네.”

 

 

여주가 웃음을 참았다.

“...감사했어요.”

 

 

“뭐가.”

 

 

 

 

“그 사탕. 그날, 그거.”

 

 

“…그래요?”

 

 

“근데 거절한 건, 그게 오히려 저한테 위로처럼 느껴져서.”

 

 

태형은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근데 왜 신경 쓰이냐고.

난 그런 성격 아닌데.”

 

여주가 천천히 태형을 바라봤다.

표정엔 어떤 감정도 없었다.

 

 

“…제가 싫다면서요?”

 

 

 

 

“...싫진 않는데.”

 

 

“그럼 좋아해요?”

 

 

“...그건 아님.”

 

 

[방탄고 커뮤니티]

익명 계정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특종]

김여주 전학 사유 & 숨겨진 과거 ㄷㄷ

 

 

(글 삭제됨)

(재업됨)

 

 

“보호시설 출신?

가난이 아니라, 사건 때문이었다고…”

 

 

누군가 급히 그 글을 캡처하고, 정국에게 전송했다.

 

 

📩 FROM: 미나 (정국 동생)

오빠, 이거 여주 언니 얘기 맞아?

지금 다들 그거 보고 있어.

언니… 괜찮을까?

 

 

정국은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