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 나한테 사과해.”
“...사과요?”
“내가 널 싫어한 적 없거든.”
혜진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복도는 텅 비었다.
노을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여주와 혜진. 마주 선 둘의 거리, 약 1.3미터.
혜진은 팔짱을 끼고 여주를 내려다봤다.
“너, 내가 너 싫어해서 그 영상 퍼뜨렸다고 생각하지?”
“…아닌가요?”
“웃기네?
나는 널 싫어한 적 없거든.
다만, 너를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보기 시작해서… 좀 정리해준 거지.”
여주는 차분하게 말했다.
“영상 삭제하세요.”
“어머. 반말까지?”
“누가 찍었든, 누가 올렸든. 그걸 알게 됐으면, 정리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혜진은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주의 어깨를 스치듯이 지나가며 속삭였다.
“넌 아직 몰라.
이 학교에서 ‘재밌는 애’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한편 – 음악실]
정국은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머리를 굴렸다.
그날 여주가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왜요?”
“그렇게까지 도와줄 이유 없잖아요.”
“정국 씨가 제 무슨 사람도 아니고.”
“무슨 사람… 아니긴 한데.”
그 말이 꽂혔다. 이상하게.
그런데, 그 순간.
정국의 핸드폰으로 메시지 하나 도착.
📩 FROM: 석진
너, 김여주 집 사정 아냐?
정국: “…뭐?”
📩 FROM: 석진
전학기록이 좀 이상해.
그냥 장학생이 아니라… 보호전환 대상자였어.
한때 보호시설에 있었더라고.
정국은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말없이 의자에 앉아, 허공을 바라봤다.
“…그래서,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던 거야?”
[도서관]
석진은 노트북으로 기록을 정리 중이었다.
그는 신혜진이 퍼뜨린 루머 말고, 여주에 대해 진짜로 뭔가 알고 싶었다.
“가난해서 입학했대.”
“전교 1등이라며. 근데 이상하지 않아?”
“재벌 셋 다랑 엮였어. 장학금 받은 애가?”
그는 입학 전 면담 기록을 다시 열람했다.
"김여주 – 특례전형 / 보호시설 출신 / 입학추천인: 김태수"
“…김태수?”
석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사람, 화양그룹 쪽 사람이잖아.”
화양그룹 → 김태형.
입학추천자와 연관이 있다는 뜻?
석진: “…태형이랑 인연 있는 애였다고?”
[밤 – 기숙사, 옥상]
태형은 혼자 담배는 안 피우지만,
담배 피우는 척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옆, 여주가 조용히 올라왔다.
“…여긴, 원래 내 자리인데요.”
태형이 말했다.
“지금은 내 자리예요.”
“…쉐어 안 되나요?”
“쉐어요? 내 인생에서 들어본 단어 중 제일 재수 없네.”
여주가 웃음을 참았다.
“...감사했어요.”
“뭐가.”
“그 사탕. 그날, 그거.”
“…그래요?”
“근데 거절한 건, 그게 오히려 저한테 위로처럼 느껴져서.”
태형은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근데 왜 신경 쓰이냐고.
난 그런 성격 아닌데.”
여주가 천천히 태형을 바라봤다.
표정엔 어떤 감정도 없었다.
“…제가 싫다면서요?”
“...싫진 않는데.”
“그럼 좋아해요?”
“...그건 아님.”
[방탄고 커뮤니티]
익명 계정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특종]
김여주 전학 사유 & 숨겨진 과거 ㄷㄷ
(글 삭제됨)
(재업됨)
“보호시설 출신?
가난이 아니라, 사건 때문이었다고…”
누군가 급히 그 글을 캡처하고, 정국에게 전송했다.
📩 FROM: 미나 (정국 동생)
오빠, 이거 여주 언니 얘기 맞아?
지금 다들 그거 보고 있어.
언니… 괜찮을까?
정국은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