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에요?”
태형은 벽에 기댄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어릴 때, 한 번 본 적 있어.”
“정확히는, 같이 있었어. 하루 종일.”
[10년 전, 봉사활동소 보호시설]
태형은 초등학교 5학년.
부모의 지시로 억지로 따라간 사회봉사.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하루종일 시계를 보던 그.
그때, 한 여자애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지루해요?”
“…뭐.”
“혼자 있으니까 재미없어 보여서요.”
그 애는 웃었고, 말이 많았다.
그리고, 밥도 같이 먹고, 그림도 그리고,
마지막엔 같이 구름 모양을 바라봤다.
그 애의 이름은—
“김여주.”
“…그때 그 애가 너였어.”
태형의 말에, 여주는 숨을 삼켰다.
“…기억해요.
어색하게 웃는 얼굴.
햇빛 때문에 눈 찌푸리던 표정도.”
태형:
“넌… 웃을 때랑 혼자 있을 때랑 얼굴이 다르더라.”
“…지금도 그래요?”
“지금은 더 복잡하지.”
[같은 시각 – 운동장 끝]
정국은 계속해서 여주의 커뮤니티 글을 모니터링 중이었다.
여주 이름을 검색하면,
여전히 '전학생 루머', '보호시설' 등의 키워드가 돌아다녔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바로, 여주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도서관 복도 끝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안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
“김여주.”
정국이 조용히 불렀다.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왜요.”
정국은 숨을 고르더니, 똑바로 말했다.
“그냥… 딱 5초만 듣고 판단해.”
“…?”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뭐요?”
“진짜야.
그냥 ‘지켜주고 싶다’고 느낀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신경 쓰여서 못 참겠어.”
여주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정국은 말없이 여주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줬다.
작은 펜던트였다.
안엔 ‘전정국’이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어릴 때 만들었는데,
그냥… 지금은 너가 갖는 게 맞는 것 같아.”
[교사실, 늦은 오후]
석진은 교무부장의 서류를 훑고 있었다.
여주의 전학 사유와 보호시설 관련 정보,
그리고 태형 삼촌의 이름까지 다시 확인 중.
그 순간, 석진의 폰으로 메시지 도착.
📩 FROM: 혜진
김여주 과거 사건, 네가 정리 안 하면
나 진짜 올릴 거야.
나도 선 넘을 준비됐거든?
석진: “…미쳤네. 진짜.”
📍 방탄고 공식 게시판
[🚨공지] 김여주 관련 무분별한 유언비어에 대해 조사 착수 예정.
(게시글 전면 차단 / 악플 사용자 기록 확인 중)
게시글 차단이 이루어졌지만,
누군가는 이미 캡처를 퍼뜨렸고,
또 누군가는 새 계정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혜진.
그녀는 거울을 보며 립글로스를 바르며 중얼거렸다.
“귀엽지. 쟤네 다.
지켜준다고 설레발치는 것도.”
그 순간, 누가 그 말을 들었다.
“그 입 다물지 그러냐.”
석진이었다.
“나 너 그냥 넘기려 했거든.”
“근데 지금은… 진짜 역겹다.”
혜진이 돌아보며 말했다.
“…오빠도 걔 좋아하게 된 거야?”
석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돌아섰다.
[여주의 방 - 저녁]
여주가 조용히 목걸이를 바라봤다.
정국이 준 펜던트.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
“그날, 내가 울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없이 손을 잡아줬었어.”
“정국 씨였나… 아니면…”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