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단편

권태기

오빠
왜?
여주의 부름에 짜증섞인 목소리로 답하는 태형이
나 좀 봐주면 안돼?나 하루종일  오빠 너무 보고 싶었단 말이야
하아 쫌 귀찮게 하지 말랬지
내가 귀찮아?
하아 나 지민이네가서 잘게 
아예 옷을 챙겨 나가버리는 태형이에 여주는 눈물만 흐른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늘 혼자였던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태형이
너무도 다정하고 너무도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던 태형이였었기에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너무도 아프고 또다시 혼자가 될까 너무나도 두려웠다
태형이의 권태기가 시작 되면서 또다시 시작되는 악몽들 
가지마 엄마 아빠 나도 데려가
허우적대며 잠에서 깬 여주는 땀 범벅이였다 
꿈에서 깨고나면 혼자 텅빈 방안에 누워 있는걸 자각한 여주는 또다시 울며 밤을 지샌다



야 김태형 오늘도 여기서 잘꺼야?
어 
너 왜 그러냐?이럴바앤 차라리 헤어져 여주만 힘들게 하지말고
그건 싫어 여주가 다른 남자한테 안기는 꼴 절대 못봐
무슨 심보냐?남주기는 아깝고 내가 가지기는 싫다는건가?
나도 그러기 싫은데 여주 얼굴만 보면 자꾸 짜증이 나는걸 어떡하냐 
나쁜새끼 너 권태기야?오늘은 여친 오기로 했으니까 너 집에가서 자
10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태형이
새벽1시가 지난 시간이라 자고있는 여주
흐윽 엄마 아빠 나 두고 가지마 나도 데려가 흡
그 소리에 가슴 한켠이 찌릿 아파오는 태형이 여주와 처음 만났을때도 여주는 이랬었는데  자신이 꼬옥 안아줘야 편히 잠들곤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주를 보니 또 밀려오는 짜증에 태형이는 아예 다른방으로 가서 잠을 청한다
이튿날 여주가 깨기전에 집에서 나오는 태형이
일하는 도중 여주한테서 문자가 온다
오빠 오늘도 지민오빠네서 잘거예요?오늘은 집에 와주면 안돼요?나 좀 아픈데
아프면 약 사다 먹어 문자 하지 말고 나 안 들어 갈꺼야
알았어요 밥 잘 챙겨 먹어요 라면이나 이런걸로 떼우지 말고 술도 적당히 마셔요
또 잔소리다 하아 
태형이는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그날도 지민이네서 자고 아침에 출근을 한 태형이
야 김태형 너 여주랑 무슨 일있어?
태형이의 고등학교 친구 이자 입사동기인 정국이 묻는다
일은 무슨 그런거 없어
아니 어제 너랑 여주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할려고 니네 집에 갔는데 여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채 끙끙 앓고 있더라 너 어디 갔냐고 물으니 지민이네 갔다면서 식은땀을 엄청 흘리더라 그래서 구급차 불러서 응급실 갔는데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더라
뭐?그래서 지금 여주 어딨는데?
의사는 많이 심하니까 입원치료 며칠 받으라니 괜찮다면서 약만 받아가지고 집으로 왔어 근데 진짜 상태 많이 안좋아 아주 반쪽이 됐어
하아 미련 곰탱이 진짜
태형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으로 달려간다
집에 들어서니 여느때같으면 쪼르르 달려나올텐데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여주야
방에 들어가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배를 움켜잡고 새우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누워있는 여주
여주야 많이 아파?미안해 니가 이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태형이는 땀에 젖은 여주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울먹인다
오빠?
응 나야 
왜 이제야 와 흐윽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끄읍 나 너무 아파 아픈데 오빠도 없고 흐윽
일어나 오빠랑 병원가자 의사가 입원 치료 받아야 된다고 했다며
태형이는 여주를 안고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한주간 월차를 낸 태형이는 여주가 입원한 이틀동안 여주옆에 딱 붙어 지극정성으로 여주를 보살핀다 덕분에 여주는 금방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다
주차장에서 부터 여주를 안고 들어온 태형이 
나 이제 다 낫았는데 나 걸을수 있어요
알아 그냥 내가 안고 싶어서 안는거야  
쏘파에 내려놓았는데도 태형이 목을 끌어 안은채 놓지를 않는 여주에 쏘파에 앉아 여주를 무릎위에 올려놓는 태형이
오빠 이제 집에 있을꺼지?지민이 오빠네로 안 갈꺼지?이제 나 혼자 두지 않을꺼지?나 진짜 오빠가 다시는 안 돌아 올까봐 너무 무서웠어
미안해 아가 오빠가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됐었나봐 이제 다시는 우리아가 혼자 두지 않을께
전에도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 안 지켜서 미안해 이제는 무슨일이 있어도 우리 아가 혼자 두는일은 절대로 없을꺼야 사랑해 쭈우 쪼옥
나도 사랑해 오빠 쪼옥
한달간의 권태기를 여주가 아파 병원에 입원할 지경까지 이르면서 극복한 태형이
이제 다시는 여주를 혼자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