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대화가 필요해

W. 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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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슨 겁도 없이 집을 나와. 네가 가출청소년이야?"


"내 방은 어디야? 쓸데없이 집이 넓네"


"..에휴, 있어봐. 나도 이 집은 오랜만이라 기억이 잘 안나"



내 전화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엉엉 울며 질질 짜고 있는 나에게 혀를 끌끌 차며 잔소리부터 하면서도 감기 걸린다며 겉옷을 챙겨줬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여기서 외곽으로 나가면 별장이 있다며 서둘러 내 짐을 챙겨 차에 옮겼다. 너무 울어서 체력적으로 지친 나머지 차에 타자마자 잠에 들었지만 곧이어 나를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떠보니 으리으리한 저택이 눈 앞에 있었다. 

얘가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볼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야 김여주 괜찮냐?"


"엉 괜찮지- 여기서 지내다가 방 구해지면 바로 나갈게 아 진짜로"


"내가 그런 거 신경 쓰겠어? 그딴 거 말고"


"...하, 알았어. 연준이 얘기는 당분간 하지마. 나 정말 걔 얼굴 보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할 것 같아서 도망친거야"


"야 그래도 얘기는 들어봐야지!.."


"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걔가 무슨 말을 해도 내가 안 들을 것 같아. 

카이가 말 없이 한숨을 쉬다 곧 쉬고 있으라며 집 밖으로 나갔다.그래도 옆에 말 할 수 있는 친구 있어서 그런가 조금은 속 시원하네. 카이가 어딜 갔는지 대충 짐작은 갔지만 모른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잠이나 자자.. 여기서 더 생각하면 머리 깨져.



***



"..아 졸려"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갔다. 당연히 잠은 설쳤고 어젯밤부터 지끈 거렸던 머리도 멀쩡 해지지 않았다.
넓찍한 테이블에 어설픈 토스트가 있는 걸 보니 카이가 요리를 해놓고 출근 하러 간 것 같은데 미안하게도 입맛이 없었다.




'입맛 없어도 꼭 먹고 나가'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그냥 지나칠 뻔 했던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글씨체도 카이답네 드러운 것 봐라. 키득키득 웃으며 의자에 앉아 토스트를 깨작 거렸다. 이거 먹고 씻고 준비 하다보면 10시는 되려나? 학교 갔다가 다시 집,



"아..."



또 다시 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나 어떡해 연준아? 너무 보고 싶은데 못 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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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거지같은 꼴로 학교는 잘도 왔네?"


"...안 오면, 누나가.. 걱정 하니까"


"어우- 술 냄새. 야 씻긴 씻었냐? 그리고 그 언니도 다 큰 성인인데 어디 안전한 곳에 있겠지"


"전화도 안 받고..문자도, 하.."


"..야 내가 쌤한테 말 할테니까 너 일단 보건실에서 쉬고 와. 몰골이 말이 아니야"



여태까지 엎드려 있던 연준이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드러나는 얼굴에 류진이 혀를 쯧쯧 차더니 정신 차리라며 별안간 연준의 등짝을 때렸다. 몰려오는 아픔에 멍청한 얼굴로 류진을 쳐다보다 정신이 드는 듯 그제서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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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류진아 나 죽었다 하던 자퇴를 했다던 알아서 둘러대주라"


"야, 야!"



가방도 내팽겨치고 교실을 박차고 나서는 연준의 행동에 류진이 기가 차다는 듯 빈 곳만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연준의 짐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어줬다.

어휴 병신, 아파서 조퇴 한다고 하면 되지 뭔 자퇴고 죽음이야..



.

.



"저 연준이에요 실장님. 안에 소희 누나 있죠?"


"아..연준 씨, 지금 소희 씨가 촬영이 밀려서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는데.."



무작정 찾아온 스튜디오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침대 옆 협탁에서 보았던 소희 누나의 라이터를 보자마자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집에서 마주쳤겠구나..싶었다. 오해를 풀기 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야 싶어 스튜디오를 찾아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경비팀에서 날 막았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담배를 들고 나온 소희 누나가 등장하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됐다. 실장님, 그냥 둬요 저 연준이랑 얘기 좀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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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데려다 주고 나와서 마주쳤을 때 서로 인사도 하고 고맙다고 배웅까지 해주셨어. 뭐가 문제야"


"갑자기 집을 나갈 사람이 아니에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게 아니면!.."


"연준아, 그 여자 그냥 너 버린거야"


"..."


"짐도 다 싸서 나갔고.. 연락도 안 받는다며?"




그게 너 버리고 잠수 탄게 아니면 뭔데. 소희 누나의 말에 머리를 세게 맞은 것 처럼 아려왔다. 


담배를 버린 뒤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긴 소희 누나가 물었다. 




"연준아, 우리 사귈래? 다시 한 번 물어볼게"


"..시발 미쳤어요? 대답이나 제대로 해달라ㄱ..!!"




소희 누나가 내 팔을 자신의 허리를 감싸게 한 뒤 입을 맞췄다. 

이,씨발 지금 뭐 하는.. 급하게 떨어지며 순간 몰려오는 역함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육두문자를 쓰려던 그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야 최연준"


"..누나"


"...집에 없길래 혹시나 싶어 와봤는데 내가 좋은 시간 방해 했네. 죄송해요 하던 거 마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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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누나가 본 거 오해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오해? 다른 여자랑 입술 부딪히고 있는 걸 직접 봤는데 이게 오해라고?"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했던 그거 다 사실 아니야. 집 주소도 내 지갑 훔쳐서 알아낸거고"


"..."


"방금 전 상황은.. 어제 저 사람이 누나한테 무슨 말을 했나 정황을 알고 싶어서 찾아 간건데 갑자기!.."


"..하아-"




털썩.


누나가 바닥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다. 짐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누나를 안았다. 내게 안겨 울기만 하던 누나가 어느새 진정이 된 듯 내 옷 소매를 꼬옥 잡았다. 




"집에 가자.."


"업어 줄까?"


"싫어.."




아직도 조금씩 떠는 몸을 안아주니 내 품에 더 파고 들었다. 집에 가야 되는데 나를 절대 놓지 않는 누나의 모습에 감히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올 뻔 했다.




***




'앞으로 둘이 사랑 싸움 할 땐 연락 하지마 ㅡㅡ'




포스트잇 한 장과 내 짐이 담긴 캐리어가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카이 얘도 귀신이라니까. 짐들을 정리 하고 옷을 갈아 입고 나오니 연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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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보고 싶었는줄 알아? 눈 떠보니까 누나가 없어. 짐도 다 뺐어. 연락도 안 받아"


"..."


"나 정말 누나 없으면 안되겠구나 느꼈어.. 내가 더 잘 할게 누나는 나 사랑만 해줘"


"..사실 너가 침착하게 설명 하고 있을 때도 솔직히 무서웠어. 이게 다 거짓말 일까봐.."


"거짓말 아닌 거 어떻게 알았는데?"


"..네가 설명 할 때 도망 가더라"




연준이 잠깐 욱 한듯 멈칫 했지만 곧바로 내 어깨에 머리를 부비며 곳곳에 입을 맞춰왔다. 자세가 조금 불편해 낑낑 거리자 연준이 입술을 삐죽 거리며 내 배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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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아주는 거 싫어?"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


"..너 얼굴 보고 싶어서 그렇지"



정-적



..왜, 뭐. 고개를 돌려 연준이를 보니 웃음을 참느라 아주 난리가 났다. 괜히 심술이 나서 팔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가니

졸졸졸 따라와 이번엔 나를 마주 본 채로 안아줬다. 암말 없이 안겨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렇게 좋을수가 있나?

...그리고 얘가 원래 이렇게 듬직했었나




"누나 너무 예뻐서 말도 안나와 지금"


"웃기지마"


"사랑해"


"..."


"응? 사랑해-"


"..나도"


"나도 말고 누나도 말 해줘"


"나도 사랑해"




조금은 서툰 내 대답에 예뻐 죽겠다며 날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며 앵겨 왔다. 훌쩍 커버린 몸을 받아주기 조금 버거웠지만 웃으며 등을 토닥여줬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침대에 누워 서로 부둥켜 안고 자도 불편한줄 몰랐다. 내가 조금 뒤척거리면 바로 팔 베게를 해주며 내 이마에 입 맞춰 주는 연준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설렜다. 



"나 오늘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아 여주야"


"으응.. 나도"



...뭐? 여주야? 너 왜 반말하냐. 감고 있던 눈을 떠 연준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니 실실 웃으며 내 품에 파고 들었다. 이 자식이 감히 누나한테

어느새 내 옷 속으로 파고드는 손을 다급히 잡아봤지만 소용 없었다. 야 방금까지 마음 편히 잘 수 있겠다며!




"나 진짜 피곤해 준아.. 어제 한숨도 못 잤다고"


"응응 안 건들일게. 누나는 푹 자"


"어 그럴건데.. 손 빼라"


"아니야 누나 얼른 자- 피곤하겠다"


"미쳤나봐 이러고 어떻게 자!"




***



와 존나 잘 잤다.


눈을 떠보니 연준이의 품에서 아주 아주 편하게 자고 있었다. 부시시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아직까지 자고 있는 연준이의 볼에 입 맞춰준 뒤 거실로 나왔다.

흐음- 맛있는 냄새 나ㄴ.. 어? 맛있는 냄새가 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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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깼어요?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일부러 안 깨운건데"


"아아아아악!!!!!"


"아이고 고막아"


"수,수빈 씨 여기 왜 있어요?"


"곧 있음 범규 형이랑 카이 형도 올 예정이에요! 저번에 갔다주신 반찬도 고마웠고.."


"반찬? 그거 벌써 다 먹었어요? 일주일 안에 먹으라고 한 것 같긴 한데"


"범규 형이 너무 좋아하던데요? 진짜 저 얼마 못 먹고 다 털렸어요"


"..아니 그건 다행인데.. 이 시간에 어쩐 일로"


"파티 해야죠! 저 인간 됐어요"






..네? 인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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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 이 녀석>_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