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누나 그걸 왜 이제 말 해!!!"
"...아니 왜 뭐.."
아침부터 여주의 집은 시끄러웠다. 밥 먹다 말고 숟가락을 떨어트릴 정도로 충격받은 연준이가 금새 울상을 지었다.
"내일 생일인걸 왜 이제 말해줘!!"
***

"야 이놈아 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형 이건 진짜 비상이라니까? 나 좀 도와줘 제발"
"하아-.."
아무리 그래도 학교 째고 오는 건 아니지 않니?
한국에 와있다는 소식은 어떻게 듣고 찾아온건지..카이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짜고짜 여주의 생일 선물을 같이 골라달라며 찾아온 연준이는 자기가 이제까지 봤던 모습 중에 두번째로 절실해 보였다. (첫번째는 똥강아지 시절 여주 집에 보내달라고 졸랐던 거)
"아오, 이거 김여주한테 걸리면 나 죽는건데.."
"형 형 백화점부터 가자 백화점"
"..그래 나도 김여주 생일이라 얼굴 보러 한국 온거니까. 가자"
형 사랑해. 그렇게 말한 연준이를 못 말린다는 듯 쳐다봤다. 언제 이렇게 커선 여자친구 선물까지 고르는 나이가 됐냐.. 휴닝이 차키를 챙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실용적인 게 짱이지 가방? 지갑?"
"흠.. 일단 보류"
"뭘 보류야!! 지금 몇 분 째야악!!!!"
답답함에 범규가 소리쳤다. 급하게 범규의 입을 막은 휴닝이 급 피곤해졌다. 어쩌다가 범규랑 수빈이까지 따라왔는지..어지러웠다. 범규가 뺙뺙! 거리며 소리치던 말던 연준이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갑이랑 가방은..얼마전에 누나가 사와서 굳이 의미가 있나 싶고"
"형 형! 그럼 이건 어때요? 다이어리 핑크색깔 이거 짱 귀엽다 나 닮은 토끼도 그려져있네"
"오- 정말 예쁜 쓰레기잖아? 도로 갖다놔 최수빈."
"...씨"
아무래도.. 돈의 힘을 빌려야겠다. 연준이 애처롭게 휴닝이를 바라봤다. 저 뒤에서 개피곤한 얼굴로 범규를 달래다 연준과 눈이 마주친 휴닝이 또 뭐냐며 물었다.
"형 나 뭐 사줄지 정했어"
"그래 가자. 빨리 사고 집 좀 가자"
휴닝은 지갑을 그냥 던질 기세로 연준에게 전해줬다. 3시간 고민한 것과 다르게 결제는 3초만에 끝났다.
이럴거면 고민은 왜 한거야 시발ㄹ시발 거리던 범규도 힘이 빠졌는지 차에 타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지갑 거덜났네-..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던 휴닝이 부드럽게 악셀을 밟으며 조수석에 탄 연준을 힐끔 쳐다봤다. 자는 줄 알았더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심각한 얼굴로 멍 때리던 연준이 곧 세상 진지하게 휴닝이를 불렀다. 덩달아 진지해진 휴닝이가 불안한 듯 소심하게 답했다. ...왜 불러?

"형 오늘 고마워.. 나 다 갚을거야 한 달 내로"
"뭐? 야 뭘 갚아 고딩이 돈이 어디있ㄷ,"
"갚을게"
고마워 형.
그 말에 휴닝이 벙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수로 갚겠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단호한 연준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그래라. 곧 휴닝이 운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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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썸뜅 노 예뿐쑤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