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생일 축하해 누나 이건 내가 주는 선물"
"!..연준아 너 이걸 어디서.. 야 이거 비싼건데 너가 돈이 어딨다고"
"아 얼른 받아 얼른"

"움냠냠- 형 바보야? 원래 반지는 직접 끼워줘야 되는거잖아"
"..뭐? 진짜? 누나 진짜야?"
"...응 빨리 끼워줘"
수빈 씨의 말에 눈이 땡그래진 연준이가 지보다 자그마한 반지를 소중히 쥐곤 내 손가락에 껴줬다. 아 예쁘다-
작게 중얼거린 내 말에 연준이는 반지에 시선도 안 주고 내 눈만 보며 예쁘다 해줬다.
"그나저나 수빈 씨, 반지 끼워주는 건 어떻게 알아요?"
"아 그거요? 드라마에서 봤어요!"
반지 끼워주고 키갈 하던데요-!
***

"니 저번에 신발 사고 싶다고 찡찡 거렸잖아. 받고 꺼져"
"?.. 이 자식이 뒤질라고.. 그나저나 연준이가 준 반지 그거 뭐야? 너가 산거지"
"..아니 뭐, 따지고보면 빌려준거지"
"야 고등학생이 그 큰 돈을 어떻게 벌어 너 미쳤냐!.."
"야 나도 안 주려고 했었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빌려줘도 괜찮겠더라고. 연준이 얘 모델 제의 들어왔나봐 페이도 세고"
"모델? 우리 연준이 아직 애기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ㅇ.."

"야 최범규 비켜봐 나 셀카 좀 찍을라니까"
"아 쫌! 같이 좀 찍자"
"아 싫어! 누나한테 보내줄거야"
헛웃음을 치며 거울 앞에서 티격태격 하는 둘을 돌아보다 입을 닫았다. 하는짓은 영락없는 애기가 맞는데 피지컬이 뭔 저렇게 완벽한지..결국 인정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카이가 시계를 보더니 곧 가겠다며 짐을 챙겼다.
"야 너 이렇게 왔다갔다 할 거면 그냥 한국에 정착 하던가"
"안 돼. 아버지가 그 쪽에 있는 거 알잖아"
"한국에도 좋은 연구소 많아- 그냥 와서 애기들 좀 챙겨"
..그리고 수빈 씨 드라마 그만 보게 하고.
***
모처럼 쉬는 주말에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려니 심심했다. 옆을 쓱 돌아봐도 연준이는 없었다. 핸드폰을 봐도 무소식이였다. 이렇게 바쁠 줄 알았으면 모델 일 허락 안 해줬지!
괜히 심술이 나 이불을 발로 차다가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깜짝 놀라 폰을 보았다. [내새끼❤️] 라고 적혀있는 이름에 고민도 안 하고 전화를 받았다.
"응 연준아! 끝났어?"
["아.. 누나 미안한데 어쩌지. 나 늦을 것 같아"]
"아- 어쩔 수 없지.. 애기 열일하네. 화이팅 하고 와"
["범규랑 수빈이 불러줄까? 같이 밥이라도 먹고 있ㅇ.."]
"아니야 됐어.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을게"
..하, 서운해 속상해. 이게 뭐야 애기 얼굴도 못 보고
발만 동동 굴렸다. 괜히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모델이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도 엄청 많을텐데.. 연준이 꼬시는 거 아냐? 연준이가 홀라당 넘어가면 어떡하지
물론 연준이가 한번도 나에게 이성 문제로 속 썩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안되겠다.
.
.
.

"누나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어! 다리 안 아팠어? 응?"
"연준아 누나 택시 타고 왔어 다리 안 아파"
"이거 뭐야 간식이야? 우왁 진짜 최고!"
"여,연준아 좀 진정 진정"
까리한 옷을 입고도 왕왕 거리며 강아지 모드 발동된 연준이를 달래며 촬영장을 쓰윽 훑어봤다. 오케이..이 정도 분위기면 괜찮네. 혹시나 이상한 곳이 아닐까 걱정 했지만 전문 촬영팀인게 맞는 듯 다들 분주 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연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말았다. 한껏 멋있게 세팅 되어 있는 머리여서 못 만진건데 연준이가 잠시 멈칫 하더니 갑자기 추욱 쳐졌다.
"누나 왜.. 왜 나 머리 안 만져줘"
"연준아 안 만지는게 아니라 못 만지는 거야"
"그럼 뽀뽀라도 해 줘"
"안 돼.. 너 메이크업 했잖,"
쪽 쪽-
다짜고짜 입을 맞춰오는 연준이에 깜짝 놀라 어깨를 쳤다.
아니 이 자식이! 때를 가리고 뽀뽀를 하던가 해야지 여기는!..
"누나 보니까 되게 좋다.. 나 촬영하는 거 보다 갈래?"
"...응"
"여기 조금만 앉아있어 나 이번 착장만 찍으면 끝나"
내 머리를 쓰윽- 쓰다듬고 곧바로 가버렸다. 야 최연준
사람 심장 흔들어놓고 가버리면 그만이냐!
하지도 못 할 말만 속으로 해대며 괜히 입술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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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완결입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