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 어디 가? 좀 더 자"
"나 오늘 학교 가야 돼. 너는 더 자"
"싫어 그럼 나도 일어날래.."
더 자라니까.. 눈도 팅팅 부었으면서.
어제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뒹구는 바람에 시끄럽게 울려대던 알람까지 못 듣고 잘 뻔 했다.
느릿하게 일어나 대충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니 그것마저 졸졸 따라오는 연준이였다.
"뭐야 나 씻을건데?"
"같이 씻을ㄲ, 아! 알겠어 아파 아파"
"하여간 매를 벌어요.."
아프다면서도 실실 웃으며 나가는 연준이의 등을 떠밀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이제 수인 아니고 인간이라며. 인간이 무슨..체력이 저럴수가 있어?
어젯 밤 일을 생각하다 곧 고개를 저으며 서둘러 씻기 시작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젠 뭐 발표 준비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아, 수고 하셨습니다! 학교 카페에서 몇 시간을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6시였다.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한 번 펴고 짐을 챙기니 그새 친해진 팀원들의 신난 소리가 들렸다.
"저희 술 마시러 갈래요? 요 앞에 감성 술집 생겼다는데!"
"다들 가실거죠?"
흠..나는 어쩌지.
슬쩍 강태현을 보니 관심도 없다는 듯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딱 보니 쟤도 안 갈 것 같고..오늘 연준이도 촬영 늦게 끝난다고 했으니까.. 가도 되겠지?
연준이에게 빠르게 카톡을 보낸 후 팀원들 사이에 꼈다.
"네! 저도 갈래요-"
"..저도 갈게요. 위치가 어디라 했죠?"
순간 티가 날 정도로 굳어버렸다. 강태현도 간다고?
팀원들에겐 이미 간다고 말 해서 취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강태현과 멀찍이 떨어진 채 걷고 있었지만 자꾸 신경 쓰였다.
..적당히 마시다가 집에 가면 상관 없겠지 뭐
***
"와하하! 여주 언니 게임 지인짜 못 해!"
하아..좆됐다.
이게 몇 잔 째야. 예상치도 못하게 팀원들은 술 게임 하면서 친해지는 거라며 말도 안되는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게 뭔 게임인데. 왜 듣도 보도 못한 게임을 지들끼리 하는 건데! 게임 룰을 알려달라 해도 마시면서 배우는 술 게임이라며 자비없이 술을 따라주는 바람에 꽐라되기 직전이였다. 괜히 침을 꼴깍 삼키며 소주가 가득 채워져있는 술잔을 노려보다 마시려는데 내 손에 있던 술잔이 사라졌다.
"여주 선배 내일 오전 수업 있다 했잖아요. 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어, 어어"
"적당히 마셔요"
"..네"
똑부러지는 강태현의 말에 팀원들도 그제서야 나를 걱정해줬다. 머쓱하게 옆에 있던 물을 마시며 태현이를 슬쩍 쳐다보니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쟤는.. 대화에 낄 것도 아니면서 여긴 왜 온거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핸드폰을 챙겨 술집 밖으로 나왔다. 연준이한테 연락이 없네. 오늘은 또 얼마나 늦으려나
지잉- 지잉-
"..어, 여보세요! 준아"
["누나 많이 취했어?"]
"아니.. 취할 뻔 했는데 괜찮아"
["다행이다.. 허리는 어때?"]
"그렇게 걱정을 하는 사람이 어제 그렇게까지 몰아붙여? 당연히 안 괜찮아!"
["이따 집 가서 주물 주물 해줄ㄱ.. 어, 누나 나 다시 촬영 가야돼. 사랑해 끊어-"]
급한 와중에도 사랑한다고 말 해주는 연준이가 마음에 들었다. 얘는 표현을 너무 자주 해줘서 좋아. 연준이 생각도 하고 마침 전화로 목소리도 들었겠다.
기분이 좋아져 히히 웃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태현이 있었다.
..어 뭐야, 쟤 담배는 언제부터
"아직 잘 사귀나보네"
"..전화 하는 거 들었어?"
"아니? 기분 좋아 보이길래"
..대답을 해줘야 하나.
고개를 끄덕이자 태현이 담배를 툭 버리더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서니 내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언제 취한건지 비틀 거리는 태현이가 불안정해 보였다.
"뭐 하는 거야"
"... 언제 헤어져?"
"..뭐?"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넌 왜.. 좋아 보이냐"
"태현아 너 많이 취했어. 집에 가는 게 좋겠,"
"걔가 뭐라고.. 그 개새끼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데?"
"야 강태현"
"..."
"..너 선 넘지마"
"..하"
"연준이 아니였어도, 너는 안 만나"
이런 말까지 해야겠냐고 태현아. 속으로 뒷말을 삼키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대로 주저 앉아 흐느끼는 태현이였다.
..신경 쓰지말자, 신경 쓰지마
.
.
.
신경을 안 쓰긴 개뿔, 집에 가는 내내 강태현의 울음 소리만 생각이 났다.
이 와중에 술은 제대로 취했는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다.
"정신 차리자 여주야.. 어후, 머리야"
잠시 벽에 기대어 시간을 보니 연준이의 퇴근 시간이였다. 얼추 비슷하게 맞춰 왔네. 그렇게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던 순간이었다.
"오늘 고생 많았어- 애기 조심히 들어가"
"네 누나 태워주셔서 감사해요 내일 봬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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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